은퇴설계 ㅣ 인생2막

“딸의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신입선수
정현, 하지윤 부모님 이야기

여자 프로농구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에 지명된 정현, 하지윤 선수. 그녀들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부모님의 감회도 남다릅니다. 두 선수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입단에 대한 소감과 딸들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아이의 손에 처음 농구공을 쥐여줬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저 운동이 즐거워 웃던 아이가, 이제는 프로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에 서네요.”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새 얼굴로 입단한 정현, 하지윤 선수. 그녀들의 데뷔는 단지 한 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에 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 뛰고, 울고, 기뻐하며 묵묵히 뒷바라지해 온 가족의 ‘함께 이룬 꿈’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기도 합니다. 성장통을 겪을 때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마음을 다독여주고, 매 훈련마다 함께 땀을 흘렸던 부모는 이제 한 발 물러선 자리에서 딸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믿어주는 일뿐이에요. 아이들은 해낼 거예요.”

부모의 눈빛엔 긴 여정을 함께 걸어온 이들만의 깊은 뿌듯함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무대에 대한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습니다.

*이하 하지윤 선수 아버지(하), 정현 선수 어머니(정)으로 표기

하지윤 선수 아버지(하), 정현 선수 어머니 사진
Q. 자녀가 하나은행 농구단에 입단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하) 신인 드래프트 당일 출장이 있어 응원을 하지도 못했고, 회의까지 겹쳐 내내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회의 중에도 ‘결과가 안 좋으면 대학을 보내야 하나 아니면 1년 죽도록 운동만 시켜 재도전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회의 참석자 중 한 분의 축하 인사를 시작으로 딸의 프로 입단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고 집에 놓인 많은 축하 화환 덕분에 실감이 났습니다. 기쁨과 동시에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자주 본 정현 선수가 같은 팀이 된걸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지윤이보다 어른스러운 현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도 업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드래프트 영상을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A. (정) 신인 드래프트 날까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라 3순위에 지명됐을 때 무척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고3 때 부상으로 대회를 많이 나가지 못하면서, 보여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프로에만 지명되자’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앞 순위에 지명이 되어 기쁜 동시에 걱정도 컸습니다. 다행히 같은 팀에 숭의여고 정예림 선수가 있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이가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하나은행에 연습경기를 자주 갔는데 운동시설 등이 좋다고 한 기억이 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좋은 구단에 지명된 것에 다시 한번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Q. 학창 시절 지윤 선수의 운동을 응원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하지윤 선수 아버지 사진

A. (하) ‘답답하다’는 표현이 딱일 것 같습니다. 지윤이 스스로 어릴 때부터 공부는 안 맞다고 판단을 해서, 여러 운동을 시켜보다 정착한 게 농구였습니다. 그런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윤이와 아내 둘 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닌 뭔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몇 없는 쉬는 날에 농구 연습을 따라다니는 것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었어요. 아빠의 의무이긴 하지만 힘든 건 사실이니까요.
공부하는 걸 힘들어해서 즐겁게 학창 시절 보내라는 취지로 시킨 운동이었는데 지윤이와 아내는 그 안에서 꼭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듯 보였고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두 번이나 농구를 강제적으로 그만두게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모녀가 한편이 되고 심지어 큰아이까지 편에 서서 3대 1로 의기투합해 몰래 다시 농구를 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은 없다’는 다짐을 받고 다시 운동을 지지해 줬습니다. 그 다짐에 대한 약속을 지켜준 것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Q. 정현 선수가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어떤가요?
정현 선수 어머니 사진

A. (정) 엄마인 제가 농구선수였고 농구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가 5살 되던 무렵부터 농구장에서 놀았습니다. ‘건강한 아이가 건강한 정신을 갖는다’는 생각이 있던 터라 농구, 수영, 발레, 인라인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주변에서 농구를 취미가 아닌 제대로 시켜보라고 권유해도 끝까지 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유전적 피지컬은 무시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서초초등학교 코치가 선배여서 우연히 놀러 갔다가 지금 이렇게 선수 생활까지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농구를 즐겼고 먼저 서초초등학교로 전학 가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전학을 기점으로 쭉 프로의 꿈을 목표로 삼았고 농구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이 꿈과 목표가 바뀐 적이 없습니다. 중간에 슬럼프는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넘긴 아이입니다. “하나은행은 3순위로 숭의여고 정현 선수를 지명하겠습니다”라는 감독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현이의 인생 2/3를 농구와 함께 해온 만큼 앞으로도 잘해낼 거라 믿습니다.

Q. 지윤 선수가 운동생활 중 겪었던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던 방법이 있나요?
하지윤 선수 아버지 사진

A. (하) 결과가 좋으니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두에게 적용하기는 애매한 ‘충격요법’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두 번이나 강제로 농구를 그만두게도 하였고 그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농구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각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좌절하거나 고민할 때면 앉혀 놓고 “많이 힘들면 농구를 그만둬도 아빠는 너에게 실망하지 않고 너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농구를 그만두면 뭘 할 건지 생각하고 이야기 해줘”라는 말을 했습니다. 심적 압박을 느낀 탓인지 며칠 뒤면 다시금 극복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와 있는 아이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Q. 정현 선수가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하나요?

A. (정) 농구의 기본기를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늘 아이의 파트너가 되어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함께 무한 반복 복습했습니다. 체육관, 동네 야외 농구장 등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언제든지 농구공을 가지고 나갔고 차에 농구공과 농구화는 항상 실려 있었습니다.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틈만 나면 농구공을 들고 연습을 시켰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말에는 훈련시간보다 늘 1시간 30분 일찍 나가 드리블, 레이업, 패스를 연습시켰습니다. 힘들다고 칭얼댔지만 그래도 눈 비비고 일어나서 나가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하면 독한 엄마였지만 한 번도 엄마 말을 거역하지 않고 따라온 아이였습니다. 코로나 전까지는 하루도 쉬어본 적 없던 것 같아요. 독한 엄마가 되어야 아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좋은 결과가 있어 만족합니다.

Q. 자녀의 농구 인생을 위해 부모로서 특별히 노력하거나 희생했던 부분이 있으실까요?
정현 선수 어머니 사진

A. (정) 직장을 다니면서 케어를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잘 따라와 주지 않았다면 노력과 희생이 있었어도 지금처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농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김연아 선수 어머니 박미희 씨의 자서전이었습니다. 그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운동을 시키는 부모님들께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자서전 <7분의 드라마>라는 책은 아이에게도 권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성공한 선수들의 자서전을 많이 보고 아이의 멘탈 관리를 위해 함께 읽고 있습니다. 또한, 좋은 글귀와 구절 등을 저도 공부하고 아이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Q. 경기나 훈련을 지켜볼 때, 기분이 어떠신가요?

A. (하) 입단 후 경기를 4~5회 정도 직관하였습니다. 개막식 때는 조부모님도 참석하였는데, 지윤이 얼굴이 들어간 플래카드를 보시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는지, 체육관 근처를 돌아다니며 지윤이 얼굴이 들어간 플래카드 사진을 전부 찍어서 오셨더라고요. 시합 전 몸 풀고 있는 모습,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 시합이 끝나고 잠시 보는 얼굴 매 순간이 소중합니다.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면 불안함과 걱정되는 마음과 동시에 조금이라도 더 잘하길 바라는 기대, 언제 이렇게 커서 저기 서 있는가 하는 울컥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Q. 자녀의 농구 인생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정) 초등학교 6학년 첫 대회에서 우승한 순간이 가장 처음 감동받았던 때였습니다. 5학년 동계훈련 때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데 정말 후회 없는 학년이 되어야하지 않겠나’라는 대화를 나눴고 아이는 첫 대회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동계훈련은 정말 중요합니다. 동계훈련 준비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그 시즌이 결정되거든요. 어린 현이는 동계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학교 훈련, 개인 훈련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준비했었습니다.
이후 2018년 4월 전국 대회에서 서초 농구부 역사상 첫 우승을 하고 코트에서 코치님, 친구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쏟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함께 울었는데 시상식이 끝나고 현이에게 왜 울었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노력한 게 우승으로 보답받은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현이가 다시 한번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던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중3 때였는데 첫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부상이라는 큰 시련이 왔었습니다.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나가는 대회마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임할 수가 없었습니다. 슬럼프에 빠지고 몸은 안 따라 주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시 한번 농구화 끈을 질끈 묶었습니다. 비록 우승으로 끝나지는 못했지만 아이 스스로가 정말 후회 없이 경기를 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였습니다. 아이가 너무나도 대견했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마친 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현이가 지명되는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프로 지명을 위해 꾸준히 앞만 보고 달려온 모든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현이가 이렇게 노력했구나 하는 마음이 큰 감동으로 일렁였습니다.

Q.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하) 현재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통해 업계와 팬들의 신망도 있겠지만 WKBL 경기장에서 선수로서 게임을 뛸 수 있는 나이의 한계, 2라운드 선수로서의 핸디캡 등을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의 선을 스스로 멋있게 그어놓고 그 선에 걸맞은 결과를 가지고 만족하고 내려올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정현 선수 어머니 사진

2025년 2월 19일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신인 선수들이 부모님을 초청해 감사의 의미로 유니폼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A. (정) 지금까지 어긋나지 않고 한길만 걸어온 현이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스스로가 담는 그릇에 하나하나 채워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프로는 누가 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준비하고 마음가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포기하는 순간 끝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평지를 무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Q.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하) 어릴 때 아이의 재능이 이쪽이라고 생각이 든다거나,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한다면, 지원해 보길 추천합니다. 특기를 통해 하나의 길을 개척해 가는 것이 다른 이들과 다를 뿐이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아이를 위해 해야 할 부모의 역할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농구를 시키는 데 있어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끈기는 농구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중상위권 이상 올라갈 수 있는 기본 소양입니다.

하지윤 선수 아버지 사진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대한민국 여자 프로농구(WKBL)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2012년 창단 이래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현재는 하나금융그룹 산하의 프로스포츠팀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부천을 연고지로 두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팬과 함께 성장하는 팀"이라는 슬로건 아래, 젊고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매 시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유소년 농구교실과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통해 농구 저변 확대와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주요 선수진은 실력과 잠재력을 겸비한 신예들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매 경기 팬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팬들과 함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홈페이지 www.hanafnbasketball.com

editor _ 정애영 photo _ 홍하얀

게시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