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경기둔화, 기업이익 둔화 3가지의 악재가 놓인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이 글을 읽어보자.
자산관리 ㅣ 유언대용신탁
[전문가 칼럼]
장기투자자를 위한 슬기로운 위험대응 전략
하반기 경기둔화, 기업이윤 둔화 예상
자산시장은 앞으로 3가지 위험을 극복해 가야 한다. 즉 시장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에 경기둔화, 기업이익 둔화 앞에 맞서 있다. 인플레 위험은 다행히 이번 하절기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물가가 더디게나마 진정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본격적인 경기둔화 조짐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가가 속 시원하게 잘 떨어지는 않는 이유는 지금의 인플레가 워낙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금속과 곡물 등 여러 원자재 가격이 다행히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 물가 수준이 결코 낮은 건 아니어서 각국 통화당국이 긴축의 칼을 칼집에 집어넣을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정작 하반기 자산시장에 더 부담스러운 문제는 경기둔화 이슈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이는 발표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 되고 말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타이트한 긴축 스텝과 여전히 높은 기름값이 지금 세계경제를 더 낮은 쪽으로 유도할 기세다. 여기에 기업이윤 압박도 자산시장에 실질적인 부담인데 당장 2분기 실적 시즌이 그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각종 투입비용 상승과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공급망 차질도 생산원가를 옥죄고 있고 금융시장 경색과 기업의 자본조달 차질도 앞으로 기업이윤을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잡을 것 같다.
좀처럼 투자대상을 물색하기 어려운 국면
이상의 환경을 두루 종합해 볼 때 자산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물가가 잡혀간다 해도 체감적으로는 실감이 날 정도가 전혀 아니고 금리인상도 긴축의 정점을 곧 지나가겠지만 높은 시장금리와 ‘돈맥경화’ 형상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사정을 앞으로 더 팍팍하게 만들 것이다. 주변에 만만한 투자대상 찾기는 어렵고 위험만 눈에 띄는 하반기 자산시장의 모습일 것이다.
세계경제 수정전망

주: 범례의 연월은 세계은행 전망일자. 수정전망은 최근 각국 경제지표를 참조해 필자 수정(2022 7.13)
세계 실질경제성장률, 단위=%
출처: 세계은행(2022.6)
채권 매수기회, 주식 긴 호흡 필요, 원자재 비중 축소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이러한 고물가, 경기둔화, 기업이익 둔화라는 악재를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야 할까. 물론 이러한 종류의 여러 악재는 이미 자산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어 너무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인플레와 경기둔화 위험에 맞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투자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하반기는 우량 채권의 배팅 기회를 엿봐야 한다. 경기침체에 통화긴축의 정점 통과(금리 인상폭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 정도 상황을 길게 내다본다면 채권은 강세, 상품가격은 약세가 지속될 것 같다. 채권비중은 늘리고 원자재 투자비중은 줄이는 게 좋겠다. 단 하반기 산유국들의 인위적인 개입과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교란, 특히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전망과 전략은 수정되야 한다.
둘째, 주식시장은 추가 낙폭은 제한되겠지만 약세장의 기간은 좀 길어질 수 있다. 주가는 2020년 3월처럼 브이(V)자 반등보다는 바닥권에서 제법 긴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짧은 기술적 반등 시기 때마다 이를 본격 추세 전환 신호로 잘못 해석하기 쉬울 것이다. 물가가 잡혀가도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적어도 내년까지 불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하반기는 특히 실적이 부진하거나 부채가 많은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 여전히 필수소비재, 가치주, 경기방어주, 배당주를 중심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게 좋겠다. 물론 의외로 시장 전체가 추가로 붕괴된다면 업종 불문하고 주가 낙폭이 큰 종목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호흡이 긴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반기는 성장 역량이 탄탄한 우량 기술주나 글로벌 안정성장주를 싸게 매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우량 기술주들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신흥국 주식, 자본유입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확인될 때
셋째, 달러가 슈퍼 강세를 멈추고 약세로 반전돼야 어느 정도 주가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달러강세는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와 글로벌 유동성 위축을 뜻한다. 달러가 약세로 기울려면 무엇보다 유로화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야 한다. 유로화 반등은 당장은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정상화에 달려 있다. 물론 환율이 오로지 에너지 문제에만 국한돼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 문제가 절대적이다. 천연가스 문제가 풀려도 유로화 강세, 달러약세가 추세적으로 쭉 진행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아무래도 선진국 안에서 유로존 경기가 가장 약하고 금리인상 폭도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달러가 좀 더 확실히 약세로 기우는 시점은 올해는 지나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신흥국으로의 본격 자본유입도 글로벌 금리인상이 멈추거나 세계경제가 다시 회복 사이클을 맞이할 즈음에서 가능해 보인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미국에서 사고가 터져 신흥국으로 자본이 속속 퍼져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중국의 세계경제 기여도 또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하반기 중에 신흥국 우량주식을 가능한 싼 가격에 모아가는 건 좋지만 비중을 제한하고 경기순환주, 산업재, 임의소비재(자동차등)보다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기술주나 안정성장주에 제한하는 게 좋겠다.” 이미 주식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다음 사이클에서 시장을 이끌 우량한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변경해 나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본다.
※ 본 고는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하나은행의 공식 의견과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글 김한진 이코노미스트
한국 증권가에서 36년간 활동해온 이코노미스트로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증권사를 은퇴하며, 경제 유튜브 ‘삼프로TV’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변화와 생존』, 『투자의 신세계』, 『코로나 투자전쟁』 『인플레이션의 시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