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전시소개

하나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멀리(tele)-보는(vision)’

전시명 | 멀리(tele)-보는(vision)
기간 | 2025.6.3~29
장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67, 하트원(H.art1) 2층
전시작가 | 백남준
전시작품 | 22점
멀리(tele)-보는(vision) 홍보물

1956년, 독일로 건너간 백남준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며 전위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의 기존 규범과 관습을 깨뜨리는 급진적 퍼포먼스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새로운 매체인 ‘텔레비전’과의 만남은 그의 작업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1963년, 독일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음악의 전시– 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은 그가 최초로 텔레비전을 예술적 재료로 활용하며 비디오 아트를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유의미한 현장을 기록하여 제작한 판화 20점과 비디오 아트 <마음 심(心)>(1992)을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보입니다. 전시장 주 출입구에 피가 떨어지는 소머리를 걸어 부퍼탈(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도시)을 충격에 빠뜨렸던 해프닝부터, 피아노를 전자 장치로 변형하여 다감각으로 확장시킨 인터랙티브 설치작품까지,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깨우쳐 주었던 전시 현장을 20점의 판화를 통해 바라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음 심(心)>은 백남준이 1992년 대한민국에 돌아와 제작한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대형 목재 패널 위에 11개의 6인치 텔레비전이 사람의 심장 모양을 본뜬 한자 ‘心’의 형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동양적 정서와 함께 음악의 리듬 같은 영상이 송출되는 텔레비전을 결합함으로써, 기술적 진보와 인간의 본질 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본질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백남준과 하나은행의 인연 또한 깊은데요.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로비에는 하나금융그룹 대표 CI를 직접 활용한 <Hana Robot>(2001)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를 포함하여 총 4점의 비디오아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멀리(tele)-보는(vision)>이라는 제목처럼, 최초의 개인전을 기록한 판화를 통해 백남준의 초기 실험정신을 바라보고, 미디어아트의 본질을 통해 미래를 내다본 그의 선견지명을 조명해 봅니다.

대중매체가 단방향 전달을 넘어 다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고, 그의 예술적 도전과 실험 정신은 여전히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원형이자 지침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백남준의 비전과 그가 바라본 미래를 다시 한 번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기획/글 _ 하나은행 총무부 큐레이터 최지은


게시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