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ㅣ 여행

아름다운 숲속에서의 하루
전북 무주 나들이

6월을 향해 갈수록 녹음은 점점 짙어집니다. 전북 무주구천동의 아름답고 청정한 숲과 폭포는 봄이 되면 절정의 풍경을 보여주는데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설천면 ‘태권도원’에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태권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주라면 무조건 달려가고 볼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며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그 이름, 무주구천동. 그 안에서도 구천동어사길은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힙니다.

구천동어사길 2구간 청렴길, 거대한 암반 위에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구천동어사길 2구간 청렴길, 거대한 암반 위에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살아서 가볼 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곳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내가 착하게 살아서 이런 풍경을 보나?’ 싶을 정도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곳들이 방방곡곡 숨어 있습니다. 찾는 것은 순전히 내 몫이니 오늘은 기자의 발자취를 잘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코스별로 안내할 첫 번째 목적지는 구천동어사길입니다.

어사길 들머리에 해당하는 덕유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어사길 들머리에 해당하는 덕유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총 4개 구간으로 이뤄진 어사길은 들머리를 덕유산국립공원 삼공주차장으로 삼으면 되는데요. 이곳에서부터 차량 통제가 이뤄지며 기본적으로 1시간은 쉬엄쉬엄 걸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임도를 따라 약 700m를 오르면 덕유산국립공원의 트레이드마크 ‘반달이’ 이정표가 보이고 이윽고 구천동 33경 중 15경인 월하탄이 나타납니다.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장관을 만나다니 입이 딱 벌어집니다. 푸른 숲길에 기암괴석을 타고 쏟아지는 우렁찬 폭포수는 마음의 티끌을 벗겨내기 충분합니다. 월하탄에서 다시 앞서 걸으면 덕유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이곳에 어사길 입구를 안내하는 문이 자리합니다. 이 문에서 시작되어 백련사를 끝으로 완성되는 구천동어사길은 4.9km에 달하는 탐방로에 구천동계곡이 끝도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월하탄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산책로

월하탄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산책로

1구간은 숲나들길, 목제 덱이 설치되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습니다. 2구간은 청렴길, 조선시대 영웅처럼 그려졌던 어사 박문수의 덕을 담고, 비취를 닮은 물색은 대쪽 같은 선비 정신을 드러냅니다. 3구간은 치유길,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덕유산 원시림을 볼 수 있어 그만큼 난도가 있는 코스기도 합니다. 4구간은 하늘길, 완만하면서도 끊임없는 경사가 계속되어 인내심을 요하지만 거울처럼 맑은 명경담, 물보라가 장관을 이루는 연화폭 등의 비경이 쉼터 사이사이 펼쳐져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새는 지저귀고, 한들한들 호랑나비는 꽃을 찾아 날아듭니다. 세상의 그 어느 작품이 자연이 만든 풍경에 비할까요. 두 개의 커다란 암석이 놓인 소원성취의 문을 지나자 마치 다른 차원이 열린 듯 연분홍 산철쭉이 별안간 흩날리고 층층계단 암반 위로 구월담(구천동 33경 중 제21경)이 흐릅니다. 1구간, 2구간 각각 20여 분… 이정표에는 구간별 소요 시간이 적혀 있지만, 직접 방문해보면 이 시간들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아주 빠르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살아서 가볼 수 있는 천당에 왔으니 시간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지키고 싶다면 나부터 다스릴 것
태권도원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태권도원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태권도원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오래전, 구천동계곡은 스님들이 수련을 하던 장소였습니다. 그 수가 9,000명이나 되어 스님들이 밥을 짓자 쌀뜨물로 계곡이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9,000명의 승려가 깨달음을 얻어 구천동, 시냇물이 9,000굽이로 나뉘어 구천동이자, 구천동(어사길)이 속한 ‘설천’면(눈 설雪, 내 천川)에 전해지는 흥미로운 지명 유래입니다. 설천면에 태권도원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태권도원에서 가장 높은 곳,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자 왼쪽으로 충북 영동, 오른쪽으로 경북 김천이 펼쳐집니다. ‘삼 도(道)’가 어울렁더울렁 이다지도 가까우니 무주는 과거부터 호방한 기상이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 말씨가 다른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가까이 살았을 테니까요.

“저기 산과 산 사이 터널 보이시죠? 저 터널의 이름은 신라의 ‘라’, 백제의 ‘제’를 합해 나제통문이라고 해요. 무주는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으로 삼국의 각축전이 벌어졌어요. 당연히 무예를 중시했고 역사적으로도 의병, 독립운동가 등 의인이 많이 배출되었어요.”

태권도원 안내를 도와준 직원분의 상세한 설명에 모노레일을 탄 다른 손님들도 귀를 기울입니다. 나제통문은 구천동 33경 중 제1경으로 설천면에서 무풍면으로 넘어가는 석문입니다. 무풍면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접경이자 과거 신라의 땅으로 오늘날 무주의 지명도 무풍현, 백제 땅이었던 주계현의 앞머리에서 각각 따왔습니다.

국제적인 태권도 마을과 다름없는 태권도원의 전경

국제적인 태권도 마을과 다름없는 태권도원의 전경

대한민국의 전통무예이자 세계적인 스포츠로 각광받는 태권도의 모든 것을 만나는 태권도원. 서울 여의도의 1.5배 면적으로 경기장, 수련장, 국립태권도박물관, 숙박시설,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태권도원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민국의 전통무예이자 세계적인 스포츠로 각광받는 태권도의 모든 것을 만나는 태권도원. 서울 여의도의 1.5배 면적으로 경기장, 수련장, 국립태권도박물관, 숙박시설,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습니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태권도원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태권도 상설공연. 태권도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이 한층 커집니다.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태권도 상설공연. 태권도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이 한층 커집니다.

태권도원은 국제적인 태권도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태권도박물관,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권도를 세계적으로 알린 인물을 2년마다 두 명을 선정해 기념하는 명인관의 헌액자 공간, 국제 경기와 훈련,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는 T1경기장, 이 밖에도 식음, 숙박, 편의, 야외수련장 등등 다채로운 쓰임을 가진 시설이 무주의 자연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놓여 있습니다. 태권도원은 서울 여의도의 1.5배 면적으로 원활한 이용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태권도의 희망찬 미래에 두 주먹 불끈 쥐게 되는 T1경기장의 상설공연부터 국립태권도박물관 관람까지 성인 기준 4,000원의 입장료가 미안해질 만큼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무주 설천면으로 지금 출발해보세요.

태권도원

입장료: 무료
태권도 체험권: 4,000원
VR•AR 체험권: 6,000원

모노레일

  • 오전 10시~오후 5시
  • 성인 4,000원 / 소인 및 청소년 2,000원

태권도원 상설 태권도공연

  • 1~2월, 11~12월 주말, 공휴일
    1일 2회 운영
  • 3월~10월 주중 및 주말, 공휴일
    1일 2회 운영, 오전 11시 / 오후 2시

천연 요새에 실록을 보존하라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사방을 둘러싼 적상산. 정상부에 적상산성과 안국사, 적상산사고지유구가 자리한다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사방을 둘러싼 적상산. 정상부에 적상산성과 안국사, 적상산사고지유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붉은 단풍을 칠한 듯 아름다운 두 채의 전각과 안국사, 이 모든 것을 지키는 적상산성 아래로 무주를 내려다봅니다. 우람한 산중 바위와 봉우리들, 그 안에 사람들의 마을이 호젓하게 자리합니다.

지난 2021년 무주에서 <조선왕조실록> 봉안 행렬 재현행사가 열렸습니다. 어쩌면 당대 왕의 행차보다 더 엄숙히 치러졌을 국가 의례, 적상산사고에 실록을 봉안했던 모습을 재현한 것입니다. 기록부터 이동, 보관, 보존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는 <조선왕조실록>이 무주군 적상면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눈에 봐도 인상적인 무주의 자연환경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군 전체가 소백산맥에 속하는 무주는 해발 1,000m 이상의 덕유산, 적상산, 민주지산 등의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지만 그만큼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무주는 거대한 둥지에서 어미 새가 새끼를 품은 듯 따뜻하고 아늑한 숨결이 면면에 가득합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무주의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천연 요새와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무주군 중심에 해당하는 적상면 가운데로 해발 1,038m의 적상산이 솟아 있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사방을 둘러싼 적상산에는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적상산성과 안국사, 적상산사고지유구(이하 적상산사고)가 분지 형태의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전국의 사고가 불에 타자 조선 왕조는 더욱 안전하게 실록을 보관할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이에 1614년(광해군 6) 적상산성 안에 실록각이 세워졌으며 새로 편찬된 <선조실록>을 1618년 처음으로 봉안했습니다. 이후 1634년(인조 12)에는 묘향산사고에 보관한 <조선왕조실록>을 이안하고, 1641년 선원각을 세워 왕실 족보인 <선원록>까지 소장하며 완전한 사고의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영안본과 봉안 행렬 디오라마를 만나는 적상산사고 실록각
<조선왕조실록> 영안본과 봉안 행렬 디오라마를 만나는 적상산사고 실록각

<조선왕조실록> 영안본과 봉안 행렬 디오라마를 만나는 적상산사고 실록각

적상산사고는 우리나라 5대 사고 중 하나로 1910년 일본에 의해 폐쇄되기 전까지 300년간 5000권이 넘는 국사를 보존했습니다. 6·25전쟁의 풍파 속에 그 흔적조차 묘연했던 실록은 지난 2017년 문화재청과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진행한 일괄 조사에서 적상산사고본의 일부가 국보 지정에서 누락되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로써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해군일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의 <성종실록>, <인조실록>, <효종실록> 등 모두 4책이 2019년 6월 26일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북한에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실록 형태를 추정하는 데 큰 지표로 작용했습니다. 적상산사고는 원래 위치에서 적상호가 바라보이는 위 기슭으로 이전해 1997년 선원각이, 이듬해 실록각이 복원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시관으로서 내부에 태종·세종·인조·영조 실록 등의 영인본(복제 인쇄물)과 당시 실록 봉안 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Plus tip!
‘숲과 나무가 있는 세상’ 무주향로산자연휴양림
무주향로산자연휴양림

무주향로산자연휴양림은 숲속동굴집, 야영장 등 숲속에 독립된 숙박 공간과 인공폭포, 바닥분수, 모노레일까지 갖췄습니다. 무주 읍내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로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나고 휴양림 내에 목재문화체험장을 건립하여 내실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목재문화체험장은 편백나무로 가득한 목재풀장, 자작나무 레일로 만든 기차놀이부터 목재를 이용한 체험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주소: 전북 무주군 무주읍 무학로 153-36
전화번호: 063-322-6884

‘머루에 취하는 밤’ 머루와인동굴
머루와인동굴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하부 등줄기에 깃든 무주는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데요. 양토와 사양토로 이뤄진 토성 덕에 무주의 머루는 과실이 단단하고 달콤한 것이 특징입니다. 무주를 대표하는 와인 양조장의 다양한 제품 시음과 구매가 이뤄지며, 체험에만 사용되는 머루와인으로 족욕 체험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주소: 전북 무주군 적상면 산성로 359 머루와인비밀의문
전화번호: 063-322-4720

나무와 그릇
나무와 그릇

주인장의 취향과 정성이 마당의 작은 돌멩이에도 묻어나는 나무와 그릇. 부부가 폐가와 다름없는 집을 찬찬히 고치고 가꿔 도예공방, 카페, 살림집으로 두루 쓰고 있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을 만큼 정갈한 공간과 맛이 인상적입니다.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지전길 25-2
전화번호: 063-322-8724

무주어죽
무주어죽

하루 100그릇만 판매하는 쏘가리어죽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잠깐 사이에도 예약을 청하는 손님이 수시로 방문합니다.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야 제맛이 나는 어죽은 흔하지 않은 영양만점 음식입니다. 무주에서도 손맛 좋기로 유명한 사장님표, 자부심 가득한 어죽 맛이 일품입니다.

주소: 전북 무주군 무주읍 내도로 119
전화번호: 0507-1449-9610

무주마실
무주마실

무주를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4대째 가업을 잇는 무주구천양조에서 더욱 다양한 계층과 호흡할 수 있는 무주마실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감각적이고 모던한 공간에서는 무주 특산물인 천마와 삼을 이용한 막걸리부터 슬러시, 청주를 베이스로 한 하이볼은 물론 시그니처 크림커피까지 두루 맛볼 수 있습니다.

주소: 전북 무주군 적상면 치마재로 66
전화번호: 010-4090-2346

editor _ 정상미
photo _ 이효태

게시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