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ㅣ 인생2막

“골프는 흥미진진한
여행과 같습니다”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이승민 선수 부모님 이야기

2016년부터 하나금융그룹의 후원 선수로 활약 중인 이승민 선수.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른, 그래서 특별한 이승민 선수의 성장 과정과 프로 무대 데뷔, 눈부신 성과까지 함께 한 부모님의 소감 역시 특별합니다. 이승민 선수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하나금융그룹 골프단과의 인연과 아들의 성장 스토리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승민이가 2017년 투어프로 선발전을 통과하고 난 후 ‘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미안하고 고마워’라는 말을 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10년째 하나금융그룹 골프단의 선수로 함께 해온 이승민 선수. 하나금융그룹과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오고 있는 그의 성공 뒤에는 부모님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함께 버텨온 이승민 선수의 부모님은 앞으로 승민 선수와 만들어갈 여정에도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슬럼프를 겪을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도약을 위해 한 호흡 쉬어 가는 동안에도 아들을 향한 믿음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의 길도 승민이에게는 골프와 지적장애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아들에 대해 말할 때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어쩔 수 없이 아들바보가 되어버리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그들의 사랑과 가족애, 선수로서의 믿음이 모두 느껴졌습니다.

*이하 이승민 선수 아버지(父), 어머니(母)로 표기

이승민 선수 아버지, 어머니 사진
Q. 자녀와 하나금융그룹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A. (父) 승민이가 하나금융 후원 선수가 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세미프로가 된 후 처음 후원을 받기 시작했을 때 승민이와 저희는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승민이가 연습을 하거나 시합장에 갈 때, 행사에 갈 때 하나금융 모자를 쓰면서 스스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어요. 그것이 승민이의 골프 실력 향상은 물론 정신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원을 받고 2년 후 승민이가 그렇게도 원하던 투어프로가 되었으니, 저희는 소원을 이룬 셈입니다.

Q. 승민 선수는 언제 처음 골프를 시작했나요? 어떤 계기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A. (母) 승민이에게 자폐와 발달장애가 있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집 밖에 나가 놀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 유아용 골프채로 플라스틱 공을 치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좀 더 커서도 골프채 잡는 것을 좋아해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동네 공원에 미니골프라도 치러 가야 만족했을 정도였죠. 승민이가 4~5살 되었던 어느 날, 골프연습장에 데려가서 어린이용 클럽으로 골프공을 치게 해 봤는데, 처음부터 공을 잘 맞춰 제법 멀리 띄워 보내는 것을 보고 ‘골프를 시키면 잘하겠구나’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처음엔 혼자서 하는 운동인 골프보다 승민이가 비장애인 아이들과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팀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를 시켜보았어요. 하지만 신체 접촉을 꺼리는 장애의 특성 때문에 한계가 있어 결국 승민이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골프로 종목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Q. 승민 선수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승민 선수 아버지, 어머니 사진

A. (父) 승민이가 프로 골퍼가 되고 이 분야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자폐성 발달장애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개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는 과정이었습니다. 골프 스윙을 익히고 골프공을 치는 훈련은 골프를 좋아하는 승민이에게 즐거운 일이었지만, 골프 선수가 되는 길은 좀 달랐습니다. 첫 번째로, 골프가 개인 운동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운동이기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맞추고, 매너와 규칙을 지키는 훈련이 승민이에게는 제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수천 번의 반복 훈련과 시행착오를 통해 극복해 나갔습니다. 두 번째로, 골프가 보조자(캐디)와 동반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승민이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승민이가 골프를 시작한 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학생 시합, 그리고 KPGA 프로 선발전과 시드전, 2부 투어에는 개인 캐디를 쓸 수 없었습니다. 모든 시합 과정, 심지어 다른 선수의 스코어카드를 기록하는 일까지도 승민이 혼자서 해 내야 했고 이것은 정말 큰 부담이자 장벽이었는데, 훈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해냈습니다. 현재는 저희의 문제 제기 이후 골프 규칙에 맞게 장애인 선수들이 시합에서 개인 캐디를 쓸 수 있도록 방침이 바뀌어 장애인 선수들의 진입 장벽이 조금 낮아졌습니다.

Q. 자녀의 골프 인생을 위해 부모로서 특별히 노력하거나 희생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A. (母) 자녀에게 예체능을 시키는 부모들은 인생과 재산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어요. 지적장애가 있는 승민이를 골프라는 복잡다기한 운동의 직업선수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프로 선수가 목표는 아니었고 승민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려는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A. (父) 승민이가 다른 무엇보다 골프를 좋아했기 때문에, 승민이 엄마는 빛과 그림자처럼 열 일을 제치고 승민이를 케어했습니다. 승민이가 어렸을 때에는 승민이의 장애 때문에 골프 코스나 연습장은 물론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을 함께 하다시피 했죠. 시합 중에는 코스 가까운 곳에서 5~6시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늘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한 마디로 엄마의 인생을 갈아 넣은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승민이가 2017년 투어프로 선발전을 통과하고 난 후 엄마에게 와서 ‘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정말 미안하고 엄마에게 감사하다’라는 기특한 말을 했습니다.

이승민 선수 사진

이승민 선수가 태국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는 모습

Q. 승민 선수를 보며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父) 투어프로가 되고 시합에 출전하면서 점점 부담과 두려움이 생겼는지 승민이에게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자폐 발달장애는 외부와 의사소통이 단절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으리라 믿었던 터라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승민이가 점점 비장애인들과 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는 신호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샷이 잘 안되니까 시합에서 불안해하고, 자연히 성적이 잘 안 나왔어요. 급기야는 무서워서 시합에 못 나가겠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A. (母) 그때부터 캐디인 윤슬기 코치와 함께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승민이의 스윙과 루틴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어요. 이후 3년간 시합에서의 성적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죠. 보통 프로골퍼들도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과연 승민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힘든 과정을 묵묵히 견뎌주었고, 3년이 지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승민이가 참 대견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기간이 팬데믹 시즌이라 프로투어가 축소되고 시합들도 취소되어서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낄 일이 적었던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자녀가 힘들어할 때 어떤 응원이나 조언을 하셨나요?
이승민 선수 어머니 사진

A. (母) 승민이에게 ‘너는 이미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골프를 치라’는 말을 자주 해요. 대신 ‘너를 응원하고 또 대회에 초청해 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거나 플레이가 잘 안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도 덧붙이죠. 대단한 선수들 사이에서 큰 타이틀이 걸리고, TV 중계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즐겁게만 칠 수는 없겠지만,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Q. 부모님의 생각하는 승민 선수의 강점은 무엇이고, 강점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父) 승민이가 배움은 느리지만,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습과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자폐 발달장애에는 ‘발달 퇴행(developmental regression)’이라는 현상이 있어서, 승민이도 이미 배운 것을 하루아침에 잊어버리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또 시작하고, 남다른 노력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A. (母) 비장애인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고유한 감각으로 훈련과 플레이를 하는 면이 있지만, 승민이는 그 감각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감각이 그림이나 숫자로 표현되면 안심하고 확신하는 편이지요. 저희는 승민이의 이런 특성을 감안하여 ‘트랙맨(스윙분석기)’이라는 장비를 구입해서 훈련에 활용하게 했습니다. 화면에 나온 숫자들을 보여 주었더니 승민이가 자신이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빠르게 이해했습니다. 덕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승민 선수 아버지, 어머니 사진
Q.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할 승민 선수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母) 앞으로의 길도 승민이에게는 골프와 지적장애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곳에서 흥미진진한 여행을 한다 생각하고 살면서 매 게임 즐겁게 해 나갔으면 합니다. 아빠와 엄마, 슬기형이 한 팀이 되어 돕고 있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도 많이 생기고 있으니까 더욱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Q. 프로 골퍼를 꿈꾸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父)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프로 선수가 되어 골프를 직업으로 해서 살아가게 하려면 선수의 노력, 가족의 지원, 좋은 선생님 등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중간중간에 찾아오는 고비와 시련들도 이겨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승민이와 같이 자폐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라면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승민이가 프로 선수로 시합에 나가서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하고 갤러리와 팬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면, 그 많은 고난의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뿌듯함이 남습니다. 그냥 두었더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지 모르는 아이가 직업과 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승민이가 살아갈 인생을 설계하면서 마음은 바쁘지만, 소중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이승민 선수 사진

2022년 ‘제1회 U.S어댑티브 오픈’에서 우승한 이승민 선수

하나금융그룹 골프선수단은 총 18명의 라인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꾸준한 골프 선수단 후원으로 올해 이민지를 비롯해 무려 5명의 선수가 우승하며 쾌거를 이뤘습니다.

editor _ 류창희 photo _ 홍하얀

게시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