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ㅣ 미식

푹푹 찌는 여름,
원기를 채워줄 ‘보양식’의 세계

무더위에 바닥난 체력,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보양식이죠. 익숙한 ‘전통 강자’부터 보양식계의 ‘뉴웨이브’까지, 이번 여름 기운을 북돋워 줄 다양한 보양식을 들여다봅니다.

보양식, 계절을 이겨내는 한 끼의 ‘의식’

복날 삼계탕집 앞은 인기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합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서는 모습은 여름철 익숙한 풍경이지요. 점심시간을 사수하기 위한 ‘오픈런’까지 펼쳐지니 보양식에 대한 대한민국의 열정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사실 보양식은 더위에 지친 몸을 위한 단백질 보충,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여름철 컨디션을 다잡고, 무더위와 싸우는 우리만의 특별한 ‘작은 의식’ 같은 것이니까요. 장어구이 한 점에 회복되는 활력, 추어탕 한 그릇에서 느껴지는 든든한 에너지, 한방 오리백숙의 은근한 보양까지. 전통 메뉴들이 세대를 이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 계절을 지키는 힘과 위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우리네 ‘여름살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양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장어구이 사진
지금 나에게 필요한, 보양식의 세계

더운 날씨에 쉽게 지치고, 자꾸 입맛이 떨어지는 것도 그저 ‘기분 탓’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일지 몰라요. 요즘처럼 무더운 날이 이어질수록, 몸은 조금 더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하지요.

보양식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아니라, 계절과 몸의 리듬을 맞춰가는 ‘지혜’에서 나온 음식문화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꼼꼼히 챙겨야 하는 영양분들을 마음먹고 채워주는 한 끼 식사니까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식재료로 몸의 순환을 도와주고, 기초 체력을 지켜주는데요. 장어의 불포화지방산, 고단백 닭고기, 전복의 타우린, 오리의 필수아미노산 같은 성분들이 우리 몸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줍니다.

체질에 맞춰 보양식을 선택하면 그 효과는 더 좋은데요. 기운이 쉽게 빠지고 자주 피로를 느낀다면, 인삼이나 대추, 황기처럼 기력을 북돋는 재료가 들어간 삼계탕이 든든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찹쌀과 마늘, 밤 같은 부재료들도 속을 편안하게 채워주고, 오래도록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력이 많이 떨어졌을 땐, 미꾸라지를 진하게 끓인 추어탕이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장어 요리가 좋은 선택지가 되어주지요. 들깨를 곁들여 고소함과 영양을 더한 음식은 특히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몸에 열이 많고 자주 붓는 체질이라면 차가운 성질의 해산물이 부담 없이 잘 맞습니다. 전복, 문어와 같은 식재료들이 대표적이에요. 한방 약재와 함께 조리되면 더운 여름에도 기운을 채우면서 속은 편안하게 해주는 데 더욱 도움이 되지요.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토속촌삼계탕’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토속촌삼계탕’

보양식의 영원한 ‘클래식’, 삼계탕

복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보양식의 대표 주자, 삼계탕. 뜨끈한 국물과 촉촉한 닭고기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특별한 힘을 가진 음식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삼계탕 대세론’은 여전합니다. 가족이 모여 뜨끈한 삼계탕 한 그릇을 나누던 여름날의 기억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지요. 삼계탕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 한 그릇 안에 담긴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에너지’ 덕분일 듯한데요. 게다가 주머니 부담 없이 든든하게 기운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삼계탕이 복날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이지요.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자리한 ‘강원정’은 맑고 진한 곰탕 같은 국물로 입소문을 탄 곳입니다. 뽀얗게 우려낸 국물이 부담 없이 속을 편안하게 데워주지요. 영등포 신길동의 ‘원조호수삼계탕’은 들깨를 갈아 넣어, 들깨죽을 먹는 듯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이 특징입니다. 이곳 국물 한 숟가락이면 몸속까지 건강함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로구 ‘토속촌삼계탕’은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푸짐한 닭고기와 인삼, 찹쌀이 어우러진 진한 맛은 변함없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근본’인 삼계탕부터, 오골계 삼계탕, 옻계탕, 전기구이 통닭, 백숙 등 다양한 ‘닭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음식에 산삼 배양근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네요.

‘2025 미쉐린 가이드 빕그루망’에 이름을 올린 ‘옥돌현옥’의 어복쟁반과 냉면

‘2025 미쉐린 가이드 빕그루망’에 이름을 올린 ‘옥돌현옥’의 어복쟁반과 냉면

이색 보양식의 발견
특별한 여름의 맛

보양식이라고 해서 꼭 삼계탕만 먹으란 법은 없습니다. 여름철 기운을 북돋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요즘은 그 방식도 제법 다채로워졌으니까요.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이색 보양식들이 입소문을 타며 여름 식탁에 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퓨전굽는삼계탕

경기도 시흥시 ‘퓨전굽는삼계탕’은 이름처럼 삼계탕을 구워내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눈길을 끕니다. 돌판 위에 노릇하게 구운 닭과 흰목이버섯, 산삼 배양근을 얹고 따로 끓인 육수를 부어 완성하는데요. 대표 메뉴인 ‘눈꽃 굽는 삼계탕’은 ‘겉바속촉’한 닭고기와 진한 국물의 조화가 인상적입니다. 전복이 들어간 ‘오리지널’ 메뉴도 있어 취향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옥돌현옥

송파 가락동에 자리한 ‘옥돌현옥’은 깔끔하고 깊은 맛으로 소문난 이북식 어복쟁반 전문점입니다. 넓은 놋쟁반 위에 부드러운 소고기와 각종 채소, 버섯을 보기 좋게 담아 진한 육수와 함께 끓여 내는데요.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 덕분에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자꾸 찾게 되는 집입니다. 특히 메밀면 사리를 넣어 마무리하면 든든하면서도 개운한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지요. 특히 올해 ‘미쉐린 가이드 빕그루망’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신뢰가 더 가네요.

탕미옥

제기동역 근처 ‘탕미옥’은 해산물과 갈비의 만남으로 보양식의 경계를 넓힌 집입니다. 이 집의 시그니처인 ‘전복문어갈비찜’은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비주얼’이에요. 데친 통문어와 살아 있는 활전복이 소갈비찜 위에 듬뿍 올라가 있는데요. 갈비는 뼈가 쏙 빠질 만큼 부드럽고, 전복과 문어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국물도 감칠맛이 꽉 차 있어서,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지요.

조용히, 든든하게
호텔에서 즐기는 여름 보양식
‘앰배서더 서울 풀만’ 중식당 ‘호빈’
‘앰배서더 서울 풀만’ 중식당 ‘호빈’에서 선보이는 여섯 가지 중식 코스 ‘보양채보’

‘앰배서더 서울 풀만’ 중식당 ‘호빈’에서 선보이는 여섯 가지 중식 코스 ‘보양채보’

여섯 코스 ‘보양채보’를 보양식으로 선보입니다. 불도장으로 시작해, 북경오리와 사천식 공보 장어가 깊이를 더해주고요. 뒤를 이어 중화 냉면이 입안을 한 번 식혀 주고, 과일 디저트가 입안을 정리해 주는 코스입니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레스토랑 ‘데메테르’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레스토랑 ‘데메테르’ 박충만 총주방장이 전복장을 만드는 모습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레스토랑 ‘데메테르’ 박충만 총주방장이 전복장을 만드는 모습

100년 묵은 씨간장을 이용한 전복장부터 장어탕, 누룽지 닭백숙까지 장맛이 깊은 한 상을 준비했습니다. 자극적이고 ‘빠른 맛’에 익숙해져 있다면 느림의 미학을 담은 미식들로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다즈 서울 강남’ 한식당 ‘조각보 키친’
‘안다즈 서울 강남’ 한식당 ‘조각보 키친’에서 선보이는 점심코스 ‘복달임’

‘안다즈 서울 강남’ 한식당 ‘조각보 키친’에서 선보이는 점심코스 ‘복달임’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름 보양 코스를 마련했는데요. 점심 코스 ‘복달임’은 전복 물회와 능이버섯 해신탕 같은 메뉴로 부담 없이 기운을 채울 수 있고, 저녁 코스 ‘주안상’과 ‘숙수’는 민어구이, 삼계 영양밥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editor _ 이미란
photo _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엠베서더 서울 풀만, 안다즈 서울 강남, 토속촌(공식홈페이지), 옥돌현옥(업체등록사진)

게시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