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ㅣ 인생2막

느린학습자 아동의 성장을 돕는
‘같이에듀’ 학습멘토
박성주 선생님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취미를 공유하는 것들이 멘토링이지 공부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또래보다 학습 능력이 느리거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기초학습 능력을 가르치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는 같이에듀 학습멘토 박성주 선생님을 만나보자.

하나금융그룹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공익재단법인 청소년 그루터기재단을 통해 ‘같이에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의 학습 결손 및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멘토와 멘티를 1 대 1로 구성하여 체계적인 교육 지원과 문화 활동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는 것. 청소년들이 차별 없이 행복을 느끼고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같이에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바로 학습멘토다. 학습멘토로 오랜 시간 활동하고 있는 박성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같이에듀’ 학습멘토 박성주 선생님
Q. 선생님 소개 부탁드린다.

A. 자칭 ‘서울 초등교육 파수꾼’이다. 42년간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뛰고 웃으며 교사로 재직했고,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관리자의 역할도 수행했다. 황조근정훈장을 받으며 2019년 빛나게 정년퇴직했다.
현직 시절에는 공부를 즐기며 끊임없이 연구했다. 석박사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교육 방법과 풍요로운 인성 교육 방향을 연구하고 적용하고자 했다. 또한, 일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열과 성을 다하는 교육활동과 과업 수행으로 모범공무원증을 받기도 했다. 퇴직 후 2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졌지만 아이들 사랑을 놓지 못하고 서울시 교육청 교육봉사지원센터(전 교육인생이모작센터) 소속으로 느린학습자를 1 대 1로 돕는 기초 학습 지도 봉사를 시작했다. 2022년 ‘같이에듀’ 느린학습자 멘토링 2기부터 참여, 현재 5기도 참여 중이다. 느린학습자 지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느린학습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2022년 서울사대 교육심리학과에서 운영하는 장시간의 연수를 이수하고 느린학습자(경계선) 인지학습 상담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더불어 퇴직 1년 전부터 2년간 공부해 취득한 한국어 교원자격증(3급, 2급)을 바탕으로 이주여성디딤터와 연결, 삶이 어려운 이주여성 대상 한국어교육 봉사도 병행했다. 올해부터는 다문화초등교육봉사단 단장으로 서울시 교육청 남부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내에서 중도입국 다문화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초등교육 봉사도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교내 집단학습 상황에서 학습활동 적응이 어려워 액팅 아웃이 잦은 학생, 자폐스펙트럼 성향의 학생을 직접 돕기도 하고, 학급 담임이 다른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어가는 데 간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긍정적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 PBS)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42년간 교육자로 재직하면서 몸에 익은 아이들과의 자연스런 상호작용, 교육적 노하우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재능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인생 2막을 살아가는데 큰 기쁨이고 보람이다.

‘같이에듀’ 학습멘토 박성주 선생님
Q. 하나금융 공익재단 <청소년 그루터기 재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A. 청소년 그루터기 재단에서 기획한 ‘같이에듀’ 느린학습자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진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줄 보다 안정적인 학습지도자를 구하던 중, 서울시 교육청 교육자원봉사지원센터를 찾아와 교육 경험이 풍부한 퇴직교원들을 해당 프로그램에 연계해 주기를 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 당시 기초학습봉사단 서북중부 지단장으로 기초학습 봉사를 하고 있었기에 2022년도부터 자연스럽게 청소년 그루터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편지 사진
Q. 42년 교직 생활 은퇴 후 휴식 대신 다시금 청소년을 위해 학습멘토링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

A.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어린 학생들의 기초 학습력이 매우 부진해져 읽기와 쓰기를 못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와 주변의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접 면대 면으로 입 모양을 보면서 소리를 듣고 글자를 배우고 읽고, 바른 자세로 앉아 연필을 바르게 잡고 쓰기 연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 온라인으로 학습을 했고, 직접 만나면 모두 마스크를 껴야 했으니 극복하기 어려운 결손을 경험했다.
어린 손녀가 있어서인지, 손녀가 행복하려면 손녀 혼자 튼튼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살아가는 모두가 심신이 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느꼈고 어린 학생들의 학습 결손,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더 누적되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기초를 잡아주어야 한다고 여겨졌다. 또한, 퇴직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교육자였으니 그중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교육의 장(場)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학습 교재 확인하는 사진
Q. 학습 멘토로서 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A. ‘같이에듀’의 가장 핵심은 ‘느린학습자’ 프로그램이고 아이의 보폭에 맞추어 1 대 1 개별 맞춤 교육을 함으로써 느리지만 지혜로운 아이로 ‘나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학습부진아라는 말은 사용했지만 느린학습자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학습 부진은 원인은 밝히지 않은 채 왠지 게으름과 노력 부족인 것 같은 태도적인 측면이 강조된 느낌이 드는 반면, 느린학습자는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그 필연성을 수용하며 지도한다는 차이가 있다. 느린학습자는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IQ)가 전체평균 100점 기준인 분포에서 IQ 71점부터 84점 이하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적 기능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느린학습자는 배움의 속도가 느리고 한 번에 일정 분량 이상을 배우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느린학습자는 수준을 잘 파악하여 가랑비에 옷 젖듯 소량씩 반복 학습으로 나아간다.
또한 느린학습자 프로그램인 ‘같이에듀’는 느린학습자의 이런 특성을 반영하여 학습자 수준에 맞는 교재를 선별해서 천천히, 기다리며, 반복하며, 칭찬하며 나아간다. 국어, 수학의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 및 아동의 발달과업, 학교와 사회 적응에 중요한 덕목을 중심 활동으로 인성 발달 및 정서 안정을 지향하는 EQ 향상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이 풍부한 퇴직교원들이 한 학생을 1 대 1로 만나서 면대 면으로 서로 바라보고 순간순간을 공감하며 오직 한 아이만의 사고와 마음의 통로를 따라가며 지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지지도, 조작활동 등 모든 과정에서 통합적으로 심리∙정서지도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 중인 선생님과 학생 사진
Q. 사각지대 청소년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보람도 클 것 같다.

A. 멘토링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은 주로 각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 기관인 '지역 아동 센터'나 '보육원' 등에 소속된 학생들이다. 따라서 맞벌이 혹은 결손 가정, 조손 가정 등 가정적 배경이 어려워 돌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학습 활동을 '정서의 바다에 인지의 배'라고 한다. 바다인 정서가 흔들리면 인지의 바다 위의 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정서적 안정이 돼야 학습 성취도 높아진다. 멘토링 대상 학생들은 정서가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학습에 힘들 수 있는데, 1 대 1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고, 들어 주고, 공감해 주고, 기다려 주고, 작은 것이라도 찾아서 칭찬도 자주 많이 해 줌으로써 아이들의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자신감도 키워 줄 수 있다.
글을 읽고도 내용을 알 수 없던 아이가 유창성이 높아져서 말하듯 줄줄이 읽고 글의 내용을 잘 알게 되는 경우, 계산력은 비교적 좋은 편이나 수학의 문장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쉽게 계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해결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경우, 어휘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학생들이 학습력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또한 처음에는 만나면 말도 잘 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튕기기만 하던 아이가 멘토를 믿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며, 웃으며 대화를 호응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때도 기쁨이 크다.

Q. 또래보다 배움이 더딘 ‘느린학습자’ 아동을 멘토링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A. 느린학습자들은 학습의 지속력이 낮고 여러 가지 면에서 이해력이 뒤진 편이라 금방 학습에 지치고 짜증도 내고 싫증을 낸다. 또한 정서적으로 병리적인 현상을 보이기도 해서 책상을 발로 찬다거나 밀치기도 하고 학습하다 말고 “나 이거 안해!” 하며 학습실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특정 영역은 학습을 아예 거부하기도 하고 멘토링 진행과 관계없는 자신이 하던 것을 계속하기도 하고 갑자기 학습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럴 때 학습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학습자를 다시 학습으로 유도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멘티가 멘토를 만나고 상호작용에 반응해야 학습이 이어질 수 있는데 학습 자체를 거부하면 더 이상이 멘토링은 없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를 훈계하여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상태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학습자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라 앉히거나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메모하며 관심을 보여주거나, 학생이 좋아하는 학습 영역으로 학습을 이동하거나 등의 방법을 선택한다. 또 순간의 성취감을 맛보도록 초시계 등을 활용하여 학습의 집중도를 높이고 잘 하는 경우 보상을 주기도 한다. 작은 것에 대한 다소 과한 칭찬은 물론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등도 물어서 다음에는 그걸 준비하겠다 등의 방법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Q. 멘토링을 하며 만난 아이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는지?

A. 3학년 남자아이였는데 가정적 배경이 참 안타까웠다. 형은 자폐아였고 본인은 강박 불안이 있었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어릴 때 버리고 나가고 젊은 아빠 혼자서 두 아이를 감당하고 있었다. 학습 중에 우연히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옛날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있을 땐 엄마 아빠가 자주 싸웠어요. 근데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우리를 키우지 않고 버리고 갔어요”하고 말했다. 아이가 집에 가면 아빠는 누워서 쉬는 경우가 많아서, 운이 좋으면 혼자 아빠의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했고 그렇지 않으면 페트병 등을 이용하여 장난감 만들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센터에서도 학습을 거부하고 어려운 문제 등이 나오면 액팅 아웃을 해서 아버지의 동의하에 센터에서의 학습활동은 멘토링 외에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교사가 말을 하다 손등에 침방울이 조금이라도 튀는 느낌이 들면 손을 털며 책상을 발로 팍 밀치기도 했다. 학습 중에 수시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일쑤였다. 나와 만나기 1년 전에도 멘토링 때 멘토와 갈등을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
본격적인 멘토링이 시작되었고, 의외로 종합적응능력검사를 하는 첫 시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라 잘 맞는 듯도 했으나 차츰 어려움은 나타났다. 멘토링을 하러 가면 종이접기에 빠져 멘토링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한 시간 가량 만들기만 하고, 수업은 추후 보충을 하기도 했다. 아이의 엉뚱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장난도 받아주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학습을 했고 결국 1년을 잘 마무리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원하는 선물도 사주고 아이와 치킨 파티를 했다. 지금도 아이의 소식이 궁금하다. 자신이 그런 가정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기를 기도한다.

임명장 수료증 사진 네임택 사진
Q. 은퇴를 앞둔 예비 퇴직교원분들에게 ‘같이에듀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은지?

A. 퇴직 후 다시 교육의 현장이 그리울 때 학습멘토링을 추천하고 싶다. 수십 년간 쌓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갈수록 숫자가 많아지는 느린학습자들을 위해 쏟아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산 절벽의 시대에 한 명 한 명 모두 귀한 우리 아이들, 그 귀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학습멘토링 또한 아주 귀한 일이라고 말이다. 더불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멘토링의 장도 좀 더 확장되길 바란다.

Q.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A. 몸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멘토링 등 다양한 봉사는 계속할 것이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봉사활동이 건강을 이어가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을 때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아, 논술지도사 민간자격증도 취득했고, 시와 수필로 등단을 해서 시집과 수필집 발간도 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서울시 교육청 계간지 <서울교육>과 서울시 교육청 발행 <교원문학>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써온 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개인 시집이나 수필집을 내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아 거듭 미루고 있다. 이제 시간을 내서 글들을 잘 정리해 시집과 수필집을 내고 싶다.

게시일: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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