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ㅣ 취미
‘선착순’ 경쟁까지
뛰어들게 만드는
프리미엄 술의 매력
왁자지껄한 회식이나 단체 술자리보다 집에서 조용히 ‘좋은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람보다는 ‘술’에 집중하며,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기는 취미인 셈이다. 이들이 사랑하는 프리미엄 술들을 소개한다. 쉽게 가질 수 없기에 더욱 특별한, 프리미엄 술의 매력 속으로.

가수 박재범이 론칭해 인기를 끈 ‘원소주’
술을 사기 위해 선착순 경쟁이라니 낯설고 생경하다. 그러나 요즘 프리미엄 술의 세계에서는 ‘선착순’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정판 술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선착순 예약을 시도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농암종택 17대 종부가 직접 빚는 ‘일엽편주’는 판매되기 무섭게 ‘솔드아웃’되고, 가수 성시경이 만든 ‘경탁주’는 편의점에서 예약해야만 구할 수 있다. ‘연예인 제작 술 열풍’을 일으킨 박재범의 ‘원소주’ 역시 판매 초반, 구하기 경쟁이 치열했다.
프리미엄 술은 희소성과 품질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거기에 ‘한정판’이라는 말이 붙으면, 애주가들은 더욱 애가 탄다. 술은 역사와 제작 방식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세밀하게 선별된 재료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숙성 과정, 그리고 제작자의 철학이 담긴 한정판 프리미엄 술은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이 된다.

5대째 가업을 이어 양조장을 운영중인 전남 담양 '추성고을' 양대수 대표
프리미엄 소주, 그 한 병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알코올 농도와 가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전통 방식으로 만든 고급 소주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맛을 넘어서는 가치에 있다. 전통 소주의 고유한 맛은 희석식 소주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전한다.
충주 ‘담을술공방’에서 빚은 주향소주의 경우 3년 숙성 제품이 11만7,000원, 5년 숙성은 18만원에 판매된다. 5년 숙성 제품은 한정제품으로 판매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쌀로 발효주를 빚고, 증류기에서 증류한 후 직접 빚은 옹기에서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과실 향이 도는 향과 목 넘김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히는 ‘이강주’는 고유의 맛과 고급스러운 도자기 패키지로 선물용으로 꼽히는 술이기도 하다.
이강주와 타미앙스, 두 종류의 술 모두 가격대가 10만원이 훌쩍 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희석식 소주는 고농도 알코올을 물이나 첨가물로 희석하여 만든 술로, 가볍고 깔끔한 맛이 특징.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이 저렴하고, 맛의 일관성이 유지되며 깔끔하고 강한 알코올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참이슬, 새로 등이 희석식 소주에 속한다.
증류식 소주는 원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발효와 증류를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술은 더욱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얻게 된다.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가격이 고가라는 점도 특징. 이 때문에 증류식 소주는 통상 프리미엄으로 분류된다.

가수 성시경이 론칭한 ‘경탁주12도’
프리미엄 술의 인기에 힘입어 ‘노동주’로 인식되던 막걸리도 그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1,000~2,000원이면 살 수 있던 ‘대중’ 막걸리가 아닌, 한 병에 수 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벌컥벌컥 들이키던 술에서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맛과 향을 즐기는 술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의 공통점은 지역별 차별화된 원재료를 사용해 맛을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인공화학 감미료는 넣지 않고, 오랜 시간 보관하기 위한 살균처리 과정도 없앴다. 감미료를 넣지 않으니, ‘막걸리’하면 떠오르던 ‘숙취’ 또한 이젠 옛말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막걸리를 즐기는 세대도 점점 확대되어가는 추세다. 구하기 힘든 막걸리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 대표주자는 전남 해남 ‘해창막걸리’다. ‘해창18도’는 인터넷쇼핑몰에서 1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매번 ‘품절’상태다. 주력 상품인 ‘해창12도’ 역시 대형마트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막걸리로 꼽힌다. 최근 들어 가장 ‘핫’한 막걸리는 가수 성시경이 선보인 ‘경탁주12도’다. 애주가로 소문난 성시경이 본인의 이름을 따 만든 막걸리로 묵직한 맛과 탄산이 없는 고도수 제품. 인터넷에서 2병 1세트 2만8,000원에 판매 중이나 인터넷에 ‘구매팁’을 묻는 글들이 올라올 정도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막걸리의 인기몰이에 신흥양조장들도 힘을 더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으로 유명세를 탄 충남 예산 ‘골목막걸리 프리미엄’과 경기도 김포 팔팔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하드포션’도 요즘 떠오르는 ‘라이징스타’다.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춘풍양조장
‘양조장’하면 흔히들 지방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체 양조장의 25%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먼 길 나서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양조장 투어가 가능하다.
약수역 근처에 위치한 ‘춘풍양조장’에서는 막걸리 제조 체험 및 시음이 가능하다. 술이 발효되는 장면과 소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세련된 미디어공간도 조성돼 있어,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없다. 71.2도 독주 ‘삼해귀주’로 유명한 성산동 ‘삼해소주’는 정기적인 시음회와 북토크, 전통 소주 제조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시음 비용은 90분 기준, 3~4만원, 제조 교육과정의 경우 4개월 과정(5회차) 60만원이다.
다양한 전통주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오프라인 바(bar)도 있다. 전통주 온라인 쇼핑몰 ‘술마켓’에서 운영하는 ‘술마켓 바틀숍’에서는 구매한 전통주를 지하 공간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바를 운영 중이다. 외부 음식도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어 자신만의 안주를 전통주와 페어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서울 군자점과 경기도 하남미사점,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연말이 가기 전, 자신만의 특별한 술을 구입해 보거나 양조장 투어에 참여해 보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면 좋겠다. 지나친 음주는 해롭지만 적당히 술을 모으고 좋은 술을 음미하는 시간은 새로운 취미로 이끌 것이다.

전통주를 구입하고,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바가 갖춰져 있는 ‘술마켓 바틀숍’
‘서울 골드 스페셜 에디션’, 19만원(750ml)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서울양조장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막걸리. 최고급 누룩인 설화곡을 선별 발효해 숙성한 원액을 사용해 술을 빚는다. ‘대한민국 막걸리 아버지’라 불리는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이 운영하는 양조장으로도 유명하다.
화요 X.P, 17만5,000원(750ml)화요에서 선보인 도수 41의 증류식 소주. 증류한 화요 제품을 5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한국식 위스키’ 스타일로 완성해낸 술이다. 세계 최고 위스키를 선정하는 ‘월드 위스키 어워즈 2023’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요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가장 고가 라인. 직영점 판매가 기준 17만5000원, 인터넷 주류쇼핑몰에서는 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온증류소‘형형58’, 14만5,000원(500ml)
온증류소에서 생산하는 도수 58도의 증류식 소주. 100% 쌀로만 만들어진 소주로 높은 도수의 술임에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증류소는 참깨로 빚은 ‘연연소주’로 화제를 모았던 곳이기도 하다.

사진 _ 원소주 공식 홈페이지, ㈜추성고을 제공, 경탁주12도 공식몰, 춘풍양조장 공식 홈페이지, 술마켓 바틀숍 인스타그램
게시일: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