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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이시동도(異時同圖)-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의 전시로

하나은행은 2023년 세 번째 전시인 <이시동도(異時同圖)-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의 전시로>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간에서 일어난 사건 혹은 공간을 하나의 화면에 구성하는 ‘이시동도(異時同圖)’의 기법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시간과 공간이 담긴 하나은행이 소장품을 ‘하나’의 전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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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이시동도(異時同圖)–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의 전시로
일시: 2023.9.22(금요일)~
장소: 하나은행 본점 1층 로비
참여작가: 김아타, 박희섭, 이왈종, 황인기
작품: 총 7점 전시

김아타 작가의 <영문태그1시리즈는 카메라의 장노출 기술과 이미지 중첩을 이용하여 8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하나의 화면에 표현한다.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희섭 작가는 공예 재료인 자개를 회화에 접목시키며 하나의 화폭 안에서 현대와 전통, 구상과 추상 그 사이를 넘나든다. 1990년대부터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왈종 작가의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는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주변 풍경과 고전 산수화를 공업용 소재로 표현하는 황인기 작가의 디지털 산수화는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시동도(異時同圖)의 기법이 그림 속 이야기나 장면의 다양한 측면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과 같이, 4인의 작가가 연구한 기법과 재료는 각각의 철학적 탐구를 적절하게 표현해낸다. 나아가,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반영한 작품들을 하나은행의 소장품이라는 큰 화폭에 담아 보여주는 하나의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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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타

나(我)와 남(他)이라는 두 글자로 자신의 이름을 만든 김아타 작가의 <영문태그1시리즈는 장노출 기법과 이미지 중첩이 특징이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계속해서 열어두고 촬영하는 장노출 기법을 이용해 번잡한 도시 한복판에서 8시간 이상의 시간을 하나의 사진에 담아 낸다. 그 결과 움직임이 빠르거나 살아 있는 물체는 사라져 흐릿함만 남고, 고정되어 있는 물체만 또렷하게 남아 기록된다. 또한, 도시 곳곳의 풍경 사진을 포토샵을 이용해 중첩시키기도 함으로써 여러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작품에 담기게 된다. “모든 개체는 영원할 수 없다”는 존재하는 것의 역설성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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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섭 작가의 작품(우측), 이왈종 작가의 작품(좌측)

박희섭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희섭 작가는 전통 주단집을 운영한 부모님과 주변에 산재한 자개 공방의 영향으로 한국 전통문화와 색조에 관심을 가지며 자개를 회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서 나아가 생명력을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로 ‘장생’을 작업의 대주제로 삼으며, 영겁의 시간을 거쳐도 퇴색되지 않는 자개를 활용하여 그 설득력을 더한다. 이렇게 자개를 회화에 접목시키고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 익숙함과 낯섦의 이분법적인 개념을 넘나드는 작품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모던함을 느낄 수 있다.

이왈종

도시생활에 지쳐 교직을 중단하고 찾아간 제주도에 정착한 이왈종 작가의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는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이분법, 양극화가 아니라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와 순리에 순응하는 질서를 추구하는 불교 철학을 자연과 인간의 삶에 접목시킨다. 그리고 탐욕과 이기주의로 다투는 현실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평상심을 유지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 하나의 화폭 안에서 그 무엇도 강조되지 않은 각각의 소재들이 펼쳐지고, 동양화 재료의 장지에 서양화 재료의 아크릴로 채색하는 기법은 중도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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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기

황인기 작가는 충남 옥천에 위치한 작업실 주변 자연 풍경과 동양 고전 산수화 등을 컴퓨터로 이미지화하여 크리스털, 플라스틱 블록과 같은 공업용 소재로 표현한 디지털 산수화로 유명하다. 이는 디지털 매체와 현대적인 재료를 활용함과 동시에 픽셀을 한 개씩 붙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이 결합되어 물질 문명 중심의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이렇게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극복하며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글 _ 하나은행 총무부 큐레이터 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