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리며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임성재 선수의 2023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IV골프의 유혹을 떨치고 굳건히 미국PGA에서의 활약을 다짐한 그에게 군 면제가 걸려 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ㅣ 골프
[인터뷰]
‘스물다섯’ 임성재,
그 빛나는 시작
결혼은 동기부여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임성재가 드디어 품절남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 대부분의 남자 프로 골퍼들이 일찌감치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24살 임성재의 결혼은 좀 이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식 즈음해 만난 임성재는 이에 대해 “사실 어려서부터 일찍 결혼하고 싶었다. 투어 생활하면서 외로움이 많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생활이 안정되면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자신의 결혼관을 피력했다.
좋은 사람? 임성재 프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조건도 궁금해졌다. “사람을 봤을 때 성향이나 성격을 보는 편이다.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나는 순간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막연하게 나와 잘 맞겠다는 느낌이 들어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명이라고나 할까.” 뉴욕대 음대를 졸업한 아내를 지인의 소개로 만나 2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임성재 프로는 지금 한껏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다.
결혼식을 마친 그는 곧바로 하와이로 날아갔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에서 열리는 PGA투어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1500만달러, 약 186억7200만원)에 출전하기로 한 임성재 부부는 경기 일정보다 조금 일찍 호놀룰루에 도착해 많은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그는 “결혼을 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를 시작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 결혼이 앞으로 펼쳐지는 내 골프 인생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2023년
2023년은 새신랑 임성재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우선 올가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에 선발된 그에게 이번 대회는 그 어떤 경기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아시안게임은 남자 골프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면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병역 미필 엘리트 남자 선수들에겐 다른 어느 대회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다. 메달 보장이 없는 올림픽보다는 단체전이 있는 아시안게임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 차이로 결혼한 시우 형(김시우)이랑 같이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됐는데, 형과는 인연이 참 깊다. 도쿄 올림픽에도 함께 출전한 경험이 있어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은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팀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서로 으쌰으쌰하며 잘해보기로 했다. 올해는 새신랑들의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까이에서 임성재 선수를 지켜본 최경주 프로는 “임성재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골프를 한다. 실수를 해도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는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다. 자존감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겸손함과 성실함을 겸비한 임성재 선수의 앞날이 다른 어느 선수보다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자신감에 믿음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LIV골프? 관심 없다!
4살 때 엄마 따라 골프연습장을 찾아 장난처럼 골프채를 잡아봤고, 골프가 재미있어 7살 때부터 정식으로 골프를 배웠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나간 시합에서 자신의 골프 재능을 발견했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을 ‘노력형 골퍼’라고 평가한다. 매일 6~7시간씩 연습을 반복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골프가 싫은 적은 없었다. 가끔 슬럼프에 빠지는 동료들과 달리 아직 골프가 싫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그는 ‘천생 골프 선수’인가 보다.
“투어 기간 중 대회 참가 횟수가 많아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이언을 잘 쳐서가 아니라 체력이 좋아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평상시에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고 경기 중에만 체력이 좋아진다.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멘털이 강해지는 경험을 한다. 신기하다.”
인터뷰 내내 느긋하고 차분하게 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외유내강이란 표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난해 골프 판도를 흔들었던 PGA투어와 LIV골프 간의 갈등에 확실하게 ‘LIV엔 관심 없다’라고 못 박으며 뚝심을 보여준 바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 PGA투어는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겐 PGA골프만이 정통이다. 어려서부터 꿈이었고, 그 무대에서 경기하고 우승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LIV골프엔 돈은 있을지 몰라도 명예가 없다. 그래서 관심이 없다”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했다. 임성재다운 확고한 모습이다.

목표는 PGA투어 롱런
힘든 투어 생활이지만 1년간 경기를 마치고 겨울에 한국을 찾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그가 2023 시즌을 마치고 어떤 모습으로 고국을 찾게 될까.
“올해로 PGA투어 5년 차에 접어든다. 내 목표는 궁극적으로 PGA투어에서의 롱런이다.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감사하며, 올해는 메이저 우승으로 꼭 보답하고 싶다.“ 메이저 대회 중 특히 마스터스 우승이 욕심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 번 우승하면 평생 마스터스에 초정되는 특권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 3개 메이저 대회와 PGA투어에 5년 동안 출전 보장을 받기 때문이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낸 바 있는 그이니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승수를 쌓고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며 안정을 찾았으니 그의 꿈이 이뤄질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 새해 고군분투하는 새신랑 임성재의 앞날이 찬란하길!
글 엄윤정 기자
진행 서연수
사진 최민석
헤어&메이크업 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