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트이는 순간, 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분야가 바로 음악감상이다. 좋은 소리를 즐기기 위해 ‘덕질’도 마다않는 오디오 마니아라면 꼭 들러야 할 음악감상 공간 2군데를 소개한다.
라이프스타일 ㅣ 트렌드
‘빈티지 vs 최첨단’
당신의 오디오 취향은
오디오에 심취하다 보면, 심청 아비의 눈이 번쩍 띈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귀가 확 열리는 순간이 온다. 일명 ‘막귀’에서 벗어나 귀가 트이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오디오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마니악한 취미가 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오디오 마니아로 손꼽힌다. 오디오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명사들의 고급 취미가 됐을까? 직접 경험하고 느끼기 전까지는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소리’다. 때문에 무조건, 일단 들어보라고 권한다.
마니아들은 더 좋은 질감의 소리를 찾아서 자신이 구성한 기기를 보완할 장비를 연구하고, 들이고, 교체한다. 하드웨어 뿐이랴, 소프트웨어인 음반을 고를 때도 신중해진다. 같은 곡이라도 악단, 연주자, 지휘자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녹음 기술에 따라 구현되는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십 번 들었던 곡이었지만 귀가 트인 뒤 그전까지 들리지 않던 소리들의 미묘한 차이를 깨달을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이런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음악감상 공간 ‘콩치노 콩크리트’와 ‘오르페오’는 그래서 더, 반갑다.

사진: 콩치노 콩크리트의 빈티지 오디오 턴테이블 모습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호하는 영역은 크게 둘로 나뉜다. 최첨단 오디오와 빈티지 오디오다. 전문가들은 ‘현대의 최첨단 오디오는 현미경으로 음표 하나하하나를 들여다보듯 음의 디테일을 강조하고, 빈티지 오디오는 음의 골격을 잡아줘 자연스러운 실재 음을 들려준다’고 말한다.
아직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최신식 오디오 시스템이 잘 구성된 곳은 사운드 프리미엄 영화관이 제격이다. 서울 한남동, 강남, 부산 등에 자리한 사운드 시어터 ‘오르페오(ORFEO)’가 대표적이다. 빈티지 오디오의 끝판왕을 보고 싶다면 음악 감상실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가 있다. 재작년 5월 파주에 문을 연 이곳은 현재 오디오 마니아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100년 전의 소리 여행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
2021년 인적이 드문 파주 탄현면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다. 오정수 대표가 운영하는 전문 음악감상홀 ‘콩치노 콩크리트’다.

사진: 파주 콩치노 콩크리트 외부 전경

사진: 콩치노 콩크리트 내부 전경
입구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스피커 6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웨스턴 일렉트릭 브랜드의 역사적인 스피커를 실물로 마주한 자체만으로도 이미 즐겁다. 이 스피커로 국내에서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청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오 대표가 10대 시절부터 모은 2만여 장의 LP, 수십 대의 축음기, 턴테이블, 오르간 악기 등이 멋지게 자리 잡았다.

사진: 오정수 대표가 수집한 LP음반 및 축음기
홀 정면에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미러포닉 스피커 3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M2를 정중앙으로 M3가 양옆에 나란히 있고, 양쪽 끝으로 독일 물리학 박사인 크뤼거 형제가 만든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가 있다. 왼쪽 위편에는 웨스턴일렉트릭의 ‘15a혼’ 스피커를 와이어로 고정해놨다. 이 스피커들은 당대 극장용 오디오 시스템으로 활용됐고, 각 1대가 1,000~3,000석 정도의 대형극장을 커버했을 정도다. 6대 모두 1920~1930년대 미국과 독일에서 만들어진 장비다.
스피커에 귀를 귀울이면 소리가 구현할 수 있는 극한의 아름다운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울려 퍼진다, 연주하다, 함께 노래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콩치노(Concino)와 건물의 주재료인 콘크리트(Concrete)를 합성한 이곳의 이름답다.

사진: 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의 15a혼,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 웨스턴 일렉트릭의 M3, M2, M3,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 스피커
콩치노 콩크리트에서는 하루에 20여 장의 음반을 선별해 들려준다. 대곡부터 재즈,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 공연 실황음반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때론 음악감상홀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심도 깊은 곡도 섞여 있다. 때문에 음악감상 초보자부터 애호가들까지 매일 이곳을 찾아도 될 만큼 흥미로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오정수 대표는 가을이 오면 브람스를, 봄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단, 신청곡은 따로 받지 않는다. 즉흥적인 신청곡이 들어오면 준비한 플레이리스트의 흐름을 깰 수 있어서다. 오 대표는 개관할 때부터 “콩치노 콩크리트는 커피를 팔지 않고, 신청곡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카페가 되는 순간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노트북 사용까지도 가급적 제한될 만큼 오롯이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대신 음악 감상실 입장료로 20,000원을 내면 시간제한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다.
약 10m에 달하는 높은 층고부터 위층의 돌출된 객석까지 공간의 구조는 작은 오페라홀을 닮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하나의 악기처럼 모든 공간에 음악이 잘 울려퍼지도록 소리의 길’을 만들었다. 어느 위치에서 듣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자리를 옮겨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3층 통창으로 산을 바라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양옆에는 통창을 만들어 시시각각 변하는 사계절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담긴다. SNS에서는 ‘노을뷰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왼쪽 창 너머로 임진강과 닿을 수 없는 북녘땅이 보인다.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에는 북녘땅의 지형과 건물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지금 같은 겨울철에 석양이 질 때쯤 수백 마리에 달하는 철새가 떼를 지어 북녘땅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고 싶을 때 찾아가면 딱 좋은 공간이다.

사진: 콩치노 콩크리트 3층에서 바라보는 임진강과 그 너머의 북녘땅 모습
콩치노 콩크리트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 2층
문의: 031-946-5800
영업시간: 월,화,금(14:00~19:00) /
토,일(12:00~19:00) / 매주 수, 목 정기휴무
SNS: https://m.blog.naver.com/
프리미엄 사운드를 경험하다
‘오르페오(ORFEO)’
영화 마니아들이 IMAX 3D, 4DX 영화관을 찾듯이 오디오 마니아들은 영화를 더 깊이 있는 음감으로 즐기고 싶을 때 ‘오르페오’를 찾는다. 사운드 플랫폼 오드(ODE)가 운영하는 공간답게 최첨단 하이엔드 오디오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페오는 영화뿐 아니라 전문 큐레이터가 선별한 클래식, 오페라, 세계적인 공연 실황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때문에 오디오 마니아 외에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날 만큼 손꼽히는 상영관이다.

사진: 오르페오 한남점 모습
오르페오는 최고의 소리를 청감할 수 있도록 공간 설계 단계부터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영화관 입장 전 라운지에만 해도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드비알레 팬텀I 스피커가 있어 상영 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라운지에서 여유 있게 음악을 감상하거나, 라운지에 준비된 오디오 기기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까지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관 내부는 아늑한 느낌이다. 총 30석의 전용 좌석이 마련된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덴마크 하이엔드 오디오 스타인웨이 링돌프(Steinway Lyngdorf)의 스피커 34개를 곳곳에 설치해 어디에 앉아도 균일한 고급 음질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더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진: 오르페오 한남점 모습
프리미엄 상영관답게 이곳에선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며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영화 작품과 어울리는 향을 제공하는 스페셜 프로그램 등도 있어 오감 만족 영화감상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도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2~3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특별하다.
오르페오 영화관 이용을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전화나 SNS(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예약 후 좌석 선택은 당일 현장 결제 시 가능하다. 상영작을 관람하기 전 라운지에서 대기하는 시간에도 프리미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곳이다.
글 원지연 기자
사진 임익순 기자, 오르페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