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그림의 탄생> 전시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건용, 서용선, 오원배 등을 포함한 한국 현대미술가 12명의 150여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였다.
Art Bank ㅣ 하나아트클럽
[전시 리뷰]
‘그림의 탄생’ 展
성황리에 마쳐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전관에서는 한국 현대미술가 12명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 아트페스타 ‘그림의 탄생’展이 열렸다.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대표 김윤섭)와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 공동 주최로 열린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중진(이건용ㆍ서용선ㆍ오원배), 중견(민병훈ㆍ변웅필ㆍ윤종석ㆍ송필ㆍ김남표), 청년(강준영ㆍ박경률ㆍ박효빈ㆍ유현경)으로 구성된 12명의 작가들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대형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5~10m 길이의 회화 작품부터 10~20m 길이의 초대형 작품 등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작가의 역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30일에는 이번 전시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 이건용 화백의 ‘달팽이 걸음’ 특별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는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된 것으로 이건용 화백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새롭게 시연되는 ‘달팽이 걸음’은 실내전시 중 최대 길이인 22m 바닥화면 위를 앉은뱅이 걸음으로 이동하였다. 10월 6일에는 하나아트클럽 손님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도 특별 진행됐다.
전시 기간에는 관람객과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여러 참여형 프로그램과 아트토크 등이 진행됐다. 초대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이 탄생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어볼 수 있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 해주는 오디오가이드도 제공됐다.
<그림의 탄생>展을 총괄 기획한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김윤섭 대표는 “그림의 순기능과 역할은 작품 자체보다 창작자의 신념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판매될 상품 이전에 예술적 감성과 영감을 전하는 작품으로써의 가치에 주목한 전시이다. 한 작품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작가적 역량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직접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라고 밝혔다.
[한국 현대미술가 12명의 작가 & 작품 설명]
이건용(b.1945, Lee Kun-Yong)
이건용 작가는 70년대 전반부터 전시, 텍스트, 이벤트, 퍼포먼스, 토론 등 다양한 형식의 개념미술을 통해 실존적 시각의 한국 시각예술 영역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랍니다. 특히 회화의 기본언어인 선 긋기 행위를 통해 ‘신체의 지각과 존재의 확인’이라는 철학적 사유의 일명 “몸짓회화, 신체적 회화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전시를 기념해선 퍼포먼스와 회화, 판화작품을 선보입니다.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는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된 작품입니다. 자연 속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통해 디지털 시대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꾸준한 걸음을 달팽이처럼 걸어간 뒤에 남는 궤적은 작가나 관람자가 평생 일구어온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숙연함을 전합니다. 이번 <그림의 탄생전>에선 실내전시 역대 최대 길이인 22미터 ‘달팽이 걸음’ 작품이 전시 개막을 기념해 시연했습니다.

사진: 이건용,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 2022.09.30 ‘그림의 탄생’ 展
서용선(b.1951, Suh Yong-Sun)
서용선 작가는 미술로 인문학의 정신을 표현하는 대표적 미술가로 통합니다.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산과 들을 찾아 현장 스케치를 다니는가 하면, 날것으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서용선 특유의 원색조 붓 터치’로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구조화된 화면 구성,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근대와 현대의 감성적 중첩과 충돌의 감성을 회화 혹은 입체로 폭넓게 선보여 왔습니다.
서용선 작가의 작품은 모든 시각적 형상을 실존적 삶에 대한 함축적인 관심사로 이끌어낸 현대인의 자화상 혹은 풍경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번 <그림의 탄생전>에 출품된 높이 5미터, 가로 7미터가 넘는 대형 ‘자화상’시리즈 작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강렬한 붓 터치로 표현된 인물에서 거친 인간적인 삶에 대한 연민까지 느낄 정도로 뭉클하고 생생한 감동을 전합니다. 서용선 작가의 조각 작품은 너무나 회화적입니다. 통나무를 몇 번 도끼로 거칠게 찍어낸 흔적으로 마술사처럼 뚝딱 서 있는 사람을 등장시킵니다. 마치 도끼를 붓 삼아서 화면을 휘저어 놓은 입체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사진: 서용선, 2022, ‘그림의 탄생’ 展
오원배(b.1953, Oh Won-Bae)
오원배 작가는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공간과 환경에 대한 다양한 시점의 해석을 보여줍니다. 인체의 역동 적인 제스처를 통해 인간의 실존과 소외의 문제를 묵직한 조형언어로 탐구해왔습니다. 간혹 인간의 모습을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와 순간적 충동을 기록하는 행위로써 드로잉 기법을 애용합니다.
이번 <그림의 탄생전>을 위해서 특별히 세로 6미터, 가로 5미터에 육박하는 ‘무제’ 시리즈 대작을 제작했습니다. 작품은 역시 그만의 휴머니티를 잘 보여줍니다. 높게 자란 거대한 선인장을 초연하게 마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초상에서 알 듯 모를 듯 삶의 애환까지 전해집니다. 특유의 무채색 톤은 굵직한 드로잉 선묘 에서 회화의 순수한 조형미가 엿보입니다.

사진: 오원배, 2022, ‘그림의 탄생’ 展
민병훈(b.1969, Min Byung-Hun)
민병훈 작가는 제주에서 바다와 숲을 거닐며 자연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영상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예술영화계의 대표 감독인 만큼 그의 영상은 자연 이미지의 순수한 조형성과 시공간의 리듬을 ‘시적 필름’ 으로 담아내었습니다. 감성적이고 명상적인 시점으로 포착한 영상들은 마치 사색하며 산책하듯, 지친 현실 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민병훈 작가의 작품들은 예술영화와 미디어 영상의 경계를 넘나들면 어떤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마치 정지된 화면이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나 그림 같기도 합니다. 느린 속도로 서서히 진행되는 화면 속 영상은 자연의 비밀을 작은 목소리로 아주 조금씩 읽어주는 듯, 깊은 여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진: 민병훈, 영원과 하루, 2022,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9min 52sec
김남표(b.1970, Kim Nam-Pyo)
김남표 작가는 ‘그린다’는 기본적이고 절대적 개념에 충실한 면을 넘어, 날선 감각의 예민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붓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휴지, 목탄, 면봉, 유화물감, 인조털 등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즉흥적으로 활용합니다. 김남표 작가에게 모든 재료들은 마치 회화의 본질을 재해석하거나 동시에 그에 대한 답을 구축해가는 수단이 되어주는 듯합니다.
김남표 작가의 ‘검은 풍경’ 시리즈는 인조모(毛)를 바늘로 일일이 가다듬은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세밀한 인조모 바탕화면을 바늘 끝으로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일일이 매만지고 가다듬어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독창적인 작품은 이미 26년 전부터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입니다. 가장 단순함과 완결함의 미학이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증명해줍니다.
김남표 작가의 만개한 꽃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해바라기 연작은 아주 특별합니다. 바로 그 작품 속에 우리 인생의 거울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전시기간 동안 현장에서 해바라기 시리즈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관람객에게 공개했습니다.

사진: 김남표, 2022, ‘그림의 탄생’ 展
변웅필(b.1970, Byen Ung-Pil)
변웅필의 그림은 섬세한 선과 세련된 색감을 통해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감동을 전하는 특별한 미적 감성’을 증명합니다. 변 작가는 “형태를 그리기 위해 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그리기 위해 형태를 사용한다. 그것이 회화다.”라고 강조합니다. 고전적 초상화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며, 직접 조합해낸 독창적인 색들과 면면들을 섬세한 붓질로 채워 시각적 조형미를 완성한 그림들입니다.
변웅필 작가의 그림제목은 일괄적으로 ‘SOMEONE’입니다. 말 그대로 ‘어떤 누구든’ 익명성을 상징하기도 하며, 남녀 구분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년이거나 청년이거나, 동성이거나 이성이거나 상반된 개념으로 양분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인위적인 경계를 초월해 넘나드는 자유로운 조형적 설정의 그림들입니다. 보는 이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감각을 존중하는 듯합니다.

사진: 변웅필, SOMEONE, 2022, Oil on canvas, 180×150cm
송필(b.1970, Song Feel)
송필 작가의 작품에선 진정성 넘치는 조각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제작방식을 고집하지만, 항상 현재진행형의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명의 새롭고 무한한 희망과 바람을 조각에 담아냅니다. 구상조각의 특성을 기반으로 나무와 돌, 동물 같은 자연소재부터, 나목이나 죽은 나무의 껍질 등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진정 어린 감성들을 품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최근에는 매화시리즈를 자주 선보입니다. 죽은 껍질을 뚫고 새순을 뻗치거나, 가느다란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듯 매달린 청매화 대형 설치작품은 참으로 압권입니다. 피부 조직처럼 섬세한 나무껍질의 표현력이나, 굵고 가느다란 가지들의 극적인 대비까지 묘한 긴장감과 생동감 넘치는 숨결을 불어넣어 긴 여운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진: 송필, 레퓨지아-움트다Ⅰ, 2021, Bronze and luminous paint on stainless steel, 30×290×79cm
윤종석(b.1970, Yoon Jong-Seok)
윤종석 작가의 그림은 바늘을 제거한 주사기통에 아크릴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찍어 완성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일명 ‘주사기 회화’로도 불립니다. 더없이 큰 회화가 지닌 숭고함의 큰 울림을 품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들은 일상을 기록하고 채집한 결과물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같은 날짜에 일어난 에피소드들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해 작가만의 창의적 관점으로 재조합한 방식입니다.
윤종석 작가의 그림은 지독한 인내력과 지구력의 끝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적어도 수십 만 개의 점을 찍어야 완성되는 작품들인데, 이번 <그림의 탄생전>에는 그런 그림 16점을 한 데 모아 놓은 회화 설치작품을 선보입니다. 마치 책장에서 눈에 들어온 책을 꼽아서 읽듯,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진열장에서 꺼내 본다는 설정입니다. 회화의 읽는 재미와 입체설치의 역동적인 공간구성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품입니다. 특별히 제작된 200호 신작의 제목은 <다시 만나는 세계>입니다. 팽이 모양의 무지개 빛깔 기물, 열쇠를문 새, 저울을 매단 하트풍선, 별과 이파리 등 ‘찰나의 존귀한 존재들’을 회화적으로 채집한 역사의 기록을 보는 듯합니다.

사진: 윤종석, 2022, ‘그림의 탄생’ 展
강준영(b.1979, Kang Jun-Young)
강준영 작가의 작품엔 자신을 둘러싼 삶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스토리텔링의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표현방식은 세라믹, 페인팅,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경계가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낸 고백처럼, 흥미로운 것은 그 작품 안에는 사랑과 희망, 가정과 집 등 서정적 감성들을 대변 하는 텍스트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경험과 감성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독창적 콜라보를 보여줍니다.
7미터 길이의 긴 진열장엔 강준영 작가의 조형적 특성이 담긴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크고 작은 항아리 형식과 다양한 모양의 오브제 도조 작품들은 소중히 간직해온 옛 추억의 보물 상자를 열어 놓은 것처럼 설레게 합니다. 제각각의 칸마다 서로 다른 사연들이 자리 잡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추억을 재생시켜주는 맞춤형 거울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내일 꾸게 될 꿈까지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강준영, 2022, ‘그림의 탄생’ 展
박경률(b.1979, Park Kyung-Ryul)
박경률 작가의 작품은 ‘조각적 회화’로 불립니다. 전형적인 회화방식에서 벗어나 2차원의 회화를 3차원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회화적 공간’을 구축해낸 그만의 연출방식은 매우 독창적입니다. 관습 적인 회화의 구성요소는 색, 선, 구도, 형성, 내러티브, 정신성 등을 앞세우지만, 박 작가는 그러한 기본 요소들을 뒤틀고 제거함으로써 익숙함과 생경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박경률 작가의 그림들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 어느 것보다 견고한 완성적 미감을 보여줍니다. 박 작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회화형식의 실험을 지속해오면서 끊임없이 ‘예술의 본질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이어가는 과정인 셈입니다. 2차원 시점의 예술이란 회화적 한계에 입체적 공간이 지닌 3차원적 시점을 담아내기 위해, 간혹 그림 속에 등장하는 요소들과 직접 연계시킨 오브제들을 전시장에 함께 설치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도들은 무한한 상상력의 심미안을 통해서만이 박경률 회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합니다.

사진: 박경률, 그림 7, 2020, Oil on canvas, 230×280cm
박효빈(b.1981, Park Hyo-Bin)
박효빈 작가는 자연을 바라봄으로써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그림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경험을 통해 만나는 산이나 숲과 같은 자연의 거대함 또는 경외감의 감성적 여운을 사생으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공원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인물들, 호수에서 싸움이 벌어진 듯 물위를 첨벙거리는 백조 몇 마리, 사람들을 피해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의 시선들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침잠해 들어가는 박효빈 작가의 풍경화 연작은 특유의 상서롭고 매력 적인 감흥을 선물합니다.
사람보다 훨씬 큰 2미터 세로 높이에 가로가 10미터에 이르는 회화작품은 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그것도 끊지 않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promenade>이란 작품의 제목처럼, 마치 드넓은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만나는 풍경들을 채집해 놓은 것 같습니다. 가로형 화면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 습니다. 왼쪽의 투명하고 여린 녹색은 봄빛을 연상시키고, 갈색조를 띤 오른쪽 부분은 가을을 연상시켜, 일종의 세월의 흐름을 인생의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아 아주 흥미롭습니다. 10미터 대작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작품들을 설치하듯 연출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사진: 박효빈, 2022, ‘그림의 탄생’ 展
유현경(b.1985, You Hyeon-Kyeong)
유현경 작가의 그림은 실재 모델이나 대상을 근거로 제작되지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재현에는 흥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과 교감을 통해 형성된 관계성을 작가만의 감정선에 따라 캔버스에 옮겨진 것입니다. 한편으론 관계 중심의 작업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에 이르러선 그 관계마저 망각시킨 ‘실존적 시간대의 새로운 창조방식‘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일상과 비일상의 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유현경 특유의 직관적 경험‘의 해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실존의 그림자‘를 좇는 회화적 탐구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사진: 유현경, 집으로, 2022, Oil on canvas, 167×34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