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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프리즘]
‘제2의 봉준호’ 꿈꾸는
할리우드 프리비즈 아티스트, 안승원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체인 월트디즈니에서 2022년판 <피노키오>를 공개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이 영화엔 한국인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프리비즈 아티스트, 안승원씨다.

한국인 ‘프리비즈 아티스트(Previs Artist)’ 안승원씨는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영상 연출가다. 프리비즈 아티스트는 쉽게 설명해 3D 애니메이션이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청사진을 제시하는 직업이다. ‘사전 도면’을 그리는 작업과도 비슷해 ‘레이아웃 아티스트’로도 불리운다.

안승원씨는 미국 대학 졸업한 해부터 지금까지 4년째 프리비즈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졸업 후 처음으로 작업했던 영화는 마블스튜디오의 <이터널스>(2021)였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 한국인 배우 마동석의 첫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참여로 한국에도 유명세를 탄 작품이다. 코로나로 개봉 일정이 지연돼 2021년에서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이터널스> 이후 디즈니에서 작업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0) 애니메이션도 국내에 소개된 안승원씨 참여 작품 중 하나다. 안승원씨에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코로나 팬데믹과 겹치면서 첫 재택근무를 하며 완성한 작품이라 더욱 특별하다.

<이터널스>의 한 장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한 장면

아쉽게도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관 개봉을 전면 금지해 영화관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그는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축하를 해줬던 기억이 있다”며, 디즈니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프리비즈 아티스트로 가장 많이 성장했던 순간이라고 떠올렸다.

이 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드 노티스>(2020)와 서바이벌 슈팅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비롯해 국내 아이돌 그룹 미래소년의 뮤직비디오, 현대그룹 수소자동차 애니메이션 광고 등 국내외를 오가며 영화와 TV광고, 뮤직비디오까지 짧은 시간에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전문가다.

프리비즈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안승원씨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안승원씨는 뉴욕에 있는 ‘School of Visual Arts(SVA)’의 필름학과로 진학했다. 그 무렵 3D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고서, 연출과 표현에 한계 없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해 Computer Arts, Animation and Visual Effect로 전공을 변경,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며 시작한 공부는 무척 흥미로웠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인생 처음으로 단편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그때 프리비즈 작업을 접하게 됐다. 당시 프리비즈 작업은 처음이라 서툴렀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작정 스토리보드를 짜고, 어설픈 프리비즈 작업을 한 뒤 주변 지인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프리비즈 작업은 정해진 답이 없어 수정을 거듭하고, 다시 피드백 받는 과정을 반복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며칠 밤을 새워 일을 해도 지치기보다 더 즐거웠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안승원씨를 비롯해 프리비즈 아티스트들은 최고의 장면을 위해 계속된 수정은 필수 과정이라 여긴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액션 단편 애니메이션 로, 연출 부분의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영화제(KINOdiseea, PSIAF 2019, Florida Animation Festival 2020, ADC: The Young Ones Cubes 등)에서 안씨의 졸업 작품이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KINO, ADC에서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졸업 작품 덕분에 드림웍스, 블리자드, 디즈니 픽사 등 주류 영화 제작사에서 프리비즈 아티스트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블리자드와 디즈니에서 프리비즈 아티스트로 일했다.

안승원씨 졸업작 의 한 장면

첫 직장인 더써드플로어에서 <이터널스>와 <레드 노티스> 등의 작업을 한 안씨는 2020년초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옮겼다. 디즈니 레이아웃 부서의 첫 한국인 아티스트의 탄생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제작에 참여했다.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홍콩영화를 많이 접해본 안씨에게 동양 무술이 들어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작업은 익숙하고 흥미로웠다.

그는 현재 LA의 디지털 비주얼 제작사인 헤일론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며 영화 <피노키오>부터 <토르4: 러브 앤 썬더>, <아쿠아맨2> 등의 프리비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비즈 아티스트로서 미래 계획

안승원씨는 직업 특성상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카메라 위치, 렌즈 종류, 구도, 움직임 등을 파악하느라 영화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영화를 즐기면서도 직업 분야에서는 계속 분석하고 배우는 과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프리비즈 아티스트로서 선망하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롭 드레슬 연출가 등과 작업하는 일이 정말 행복하다. 항상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한 아티스트가 되자고 다짐한다. 미래에는 영화감독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안씨는 일할 때 함께하는 전문가들에게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언제가 한국의 전래동화와 국악 등을 활용해 한국적인 요소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프리비즈 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르 불문하고 정말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신만의 스토리보드를 제작해 시퀀스를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하다. 또 영화 하나를 선택해 제일 마음에 드는 시퀀스를 똑같이 따라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이런 작업들은 카메라와 연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실제 작업하는 과정에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프리비즈 아티스트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백 번의 수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다른 전문가들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연습이 중요한 스킬이다.”

‘프리비즈 아티스트’ 직업이란?

프리비즈는 Pre-visualization의 약자로 촬영 전에 스크립트와 스토리보드를 참고해 3D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구현하는 작업을 지칭한다. 액션이나 추격 장면처럼 복잡한 신(scene)들은 프리비즈를 기반으로 카메라 위치, 연출을 위한 카메라 움직임, 카메라 구도, 캐릭터 동성, 조명 위치, 컷 타이밍, 소품 위치 등을 결정한다. 프리비즈를 바탕으로 각 전문가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움직이며 복잡한 영화 장면들이 완성되는 것이다.

원지연 기자
사진 중앙포토, 안승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