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여행

[스토리 대한민국]
통영의 숨은 보물 찾기

살랑대는 봄바람에 마음 설렌다면,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항구 도시 통영으로 떠나보자. 사시사철 온화한 날씨에 섬과 섬을 이어서 너르게 펼쳐지는 통영은 바다의 땅이라고 부른다. 570여개의 섬이 통영 바다 앞에 흩뿌려져 있다. 이 중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44개에 불과하다. 통영의 보물 같은 섬들 구석구석을 여행해보자.

봄날, 바다 보며 산책하기 좋은 ‘연대도’와 ‘만지도’

통영 육지에서 배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는 연대도에는 주민 80여명이 모여 산다. 섬마을 특유의 정취가 느껴지는 이곳은 집집마다 사연이 담긴 문패를 걸어 놓았다. ‘가장 오래된 밀감나무와 시원한 우물이 있는 백또성아 할머니 댁’,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같은 문패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대도는 사실 유적지로 유명하다. 선사시대의 조개무지와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통영 각 지에 분포되어 있는데, 그 중 석기시대 패총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 바로 연대도이다. 석기시대 토기와 동물뼈로 만든 연장들이 나왔지만 특히 신석기시대 유골이 나와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연대도 지겟길 초입

‘연대도 지겟길’은 총 길이 2.3㎞로 섬을 크게 한 바퀴 돌며 반나절 정도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예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길이라 특별히 가파른 구간도 없어 여럿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다. 4~5월부터 여름까지 섬 곳곳에 수레국화, 감국, 구절초, 백일홍, 노랑 창포, 분꽃 등이 피어 꽃밭을 이루니 바라보기만해도 황홀하다.

연대도 선착장에서 건너편 섬 만지도까지는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출렁다리는 길이 98m, 폭 2m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현수교다. 다리를 건널 때 바람에 따라 출렁임이 생생하게 느껴져 출렁다리이다. 다리 위에서는 인근 학림도, 송도뿐 아니라 오곡도, 내부지도, 곤리도까지 바라볼 수 있다. 출렁다리에서 연결되는 만지도 구간은 해안 데크길이다.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몽돌 해수욕장이 나오고, 바닷가 절벽에는 야생 춘란이 드문드문 자리잡았다. 갯바위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만지도는 인근의 다른 섬에 비해 사람이 늦게 입주한 섬이라는데서 유래했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며 양식을 전문으로 한다. 섬 주변에 참돔, 감성돔, 농어 등이 많아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하다.

통영의 보물 같은 섬 사량도

통영시 사량면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사량도 ‘상도와 하도, 수우도’ 3곳의 섬 외에도 1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사량도의 섬 중 윗섬을 상도라 하고, 아래섬을 하도라 한다.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사량대교가 2015년 개통됐다. ‘사량’은 원래 두 섬 사이를 흐르는 해협을 뜻하는 옛 이름에서 유래했다.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기다랗게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하늘에서 본 사량도

상도와 하도에는 각각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등산 코스가 있다. 상도는 특히 지리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등산코스가 인기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인 기암절벽과 암릉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하도에는 크고 작은 7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어져 있는 칠현봉과 옛 사량진의 봉수대가 있는 섬으로 등산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섬으로 최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 등산과 함께 1년 내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낚시광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수우도의 기암괴석

수우도는 통영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유람선에서 수우도의 기암괴석을 바라보고 있자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섬의 모습이 소와 닮아서 수우도로 불린다. 이곳에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꽃이 피는 이른 봄철에는 섬 전체가 빨갛게 물든다. 거친 바람 덕분에 섬 주변으로 특이한 외양의 바위들이 수우도를 감싸고 있다.

통영의 진미(珍味)를 찾아서

# 도다리쑥국

섬의 도시답게 통영에서는 봄철 ‘도다리쑥국’이 인기 만점이다. 세지 않은 어린 쑥인 애쑥을 넉넉히 넣어 우리면 맑은 국물이 나오는데, 여기에 펄떡 거리는 싱싱한 도다리를 넣고 끓인다. 파, 마늘, 땡초를 다져서 곁들이면 완성이다. 연푸른 빛의 국물은 쑥향과 신선한 바다 내음이 짭짤하게 어울린다. 산책 후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으면 기분 좋은 나른함이 온몸을 감싼다.

# 화전(花煎)

봄이면 통영 전통시장 안의 떡집 좌판에는 찹쌀가루와 진달래꽃, 어린 쑥을 버무려 놓은 비닐 봉지가 놓인다. 집에서 둥글에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꿀에 재우면 빛깔 고운 화전(花煎)이 되니 손쉽게 입으로 먼저 봄을 맞이하는 셈이다.

# 가오리회무침

신선한 가오리를 가로로 썰어서 빨갛게 무쳐서 먹는 요리다. 가오리 연골이 입속에서 오도독 씹히는 재미가 있다. 반건조 가오리는 통으로, 또는 가로로 얇게 썰어서 찐다. 갖은 양념에 버무려 먹으면 그만이다. 통영에선 상에 올릴 때 실파를 통통 썰어서 깨와 함께 올린다.

# 시락국

이른 새벽 든든하게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은 시락국이다. 장어와 시레기를 듬뿍 넣어 뽀얗게 국물이 우러난다. 산초가루와 방아 잎을 넣어 혀를 톡 쏘는 듯 입안이 환해진다. 통영시내 서호시장에는 아침 일찍 장이 열려 시락국집 골목이 따로 있다.

김홍란 작가 & 경남 통영시문화관광해설사
사진 및 자료 중앙포토, 통영시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