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고고한 기상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예의 고장 전라남도 장성에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았다. 선비의 고장 골골이 박힌 오색 단풍길을 거닐며 가을의 향취에 담뿍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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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대한민국]
가장 진한 가을
‘장성’

필암서원과 홍길동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에 위치한 ‘필암서원’은 조선 중기 문신인 하서 김인후를 위해 1590년 세워진 서원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곳이다.
지난 2019년 7월, 전국 9개 서원과 함께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필암서원은 고즈넉한 필암마을 한편에 위치해 있다. 필암서원은 보물 및 문화재로 지정된 목판과 문서 등 조선시대 서원운영과 선비교육에 관한 중요한 기록·사료들이 보관돼 있어 의미있다. 서원을 비롯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필암마을 구석구석에 발자국을 남길 때면, 마치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속 시골마을을 거니는 느낌을 받는다.

필암서원
필암서원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공원이 꾸며져 있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선비의 고장답게 정갈하고 정제된 분위기의 조경이 눈길을 끈다. 이맘때면 필암서원 안팎을 물들이는 단풍나무 덕분에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홍길동테마파크
도학과 절의, 문장에 두루 탁월한 능력을 보인 하서 김인후의 고향인 장성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주저 없이 ‘홍길동’을 꼽을 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홍길동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실존인물이다. 장성군 출신인 홍길동은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주인공이 돼 역사에 영원히 기록을 남긴다.
장성군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인 홍길동의 흔적을 지키고자 23만㎡(약 7만평) 규모의 ‘홍길동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홍길동이 실제로 나고 자란 생가와 그의 발자취를 기록한 전시관, 산채체험장과 야영장, 풋살경기장, 숙박시설인 청백한옥과 오토캠핑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양사
내장산과 백양사
‘산수 좋기는 첫째가 장성, 둘째가 장흥’.
전국팔도를 제 집 앞마당처럼 누볐던 암행어사 박문수의 평가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박문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그의 말이 그리 틀린 주장을 아니리라.
굳이 박문수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장성의 풍광은 전국 수위를 다툴 만하다. 전국의 수많은 명산 중 당당히 일좌를 차지한 호남 명산 내장산이 대표적이다. 특히 선선한 날씨가 짙어지는 가을철이면 내장산은 호남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단풍명소’로 거듭난다.
‘가을’ 그리고 ‘내장산’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알록달록 색동옷을 갖춰 입은 가을 내장산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설명은 매년 몰려드는 단풍 인파가 대답해준다.
‘가을 한정’ 우리나라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 내장산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도보’가 최고의 선택이다. 가장 진한 가을의 향취에 빠지고 싶다면 ‘호남 불교의 요람’으로 불리는 백양사로 향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백양사는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스님이 창건한 고찰로 백두대간이 남으로 치달려와 장성지역으로 뻗어 내려온 백암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예로부터 백암사 혹은 정토사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경내에는 보물인 소요대사부도를 비롯해 극락보전, 대웅전, 사천왕문, 청류암, 관음전 등의 건조물 문화재와 비자나무숲, 고불매와 같은 천연기념물이 자리해있다.
입구에서부터 백양사로 이어지는 약 2km에 이르는 산책로는 대부분 평지로 이뤄진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 수령을 자랑하는 갈참나무와 사찰 입구에 조성된 연못, 시원한 계곡물 소리 등 걸음걸음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참고로 단풍 성수기에는 사찰 앞에 마련된 주차장이 다소 좁은 관계로 방문객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으니, 백양사 매표소 초입에 위치한 너른 공터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매표소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무료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축령산 편백숲

축령산 편백숲 트레킹 코스 (당일치기 코스)
제 1구간 – 9km (3시간)
모암마을 – 작은모암제 – 모암휴게소 – 매남삼거리 – 금곡사방댐분기점 – 금곡영화마을
제 2구간 – 6.3km (3시간)
금곡영화마을 – 금곡입구삼거리 – 안내소 – 치유의숲안내센터 – 추암마을 – 괴정마을
제 3구간 – 4.5km (1시간 30분)
괴정마을 – 바래길쉼터 – 축령산대덕휴양관 – 대덕마을분기점
제 4구간 – 3.8km (1시간 20분)
대덕마을분기점 – 산소축제장 – 모암주차장 – 통나무집삼거리 – 모암마을

축령산 편백숲
축령산 편백숲과 황룡강
전라북도 고창과 경계를 이루는 축령산은 해발 621m의 산으로 일대에는 50~7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으로 이뤄진 늘푸른 상록수림대가 조성돼 있다.
축령산 편백숲은 독립운동가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21년 간 사재를 투입해 직접 조림사업을 펼친 끝에 완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조림지다. 특히 편백나무숲에는 심폐기능 강화와 살균에 효과가 있다는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피톤치드 특유의 향내음을 맡으며 사박사박 산길을 걷을 때면 도심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축령산 편백숲을 이루는 23.6km 길이의 산소길은 총 4개 구간으로 조성됐다. 해당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황룡강
‘옐로우’시티로 컬러 마케팅 중인 장성에서 가장 진한 노랑을 뽐내는 곳, 바로 ‘황룡강’이다. 장성군을 관통하는 황룡강은 과거 지역을 수호하는 황룡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서울의 한강과 마찬가지로 장성군 주민들에게 황룡강은 지역의 젖줄이자 대표 관광명소인 셈이다. 특히 매년 가을이면 황룡강을 중심으로 코스모스와 국화, 백일홍 등 가을을 대표하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년 이 가을 꽃들을 즐길 수 있는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개최가 취소됐다. 축제가 아니라도 개인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킨 개인이, 강변 곳곳의 꽃정원을 산책하는 것이 금지인 것은 아니다. 영산강과 나주평야를 향해 흐르는 고고한 황룡강, 강물에 반사돼 눈부시게 진한 가을 볕, 가을 꽃 가득한 강변 트레킹은 장성에서의 하루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

필암서원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로 184
문의 061-390-7224(장성군청 문화관광과 문화예술)

홍길동테마파크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홍길돌오 431
문의 061-390-7251(장성군청 관광진흥팀)

축령산 편백숲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대덕한신길 89-109(대덕주차장)
문의 061-393-1777~8(치유의 숲 안내센터)

백양사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문의 061-392-7502(백양사 종무소) / 061-392-7288(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황룡강변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 461-1(황룡강변 일원)
문의 061-390-7242(장성군청)

정읍식당(산채요리)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112
문의 061-392-7427

옥정가든(숯불닭구이)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구대해길 65-7
문의 061-394-2009

스테이황룡(한옥펜션)
위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행복1길 5-3
문의 010-7142-5646

글 하상원 기자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