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Finance)과 IT가 결합하는 세상, ‘핀테크’ 열풍이다. 핀테크 전문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웨이브릿지’의 오종욱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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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프리즘]
핀테크 솔루션 제공
‘웨이브릿지’
돈 속에서 세상을 보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던 한 대학생은 도서관 사서 아르바이트로 받는 월 10만원 정도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금융위기 전 변동성이 큰 당시 시장에서 손쉽게 한달 용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장의 움직이는 원리, 인풋(In-Put)한 자금이 어떻게 돌아서 아웃풋(Out-Put)이 되는지에 대한 큰 호기심이 생겼다.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웨이브릿지’ 오종욱 대표의 이야기다. 주식을 하며 그에게 곧 ‘자본’은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 자본을 통해 비로소 세상을 이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원래도 좋아했던 수학을 통해 수익을 만드는 전략을 모델링하기도 했다.
당시 오 대표의 모교(카이스트)에는 금융공학 전공이 없었다. 그래서 관련 분야를 친구들과 모여 스터디를 할 정도로 금융공학에 몰두했다. 이런 학창 시절의 경험으로 펀드매니저의 삶을 시작한 오 대표는 ‘국내 최연소 펀드매니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수조원 단위의 채권을 운용했지만, 펀드매니저의 삶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쉽지 않은 직장생활이었지만, 금융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졌다. 금융에 더 깊이가 생기면서 오 대표에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금융’ ‘IT’의 조합으로 ‘핀테크’
오 대표가 주목한 것은 새롭게 성장하는 핀테크와 블록체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 등의 금융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핀테크 솔루션이 쏟아지고 있었고,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개념 또한 속속 등장했지만, 국내는 이제 막 소개되거나 걸음마 단계였다.
오 대표는 이런 흐름을 새로운 금융이 기존 금융시스템에 도전하는 것으로 봤다. 결국 금융에 새로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던 그의 생각은 2021년 현재,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첫 번째 목표는 ‘금융의 자동화’였다. 금융 시스템을 좀 더 단순하고 편하게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2014년 이 목표를 바탕으로 오 대표는 첫 창업에 도전했다. 새로운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시대가 변하는 것을 목도하며 창업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의 금융시장은 아직 변화의 바람이 불기 전이었다. 인증서나 복잡한 금융절차, 금융 규제 등 시장의 환경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결국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진 못했지만, 핀테크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소중한 경험을 얻으며 안정적으로 첫 사업을 접었다.
그 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오대표는 시장의 흐름을 주시했다. ‘알파고’의 충격 이후 AI라는 키워드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하자 금융에도 곧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투자에 대한 니즈가 생길 것을 직감한 그는 2018년 11월 26일 웨이브릿지를 창업한다.

솔루션 개발, 그 뒤엔 사람
현재 웨이브릿지는 금융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퀀트투자(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시장의 변동에 대응하는 투자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지표와 정보,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거래 수행과 주문 관리, 리포트 등 투자의 모든 것을 웨이브릿지의 AI엔진인 ‘알프레드 프로’로 수행한다.
가장 주효한 것은 고객의 업무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매일 3시간씩 하던 일을 30분 정도로 줄이면, 1년만 돼도 몇 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시장 분석과 매수매도 결정을 하고 실제 매매와 리포트까지 반복적인 작업을 IT를 통해 단순화한 것이다.
현재 웨이브릿지의 솔루션은 금융사를 위한 것이다. B to B로 성장해 왔지만, 오 대표의 꿈은 좀 더 원대하다. 좋은 시스템을 통해 토스나 카뱅처럼 B to C 플랫폼을 개발해 대중친화적인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하길 꿈꾼다.
원래 ‘핀테크’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금융과 IT가 서로 잘 안 섞이기 때문에 굳이 단어로 만든 것이라고 오 대표는 전한다. 두 가지 안 섞이는 것을 섞어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 웨이브릿지의 목표기도 하다.
앞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국내 금융시장의 니즈를 온전히 파악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리더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했다. 신뢰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리더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웨이브릿지의 최고 장점은 사람입니다. 우리 크루들은 모두,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서로 배려하며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비춰봤을 때, 자랑 같지만 왠만한 스타트업들 보다 성숙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오 대표는 전한다.
오 대표는 회사의 규모가 10명에서 20명으로 성장하는 시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역할들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실무를 많이 해왔지만, 앞으로는 대표로서 ‘큰 그림 그리기’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오종욱 대표의 스타트업 창업 TIP
1. 신뢰ㆍ신용이 최고
결국 신뢰다. 금융도 사람도 신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약속을 베이스로 이뤄진다. 같은 조직에서든 외부인이든 나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2. 사람을 소중하게
IT로 초연결되는 세상에 살아도 조직원은 물론이고, 투자자와 클라이언트까지 모두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일당백이 중요한 스타트업은 시작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 사람을 잘 만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특히 개발자 구인난인 최근에는 더욱 절실하다.
3. 어떤 조직을 만들 것인지 미리 상상하라
조직을 만드는 것은 결국 리더다. 주먹구구식으로 구성원을 움직일 수는 없다.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체계를 갖추는 과정이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조직의 장이라면 이 과정에서 자신의 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4. 맨땅에서 헤딩은 NO
웨이브릿지의 경우, 업력이 있던 기존 금융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창업을 했다. 목표로 한 사업 영역이 아니어도 밥벌이가 된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더불어 기존에 우리를 믿고 있는 파트너사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5. 긍정의 힘, 거절에 익숙해지라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과정엔 당연히 거절이 뒤따른다. 안 된 일에 시간과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나와 마음이 안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될 일에 초점을 맞추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6. 우리와 맞는 투자자 찾기
투자를 받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투자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투자자여야 미래가 있다.
맘 맞는 투자자 찾기가 관건
“처음엔 가상자산 관련 솔루션을 만든다고 하니, 아무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종욱 대표 역시 여타 스타트업처럼 초기자금 투자에 공을 많이 들였다. 다양한 VC(벤처 캐피털, 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금융기관의 자본)를 두드렸지만,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겨우 최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단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알프레드 프로’ 등 웨이브릿지의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자본이 쓰일 계획이다. 오 대표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투자자에게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확신을 줘야한다는 뜻이다.
잘 설명을 해도,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겠고 설득력도 있지만,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말 또한 셀 수 없이 들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너무 실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은 들 제대로 사업을 운영하기 힘들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투자자가 투자를 해줘야 비로소 진정한 투자라는 생각에서다.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사업의 이야기에 반하는 투자자, 함께 비전을 바라볼 수 있는 VC인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후속 투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업의 영속성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스타트업 투자 ‘시리즈 A, B, C’란?
시리즈 A, B, C는 스타트업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의 단계를 의미한다.
오종욱 대표의 Study Book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디 그로브, 청림출판)
한줄 평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지,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지혜를 줬다.”

<일의 격>
(신수정, 턴어라운드)
한줄 평
“삶과 일의 균형, 조직에 대한 혜안을 얻었다.”
글 김현민 기자
사진 임익순·웨이브릿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