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20여 국가들은 저마다의 계획으로 2030년에서 2060년 사이에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재화의 생산, 운송, 소비 등 전 영역에 걸쳐 탄소의 발생량이 순제로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관리 ㅣ 투자
[전문가 칼럼]
“대세는 탄소중립”
전 세계 탄소 발생 제로 선언,
투자의 방향성은?
한때의 유행? 왜 지금인가
마치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보는 듯한 전 세계 국가들의 탄소중립 선언 릴레이는 국가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탄소에 대한 음모론이라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던 미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으며, 이와 함께 탄소중립 선언을 준비 중이다. 가장 빠른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30년간 고도 성장기를 지나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부양책 역할과 동시에 2021년이라는 시점의 특수성에 그 이유가 있다. 2021년은 제21차 COP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COP 총회란,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목적으로 1995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회의체다. 1997년 제3차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고 2015년 제21차 회의에서는 ‘파리기후협약’을 선언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협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UN회원국의 참여라는 점과 여전히 회원국에 대한 강제 이행 조항은 없지만, 각 회원국 별로 국가와 지역 단위의 강제조항들을 만들어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벌써 완성차 업체들에게 총탄소배출량 제한을 둬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판매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RE100(Renewable Energy 100%)제도에 참여하며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비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탄소배출 제로의 중요성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F)이 공동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10월 “인간의 활동이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온도를 1℃만큼 상승시켰고 그것이 1.5℃를 넘어가게 되면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기후 이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2030년 경” 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2010년대비 지구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기반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들어온 것인지라 큰 감흥이 없었으나, 그 말미가 이제 10년 남짓 남았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탄소배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석탄과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너지의 사용이다. 그 외에는 재화의 생산과 소비, 가축을 사육하는 등의 식량생산 활동, 교통과 운송, 냉난방 등 다양한 인간활동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에너지원의 전환뿐만 아니라 의식주 모든 면에서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탄소제로 사회의 구현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기차는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기 등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과 소비하는데 있어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디바이스의 개발이 필요하고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들 역시 생산과 소비 과정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 그 외 플라스틱 등 다양한 석유화학 물질의 개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IT 및 건설 기술 개발 등, 탄소 감축을 위한 사회경제 활동의 범위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투자자로서 우리의 자세
탄소제로 시대를 맞이 할 우리에게 투자자로서 요구되는 자세는 지속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저성장에 허덕이던 전세계 경제는 코로나 위기를 통해 반전을 맞이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되며 새로운 고성장 산업이 육성 중인 것이다. 지난 10년 이상 경기 사이클에만 의존하던 글로벌 경제가 근본적이고도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냈다는 것은 투자자로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의 투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장기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가장 큰 무기는 아마도 ‘시간의 힘’이 될 것이다.
글 하나은행 투자전략섹션
이민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