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여행

[스토리 대한민국]
보다 일찍 만나는 봄
‘고흥’

혹독했던 겨울이 시나브로 봄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에메랄드빛 청정 바다를 간직하고 있는 고흥으로의 때 이른 봄맞이 여행이 더욱 특별하다. 일출과 일몰이 공존하는 고장, 고흥에서의 1박 2일을 기록한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일출

파도에 일렁이는 황금빛 희망

고흥을 감싸고 있는 다도해해상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지중해 어느 섬의 바다처럼 시리도록 푸른 에메랄드빛의 파도를 자랑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매우 각별하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남해 일출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고흥 최고의 명소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복판에 위치한 까닭에 유독 바닷물도 맑다. 무엇보다 고흥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을 보유하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일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돋이를 기다리는 동안 남열리 마을의 뎅이굴을 구워먹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된 일출 감상으로 몸이 다소 차가워졌다면 이제 온기를 되찾아야 한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는 대한민국 우주과학의 역사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의 방문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우주과학관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주과학관에서의 시간은 우주항공 꿈나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평소 활동적인 여행을 즐긴다면 고흥 8경 중 으뜸에 오른 ‘팔영산’으로의 트레킹이 제격이다.해발 491m의 유영봉부터 608m 적취봉까지 총 8개의 봉우리가 솟은 팔영산은 가벼운 겨울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수준의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팔영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팔영산 트레킹은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좋지만 반드시 봉우리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팔영산의 진수는 각 봉우리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영산의 8개 봉우리에서 만나는 다도해상의 환상적인 풍광은 오직 정상을 정복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로대교로 이어진 나로도 봉래산의 편백삼나무숲도 고흥의 인기 트레킹 코스 중 하나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 서쪽의 봉우리인 봉래산은 1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삼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전후로 일본이 만든 30만여 평 규모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이 고흥군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봉래산 삼나무 숲에는 국내 희귀 야생화인 복수초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과 식물들의 군락지가 산재해 있어 걸음걸음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30m 이상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삼나무 숲에서의 트레킹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봉래산 편백삼나무숲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왔다면, 2코스를 이용해 편백삼나무숲길을 걸어볼 수 있다. 넉넉히 1시간20분 정도면 정상에 다다른다.

위치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산212-14

문의 061-830-5424/061-830-6570

묵은지와 함께 즐기는 삼치회

고흥 일미 ‘삼치회’를 사수하라

이제 고흥이 자랑하는 겨울철 대표 별미를 맛볼 차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흥은 바지락, 서대, 갯장어, 전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주력으로 구성된 ‘고흥 9미’를 선정해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청정 남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로 요리한 고흥 9미는 하나 같이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다만 모든 음식에는 각자의 ‘철’이 있는 법. 전어는 가을, 갯장어는 여름 등으로 고흥 9미의 제철은 모두 다르다. 고흥 9미 중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겨울철 최고 별미는 바로 ‘삼치’다. 10월부터 살이 붙기 시작해 2월까지 기름이 알차게 오르는 삼치는 겨울철 한정, ‘고흥 일미’로 그 위치가 격상된다. 쉽게 말해 겨울과 봄의 중간 어디쯤에 놓인 지금이 바로 삼치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시기라는 의미다.

나로도와 거문도 근해가 주 어장인 삼치는 살이 두툼해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구이로 요리를 한다. 하지만 감칠맛이 풍부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삼치의 진정한 맛은 회로 먹을 때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자연산 생 삼치회를 싸먹는 호사는 오직 이 시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으레 고흥으로 향하는 미식가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른 봄이 찾아오는 남도의 끝자락 고흥으로의 여행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고흥 일미’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남들보다 조금 빨리 봄을 맞이하기 위한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나로도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쑥섬은 지난 2016년부터 2년 연속 ‘대한민국 가고 싶은 섬 33’에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이면 300여 종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쑥섬

전라남도 1호 민간정원인 쑥섬 꽃정원은 김상현, 고채훈 부부가 직접 연구하고 가꾼 정원이 있다. 동백이 유명한 쑥섬은 이 계절 고흥 여행에 꼭 들러야 할 명소이다.

위치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20-7(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
문의 010-2504-1991 / 010-8672-9222

홈페이지 

작은 사슴처럼 아름다운 그 섬

소록도 성당

고흥의 대표 항구이자, 다도해해상을 이어주는 녹동항 앞바다에는 고흥을 대표하는 또 다른 섬이 있다. 바로 소록도다. 소록도는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예쁜 이름과 달리, 소록도에는 아픈 우리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고흥군은 지난 2016년 5월, 과거 ‘나병’으로 불린 한센병 환자 500여 명이 격리돼 있던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한센병박물관’을 개장했다. 박물관은 지난 백년의 역사 속 한센병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삶과 생명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한센인들의 아픈 역사와는 달리 소록도는 매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여의도의 1.5배 규모 섬에는 잘 가꿔진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배로 오가야했던 예전과는 달리 소록대교가 건설된 덕에 이동 편의성도 한층 높아졌다.

소록도 노송길

아직 2월,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는 여전히 칼바람이 매섭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봄이 찾아오는 남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겨울 내내 하얗게 포말이 부서지던 사나운 바다에는 어느새 푸른 파도가 잔잔하게 들락거리고 나무줄기에는 아롱아롱 새싹이 망울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봄의 온기가 상륙한 고흥 역시 이른 봄맞이 상춘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갖은 맥락이다. 봄의 전령이 조금 먼저 찾아온 고흥으로 떠나는 나들이 발걸음이 더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른 봄, 남도 상춘객 위한 ‘고흥 1박 2일’

한센인의 애환이 서린 곳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한센인의 동반자 국립소록도병원이 개원 100주년을 맞아 설립한 한센병 박물관이다. 한센병 극복의 역사와 한센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주소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해안길 65
문의 061-840-0500

구름도 쉬어가는
고흥 최고의 명산
팔영산

소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팔영산은 옛 중국의 위왕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지역 최고의 명산이다. 각 봉우리의 높이가 500~600미터 내외인 팔영산은 초보자도 그리 어렵지 않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어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모든 봉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한려해상의 수려한 풍광은 팔영산의 백미로 손꼽힌다.

주소 전남 고흥군 점암면 능가사로 292
문의 061-835-7828

남해 최고의 일출 & 일몰,
남열해돋이해수욕장중산일몰전망대

대한민국 최대의 국립공원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고흥군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고장이다. 나란히 고흥 8경으로 꼽히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는 짙푸른 바다를 가르며 솟아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하고, 중산일몰전망대에서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일출]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위치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1384-1
문의 061-830-6368(영남면사무소)

[일몰]
중산일몰전망대
위치 전남 고흥군 남양면 고흥로 3777
문의 061-830-6133(남양면사무소)

우주과학의 역사가 한자리에,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는 대한민국 우주과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려 5만 8831㎡ 규모를 자랑하는 과학관은 우주항공에 대한 기본 원리는 물론 로켓, 인공위성, 우주탐사의 다양한 주제로 이뤄진 90여 종의 전시품이 구비돼 있다. 또한 4D 돔영사관, 야외 로켓 전시장, 정보검색존, 별자리 관측 체험존, 로켓발사 체험존 등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이 마련돼 있다.

위치 전남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
문의 061-830-8700

일출과 일몰을 내 방에서 감상한다, ‘썬밸리 리조트

아직 다소 추운 날씨에 이른 새벽 기상을 자신 할 수 없다면, 혹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면, ‘고흥 썬밸리 리조트’에서 ‘따뜻한 일출’의 호사를 누려보자. 고흥 썬밸리 리조트에서는 방 안에서 일출은 물론 일몰까지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예약 경쟁이 펼쳐질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위치 전남 고흥군 도덕면 고흥만로 1134
문의 061-830-2900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남도 백반의 진수 대흥식당

아침 식사가 가능한 고흥의 대표적인 백반집이다. 별도의 메뉴 없이 백반특정식과 백반정식 백반 이렇게 세 가지 메뉴 구성으로 영업을 한다.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10여 가지가 넘는 남도 반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전남 고흥군 고흥읍 고흥로 1694
문의 061-834-4477

입에서 살살 녹는 삼치회의 진수 다도해회관

나로도항에 위치한 ‘다도해회관’은 고흥의 겨울철 대표 별미인 삼치회와 묵은지의 절묘한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나로도항의 터줏대감인 ‘다도해회관’에서는 지자체가 인증한 자연산회와 친환경 농산물을 고집한다.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써서 그때마다 다른 밑반찬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03-18
문의 061-834-5111

하상원 기자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