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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시를 잊은 그대에게 ‘박준’을

사진 제공: 문학동네

‘박준’을 앓는 사람들

시집을 다시 사는 시대, 1983년생 시인 박준 덕분이다. 출간 후 지금까지 첫 번째 시집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는 15만부가 넘게 팔렸다. 작년 가을 MBC ‘같이 펀딩’에서 배우 강하늘이 추천 선정하여, 오디오북으로 엮은 바로 그 시집이다.

시를 어려워하던 이들도 박준의 시에는 깊이 공감한다. 어렵지 않고, 쉬운데 기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와 닿는 문장을 시인은 쓴다. 박준의 시집을 기획 편집해 세상에 알린 김민정 시인은 “으스대지 않고 읽는 사람과 보폭이 같은 것이 박준의 시”(중앙일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준의 시에는 ‘미인’이 자주 등장한다. 애초에 시인은 첫 시집의 제목도 ‘미인’으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도 당신처럼 아름다워보자” 시를 쓴다고, 시인은 첫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밝힌 바 있다. 아름다운 당신, ‘미인’처럼 되고 싶다는 말인 것이다. 미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과거에 애틋했던 사람,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의 누나, 때로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통영으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시 ‘마음 한철’에도 미인이 등장한다. 전부를 쥐여주고 싶고 내어주고픈 미인에 독자들은 과거 자신의 ‘한철’에 등장했던 ‘미인’을 떠올리고, 그 미인 대신 시를 앓듯이 좋아하게 되었다. 잊었다 생각했던 호시절을 시를 통해 기억해낸 것이다.

‘박준앓이’에 빠진 사람들은 다음 시집 발매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한참 후에나 다음 시집이 나올 것이라고 하니, 돌아가 그의 시집 두 편과 산문집을 다시 들춰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면 시인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현재 그는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CBS)를 진행하고 있다. 사연에 따른 시를 처방해주는 ‘시처방’과 노래 속 아름다운 가사를 다시 읽는 ‘시/인/송’의 코너를 직접 운영한다.

시인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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