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여행

[스토리 대한민국]
조선시대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다
‘안성’

‘집콕’이 지겨운 시대, 여행이 간절하지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이 다시 뜨고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주말 하루 시간을 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인 이곳 안성으로 떠나본다.

안성장 옛모습

안성중앙시장 현대 모습

한양에도 없는 물건, 여기 다 있지조선 3대 시장 안성장

수도권과의 인접성은 물론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교통의 요지인 안성은 예부터 전국팔도의 사람과 물건이 들락거리는 물류의 중심이었다. 특히 전주장, 대구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불렸던 안성장은 장날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한양에서 내로라하는 양반가 안주인들이 물건을 구입하러 일부러 안성까지 행차했을 정도라고 하니 당시의 안성장의 위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조선시대 안성장의 성세를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세금’이다. <부역실총>에 따르면 당시 안성장에서 징수한 세금은 720냥으로, 경기도 내에서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안성장이 지역 경제의 기둥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성장의 역사를 간직한 안성중앙시장은 현재 110여 개 점포로 이뤄진 상설시장과 2·7장(끝자리 2·7일에 열리는 5일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비록 조선시대 당시의 위세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장이 서는 날이면 상인들과 손님들이 빚어내는 기분 좋은 북적임으로 가득하다. 안성중앙시장에는 주로 농산물과 수산물, 공산품, 과일, 반찬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안성하면 떠오르는 대표 특산물인 ‘유기’ 또한 취급하고 있다.

명물로 꼽히는 ‘소머리국밥’도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100% 국내 한우로 우려내는 진한 국물에 숭덩숭덩 썰어넣은 머릿고기가 가득한 뚝배기는 미각에 앞서 마음부터 뒤흔든다. 고슬고슬한 쌀밥과 쫄깃한 머릿고기가 뒤엉켜 푸짐하게 건져 올린 한 숟가락에 직접 담근 배추김치를 척하니 얹어 먹으면 소머리국밥의 진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살거리·볼거리·먹을거리, 삼박자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안성중앙시장에서 조선 3대 시장의 향취를 느껴보자.

안성장터국밥

4대째 운영되는 향토 음식점. 가마솥에 최소 13~15시간 끓여낸 진국
위치 :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대로 960
문의 : 031-674-9494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 안성유기

예부터 지금까지 안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은 바로 ‘유기’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따르면 ‘구례·개성·정주 지방에서도 유기가 나지만 안성유기가 으뜸이다’라고 전해지며, <안성약기>에서는 ‘안성의 유기는 매우 견고하고 정교해 전국에서 환영 받는다’라고 쓰여 있다.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된 것은 물론 안성장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품목이 유기라고 하니,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위 ‘힘 좀 쓴다’는 세도가에서도 안성유기를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아예 안성에서 손꼽히는 유기 장인들에게 가문 대대로 물려줄 유기를 맞추는 경우도 있었다. 대량생산해서 장에다 내다파는 ‘장내기 유기’가 아닌 별도로 주문·제작하는 ‘맞춤 유기’가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너도나도 돈을 싸들고 일을 부탁하는 바람에 당시 유기 장인들의 콧대가 하늘을 찔렀을 정도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안성맞춤’이라는 말의 시작이 여기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안성의 유기 장인들이 만들어 양반가에 납품하는 ‘맞춤 유기’를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안성맞춤일세!’라고 감탄했고, 시간이 흘러 마치 하나의 명사처럼 굳어진 것이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을 보장하는 ‘안성유기’로 조선시대 왕실의 밥상을 즐겨보자.

안성맞춤 전통유기
안성시 무형문화재 2호 이종문 유기장 공방
위치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광오산로 251-19
문의 : 031-676-8740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예인 바우덕이

조선시대에는 ‘안성장에는 두 가지 조선 최고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한 가지는 앞서 말한 ‘안성유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예인(광대) ‘바우덕이’다. 바우덕이는 겨우 열다섯의 나이로 안성 남사당패 꼭두쇠 자리에 오른 인물로, 후대에 이르러 ‘천재’로 재평가를 받은 예인이다. 남자들로만 구성된 남사당패에서 여성이, 그것도 꼭두쇠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우덕이의 특별한 재능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터다.

특히 바우덕이는 사람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명창으로도 유명했으며, 50미터 높이의 밧줄 위에서 기기묘묘한 재주를 부릴 만큼 몸놀림이 가벼웠다. 통통 거리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밧줄을 밟는 바우덕이의 아찔한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바우덕이가 꼭두쇠 자리에 오른 이후 남사당패는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받게 된다. 특히 1865년에는 흥선대원군의 부름을 받고 공연을 펼쳤는데, 크게 만족한 고종과 대원군으로부터 정3품 옥관자를 하사받을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다. 하지만 힘든 유랑생활 탓에 불과 23살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 비운의 천재이기도 했다.

바우덕이의 남사당패는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남사당놀이’다. 남사당놀이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꽹과리, 징, 장구, 북으로 구성된 타악기로 흥을 돋우는 농악대(풍물)를 비롯해 사발돌리기를 뜻하는 버나, 지도층을 풍자하는 가면극 덧뵈기, 높이 매달린 줄을 타는 어름, 꼭두각시놀이인 인형극 덜미, 땅재주를 펼치는 살판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안성의 남사당놀이가 오늘날까지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안성장의 규모를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전국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었던 안성장의 장세 덕분에 시장에서 흥을 끌어올리는 놀이패도 덩달아 비교적 오래 유지됐던 것이다.

바우덕이의 이야기는 안성장에서 활동했던 남사당의 근거지인 청룡사에서 끝이 난다. 청룡사 인근에 마련된 바우덕이의 무덤은, 짧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조선 최고의 여성 예인의 존재를 증명해준다.

안성 남사당놀이 공연 모습

①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운 체험목장 ‘안성팜랜드’
위치 :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운영시간 : (2~11월) 10:00~18:00 / (12~1월) 10:00~17:00
문의 : 031-8053-7979

② 드라마 <도깨비> 속 그곳, ‘석남사’
위치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촌새말길 3-120
문의 : 031-676-1444

③ 조선시대 3대 시장의 발자취 따라, ‘안성중앙시장’
위치 : 경기도 안성시 서인동 122
문의 : 031-675-6600

④ 신명나는 남사당 놀이를 보려면 ‘안성남사당공연장’
위치: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남사당로 198-2
문의: 031-678-2518

⑤ 가족 힐링을 위한 최고의 선택 ‘안성허브마을’
위치 :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국사봉로 641-14
문의 : 031-671-6969

하상원 기자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