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필자 역시 진행하던 일들이 많이 중단되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남편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 한정된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부부간에 없던 갈등도 생긴다. 자유로운 외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일주일의 시간을 오롯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일상이 길어지니 아내도 남편도 지쳐간다.
라이프스타일 ㅣ 건강
[이심전심과 동상이몽]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우리 부부의 모습은
‘돌밥’ 일상에 쌓이는 오해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아내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방 저방을 분주히 오간다. 사실 그날따라 유별난 행동은 아닌, 아내에게는 일상의 모습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지속적으로 분주한 아내로 인해 집중이 잘 안 된다. 전화 업무도 봐야하고 중요한 서류 작업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내는 불쑥불쑥 청소기를 껐다 켰다, 방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니 말이다. 그러다 마침 걸려온 전화에 집중하려 방문을 닫는다.
그런데 바람 탓인지 유달리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먼지를 닦아내던 아내는 그 소리에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청소를 마무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다. 연락도 없고 말도 없이 나간 것을 보니 아내가 마음이 상한 것 같은데, 남편은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아내의 마음이 상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아내도 남편도 상대방에게 배려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이 그저 시간에 묻혀 지나가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부부 사이엔 말이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바람을 쐬고 마음을 정리한 아내는 작은 꽃 한 송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일을 마친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화분을 분갈이 해 슬며시 내민다. 그리고 부부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재택근무 기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지켜야 할 서로간의 작은 약속을 해본다. 이는 얼마 전 필자와 남편의 모습이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부의 일상은 끊임없는 위태로움의 연속인 경우가 많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고 상대방은 내 입맛대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우리는 은연중에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에휴~ 사람 안 변해!”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 중 내 아내와 내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부부관계 정답은 없다, 불편함을 이기는 지혜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가족관계 상담사인 위니프레드 라일리(Winiefred M. Reilly)가 그의 블로그에 남겨둔 글 가운데 일부분이다.
“이번 주에 우리 부부는 결혼 36주년을 맞았다. 어떤 해에는 결혼기념을 축하하러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외식을 한 적도 있고, 또 어떤 해에는 간단한 키스로 대신한 적도 있다. 또 한번은 둘 다 독감에 걸려 오렌지 주스로 건배한 후 침대에서 하루 종일 잔 적도 있다. 또 하필 결혼기념일에 서로에게 너무 화가 나 한 마디도 않고 지나간 적도 있다.
결혼이란 그런 거다. 돈이 많든 적든, 삶이 즐겁든 어렵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고, 어렵게 얻은 교훈이 있으며 너무나도 달콤한 순간이 있다.”
그녀는 이 글과 함께 36년의 부부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 36가지를 나열했다. 그 중 요즘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긴 사소한 불편함들로 순간순간 어색했던 필자에게 특히 와 닿았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부부사이 오해를 푸는 지혜
- ‘더 없는 행복’이란 말은 부부사이에 등장하면 안 된다. 결혼엔 행복한 면이 많다. 하지만 ‘더 없는 행복’을 기대하다간 부부사이의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하고 예외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 관계는 절대 저절로 좋아지거나 좋은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 개개인을 따로 보면 함께 살기 편한 존재란 없다. 자신의 단점을 단 하나라도 개선하려 노력하는 것으로도 관계는 크게 향상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배우자가 크게 반길 것이다.
- 배우자가 짜증을 낼 때는 대부분 당신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당신이 이유일 때도 있다. 그 차이를 구별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할수록 좋다.
- 누군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먼저 사과하자. 먼저 약점을 인정하자. 먼저 양보하자. 먼저 용서하자. 당신은 이렇게 ‘먼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사회적 분위기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드는 일들은 없길 바라는 요즘이다. 그리고 예전보다 길어진 가족의 시간, 힘들수록 ‘함께’ 이겨내는 시간들이기 바란다.
글 굿커뮤니케이션 박혜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