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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속 세상]
요즘 말ᄊᆞ미 나라 안에 달라

시대를 읽으려면 유행어를 읽어라

녹두묵과 야채, 고기 등이 고루 섞인 ‘탕평채’라는 음식이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함’을 뜻하는 ‘탕평(蕩平)’을 반영한 음식이다. ‘탕평’은 조선시대 등장한 말로, 당쟁에 시달리던 영조가 당파를 초월하여 고루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책’을 펼친 것에서 유래했다. 등장과 함께 이 말은 조선사회를 뒤흔들었다. 저잣거리의 시시비비에 흔히 이 말이 쓰였으며, 탕평채를 비롯한 탕평갓, 탕평옷, 심지어는 탕평부채라는 것도 생겨났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것을 모두 ‘탕평’이라 불렀던 것이다.

유행어는 시대를 반영한 지금의 우리말이다. 여럿의 공감을 얻은 유행어는 힘이 실리고 생명이 들어선다. 최근 새로운 신조어들이 유행하는 것은 과거의 ‘탕평’과 같다. 다만, 과거보다 콘텐트의 생산과 소비가 빨라지고, 말의 쓰임조차 잠깐 한눈을 팔면 유행이 금세 지나고 만다. 2020년 10월 현재, ‘방가방가’ ‘뭥미’ ‘오나전’ ‘안습’ 같은 과거의 유행어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쓰는 순간 ‘아재’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국어파괴 같은데, 꼭 알아야 해?”라는 질문에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아재 취급당하지 않으려고’ 또는 ‘시대와 사회가 담긴 유행어를 통해 요즘 세대를 이해하려고’ 등 시쳇말을 알아둬야 할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세상을 가장 빨리 읽고, 공감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말들과 친해지는 것이다.

Check List 세대공감 언어능력

레게노

‘전설’을 의미한다.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우왁굳’의 방송에서 유래됐다. 방송 중 아내인 김수현 씨가 레전드(LEGEND)의 끝자 D를 “O”로 착각하여 레게노로 읽어 화제가 되어 유행하기 시작했다.

민초단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파인애플이 올라간 피자’ ‘탕수육 부먹vs찍먹’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에 대해 인터넷 밈(meme)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국룰

‘국민/국제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을 뜻한다.

“비오는 날엔 막걸리에 파전이 국룰이지”처럼 공동체 안에서 널리 퍼진 문화 등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G/셤니

시아버지/시어머니를 의미한다.

육아맘들이 대화를 나누는 인터넷 맘카페나 대화방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얼집=어린이집’ ‘윰차=유모차’ 등의 새로운 ‘맘조어(엄마들의 신조어)’가 유행 중이다.

할많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인 말이다.

긴 문장을 줄여서 쓰는 형태의 신조어가 유행 중이다. 비슷한 형태로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이 있다.

급여체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를 뜻하는 말.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의 유행어를 뜻하는 ‘급식체’에서 비롯됐다. ‘디벨롭하다’ ‘픽스하다’ ‘컨펌하다’ ‘짜치다’ ‘넵병=상사의 대답에 ’넵‘을 반복 사용하는 것을 의미’ 등이 해당된다.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듯’을 의미한다.

‘꾸안꾸’ 스타일을 설명하는 정확한 예시는 없으나 편안해 보이면서도 있어 보이는 룩 스타일링과 거의 비슷한 말로 쓰인다. ‘느낌적 느낌’이라는 신조어의 느낌처럼 쓰는 이의 주관적 판단으로 사용한다.

띵작

‘명작’을 의미.

‘ㄷ’ ‘ㄷ’ ‘ㅣ’가 합쳐지면 ‘ㅁㅕ’의 모습이 되는 것에 착안해 만들었다.

신조어 중에는 문자 자체를 활용해 만드는 신조어도 있다. ‘커엽다=귀엽다’ ‘댕댕이=멍멍이’ ‘롬곡옾눞=폭풍눈물’ 등이 해당된다.

비담

‘비주얼 담당’의 줄임말이다.

아이돌 문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흔히 아이돌 그룹의 비주얼(외모)이 제일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과즙상

‘상큼 발랄한 인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선한 과즙이 떠오르거나, 한입 베어 물면 상큼한 과즙이 퍼질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대한민국 유행어 몇 개나 맞히셨나요
당신의 세대공감 언어능력지수를 확인해보세요 !

핵인싸

세상에 관심이 많은 당신. 언제 어디서 누구와 대화해도 막힘이 없을 것 같네요.
*핵인싸=무리 속에서 여러 사람과 모두 잘 어울리는 사람

아재 위험

이 정도면 괜찮아요. 조금만 더 요즘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해요.

“Latte is horse”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나 때’도 대단했지만, 모든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

젊은 투자자가 만들어낸 투자 유행어

사실 투자시장에는 오래 전부터 유행어가 많았다.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개미’가 대표적이다. 정보와 자산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를 작고 가냘픈 개미로 희화화 한 것이다. 개미에서 파생된 유행어도 많다. 이 개미가 가끔 자산이 많으면 슈퍼개미라고 불렸으며, 이 개미들이 많이 손실을 보는 종목이나 섹터를 두고는 개미무덤이라고 불렸다. ‘동학개미운동’ 또한 개미에서 파생된 2020년의 유행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며, 이를 기회로 보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나타났다. 올해 초반 20조원대였던 예탁금은 50조원(2020.8.14.기준)을 넘어섰다. 개미들의 역대급 어마어마한 투자 바람을 두고 세간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특히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한 20~40대 젊은 투자자들은 투자시장에서도 자신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젊은 투자자들은 주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위해 이들은 당연히 그들 입맛에 맞는 신조어를 세상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즈아’는 가상화폐시장에서부터 쓰이던 이들의 대표적인 투자용어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이번이 막차’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부동산에 ‘영끌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했다는 말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한편 재미와 실력(?)으로 무장한 인터넷 방송도 화제다. 그들과 관련된 콘텐트가 그대로 투자시장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투자가 활성화 되며, 이들의 주요 콘텐트 ‘생산-소비’ 주체인 동영상 스트리밍에서도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트가 생산되고 있다.

다양한 통로로 생성된 투자시장의 신조어들은 이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왕성하게 소비되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말들은 그 태생 때문에라도 기가 막힌 투자법이나 고상한 분위기를 지니지 않는다. 풍자와 해학을 중심으로 ‘지금’을 반영하는 그야말로 시쳇말이다. 하지만 정보가 생명인 투자시장에서 최근 쓰이는 말들이 생소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투자도 언어도 세대 공감이 필요한 세상이다.

투자시장 유행어

존버

매수 후에 ‘무조건 오래 버틴다’라는 뜻.

코린이/주린이

‘코인/주식+어린이’의 합성어.
가상화폐 혹은 주식시장 투자에 갓 입문한 초보투자자를 일컫는다.

떡상/떡락

급상승/급폭락 장세.

상한가 하한가가 없던 가상화폐 시장에서 주로 쓰인다.

가즈아

매수한 종목의 상승을 바라며 외치는 일종의 주문.

“가자”를 늘려 말한 것이다.

하락무새

주가가 곧 하락할 것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

주로 인버스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커뮤니티 등에서 끊임없이 증시 하락에 대한 논리를 펼친다.

관종

관심 종목.

상따/하따

상한가/하한가 따라 매수.

흑우 /흑두루미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호구).

연기군

연기금. 연금제도에 의해 모여진 자금을 뜻한다.

바켠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우주방어

주가가 더 이상 하방으로 흐르지 못하게 매물대를 인의적으로 형성시키는 것.

갖이투자

가치투자의 은어.

‘가치 투자는 같이 투자해야 한다‘,에서 나왔다는 설과 ‘같잖은 투자 방식’이라는 설도 있다.

다우극장

미국 다우존스 지수.

상하한가가 없는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변동성이 큰 장을 연출하는데, 그 변동성이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나주댁

미국의 나스닥.

나스닥의 어감을 살려 정감있게 ‘나주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매기법 - 기도매매

기도를 통해 가격상승을 바라는 매매.

종목 상승을 바라는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매매기법 - 다이어트매매

매수 후 가격이 하락 해, 살이 빠지는 것.

잘못된 투자로 인한 스트레스를 희화화했다.

매매기법 - 뇌동매매

한 종목을 매수 후 오래 보유하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듯 여러 종목을 매수매도하는 매매.

 김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