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미식

못생겨도 맛은 좋아!
이롭게 먹는 못난이 농산물

못난이 과일과 채소는 싸구려다? NO, NO~! 이제 못난이 농산물이 더 가치 있는 시대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매해 #농가 살리고, #지구 환경 구하고 #경제적 소비도 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이로운 소비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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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에는 이상이 없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어글리어스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못난이 농산물’이 주목 받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 신선도 등 품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모양, 크기, 중량이 시장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시중에 유통되지도 못한 채 폐기돼 왔다.

이렇게 국내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30%, 자그마치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농가에서는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다시 폐기하느라 비용이 들고, 폐기된 농산물은 탄소 배출과 함께 환경을 오염시킨다. 식품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폐기하는 데에도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 그렇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고, 환경에도 이로운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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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더해지면서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언밸런스마켓

못난이 농산물, 뭐가 좋을까?

서울시 성동구에서 나홀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5세, 남성)는 최근 못난이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신청했다. 2주에 1번,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토마토, 버섯, 콜라비, 양파, 오이, 감자 등 다양한 못난이 채소가 담긴 종이 상자가 배달된다. 채소 품목별 보관법과 추천 요리법까지 함께 들어 있어 ‘요잘못(요리를 잘 못하는)’인 김씨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

“요즘은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식재료도 등장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은 양에 비해 비싼 편이죠. 반대로 가성비 좋은 구성품은 양이 많아 반은 버리기 일쑤였고요.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니 혼자 먹기 적당한 양의 채소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경제적이더라고요. 무얼 골라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모양만 조금 못생겼지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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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구독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글리어스

최근 김씨처럼 못난이 농산물을 애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마트는 물론 지자체, 온라인 식품몰까지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와 구독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못난이 채소와 과일을 정기 구독하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박스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채소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소량으로 배달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폐기될 뻔한 못난이 농산물을 구하는 일이니 탄소 절감 효과도 커 환경에도 이롭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업체 어글리어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55만5,098㎏(7월 11일 기준)이 넘는 양의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했으며, 이로 인해 약 33만1,893㎏의 탄소를 절감하고, 아낀 플라스틱 수가 20만8,508개라고 소개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가 늘고,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더해지면서 그 동안 외면 받던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농가에서는 폐기 비용을 절약하고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농산물 쓰레기 절감으로 환경에도 도움이 되니 1석3조의 소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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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 홍보 포스터 ©엥테르마르셰

소비자도, 농가도, 환경도 살린다

버리지 않아도 될 못난이 농산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푸드 리퍼브(Food Refub)’, 우리 나라에서는 ‘식자재 새활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푸드 리퍼브’란 개념이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프랑스의 슈퍼마켓 ‘엥테르마르셰’에서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은 유럽 전역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국내에서는 2019년 SBS <맛남의 광장> 프로그램에서 지역 특산물 살리기 취지로 ‘못난이 감자’, ‘못난이 고구마’ 등의 못난이 농수산물을 기업과 연계 판매하며 큰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새롭게 그 가치를 조명 받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은 이제 정기구독 플랫폼은 물론 대형마트와 온라인 식품몰, 대학가 카페에도 등장할 만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애용하는 식품이 됐다. 이번 주말 식탁에는 못난이 채소와 과일로 만든 건강한 샐러드 요리는 어떨까?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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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어스는 재고를 남기지 않는 구조 운영으로 시중 농산물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제공한다. ©어글리어스

1. 어글리어스

유기농 못난이 농산물을 다품종 소량 포장해 1주, 2주, 3주 단위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2인 가구를 위한 스탠다드 박스와 3~4인 가구를 위한 점보 박스에 7~8종의 농산물을 ‘랜덤 박스’ 형식으로 배송한다. 모든 농산물 수집 후 검수와 포장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수요에 맞게 수매 진행 후 재고를 남기지 않는 구조 운영으로 시중 친환경 농산물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어떤 채소를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제철 채소를 조금씩 보내주니 편리하다. 식재료 품목의 원산지, 구출 사연, 보관법, 보관기간, 재료 구성에 맞는 레시피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배송 시기를 일정에 맞춰 미루거나 당길 수 있고, 취향에 맞게 소비할 수 있도록 비선호 채소 제외, 품목 커스텀 기능으로 고객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1회당 가격 스탠더드 박스 1만5,500원, 점보 박스 2만5,000원, ugly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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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밸런스마켓은 구매한 농산물의 판매가 모두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농산물을 버리지 않고 결식아동 및 독거노인을 위해 사용한다. ©언밸런스마켓

2. 언밸런스마켓

산지 상황에 맞춰 제철 과일·채소 6∼8종류를 발송하는데 알러지가 있거나 먹기 싫은 채소를 미리 기입하면 이를 제외하고 보내준다. 채소의 경우 친환경농산물을 포함하여 구성하고 있으며 시중 마트 판매 가격보다 20~30% 저렴하다. 1주, 2주, 한달 단위로 배송 주기를 선택할 수 있고, 꾸러미 양은 싱글 박스(1∼2인용)와 패밀리 박스(3∼4인용)로 구분된다. 매주 화요일 카카오채널을 통해 어떤 농산물이 배송 오는지도 알려준다. 꾸러미와 함께 오는 설명서에는 각 농산물의 생산지역·영양·활용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하고 필요한만큼만 최소한의 포장을 지향한다. 구매한 농산물의 판매가 모두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농산물을 버리지 않고 복지관을 통해 결식아동 및 독거노인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1회당 가격 싱글박스 1만5,000원, 패밀리박스 2만4,500원, www.unbalancemar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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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어스는 AI에 기반하여 고객 취향을 파악한 후 ‘어스박스’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정기배송한다. ©예스어스

3. 예스어스

농가에서 20% 비싸게 매입해서 고객에게 20%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원칙으로 운영 중이다. 정기구독 서비스 ‘어스박스’ 외에도 농가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농산물을 단품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며,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사과즙, 과일잼, 배추김치 등의 음식도 판매한다. 농가에서 직접 발송 가능한 단품의 경우 별도 물류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에게 보내고, 선별 및 포장 작업이 필요한 구독 상품은 작업장만 거쳐 바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유통 마진을 줄였다. 어스박스는 1주, 2주, 3주 단위로 배송을 신청할 수 있고, AI에 기반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한 후 5~10종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한다. 농산물에 맞춤한 레시피도 함께 보내는데 가능한 종이 포장재를 활용하고, 종이 포장이 어려운 작물에는 생분해 소재의 비닐을 활용하고 있다.

1회당 가격 미니(1.5㎏ 내외) 1만원, 프로(3㎏ 내외) 1만5,000원, 맥스(5㎏ 내외) 2만5,000원, yes-us.co.kr

글 _ 신영미 기자
사진 및 자료 _ 어글리어스, 언밸런스마켓, 예스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