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ㅣ 건강

‘행복 배틀’에 멍드는 마음
SNS와 정신건강 역학관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기분이 요동친다. 부러움과 질투, 공감과 응원의 감정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오간다. 마음 건강을 위한 현명한 SNS 사용법을 알아본다.

인류가 SNS를 사용한 지는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이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55.1%)이 SNS를 이용한다. 20~30대(밀레니얼 세대)가 83.5%로 가장 이용률이 높고 다음은 10~20대(Z세대, 72.6%), 40~50대(X세대, 65.6%), 55세 이상(베이비붐 세대, 28.7%) 순이다.

美 보건당국 “SNS, 정신건강에 치명적” 경고

관심을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다. SNS 역시 인간관계의 영역을 온라인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SNS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더 많다.

미국의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지난 5월, “SNS가 특히 소아·청소년에게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공개 경고했다.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앞서 흡연, 에이즈, 비만, 외로움처럼 당시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건강 문제를 전파하며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바 있다.

비벡 머시 단장은 이번 권고문에서 “SNS를 하루에 3시간 이상 사용하는 10대는 우울증과 불안 위험이 두 배 증가한다”며 “푸시 알림,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좋아요’와 같은 공감 버튼처럼 SNS 중독을 유도하는 기업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SNS의 위험을 ‘경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불행은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비교에 따른 스트레스를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경험하는 곳이 바로 SNS다. 한쪽이 게시글을 올려 타인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할 때 다른 쪽은 소외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 즉, 포모(fear of missing out)가 자극돼 심리적인 불안을 경험한다. 강박적으로 SNS에 몰두해 일상생활이 망가지는가 하면, 타인의 반응을 끌어내려 위험한 행동이나 과도한 노출을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SNS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됐다. 지난해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페이스북 이용과 대학생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초기 일부 대학에만 서비스됐는데, 이들과 당시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은 다른 대학생의 마음 건강을 비교했더니 음주·연예 관계 등 다른 요인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페이스북 사용자는 우울증, 불안장애, 폭식증, 자살 시도 등 정신건강이 피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빚이 있거나,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등 ‘비교 요인’이 많을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동호회, 모임 등 ‘오프라인 관계’ 발전시켜야

SNS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 적지 않은 IT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한 대학 강연에서 “아이들이 SNS를 이용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공개 발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세 명의 자녀 모두 14살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인 션 파커는 2017년 한 행사에서 “‘좋아요’나 답글은 이용자에게 도파민(뇌 속 쾌락 물질)처럼 작용한다”며 “(SNS 수익 모델은)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착취하는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SNS 사용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 관리’와 ‘마음 관리’로 요약된다. SNS는 접근하기 쉽고 피드백이 이뤄지는 속도가 빨라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쉽지 않다.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고, 직업적으로 SNS를 사용해야 한다면 특정 시간에만 SNS 알람을 켜는 등 계획적으로 사용하거나, 주말은 SNS가 없이 살아보는 등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 관리’도 중요하다. 첫째, SNS 속 정보는 타인의 일상이 아닌, 아름답게 꾸며진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행을 가기 전 숙소 예약, 교통 체증 등 힘든 과정은 한 장의 사진에는 담기지 못한다. 매일 가는 백반집이 아니라 1년에 1~2번 가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찍은 사진은 각자의 인생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는 “SNS에 올라온 사진은 촬영하자마자 바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수정한 ‘편집 사진’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SNS 기반의 대인관계에 매물되지 말아야 한다. 혼자서 보이고 싶은 글과 사진을 선택하고, 친구를 맺고 끊을 수 있는 일방적인 관계는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관심을 받아도 허무함을 느끼고 긍정적인 느낌이 지속되지 않아 과도한 행동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오프라인 기반의 대인관계는 부정·긍정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상호보완적인 경험을 제공해 우울, 불안, 자기연민에 빠질 위험이 훨씬 덜하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SNS상의 관계를 동호회, 모임 등 대면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TIP. 나도 혹시 스마트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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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거나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을 때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자살 예방 상담 전화(1393)를 이용하면 정신건강상담과 지지, 정보 제공, 의료기관 안내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 _ 박정렬 건강전문 기자
도움말 및 감수 _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