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년 된 고전의 힘
스크린에서 만난
‘오디세우스’
2026.09.23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개봉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읽히고 변주되어 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지금 다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를 들여다봅니다.
지난 8월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인터스텔라>에 이은 놀런 감독의 두 번째 국내 천만 영화가 됐습니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 갔고, IMAX 관객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특별관을 중심으로 뜨거운 관람 열기를 보여 줬습니다.
이 거대한 서사시를 관통하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는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는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다시 10년에 걸친 방랑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그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 이타카에서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이들이 왕좌를 넘보고,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지켜야 하지요.
오디세우스 앞에는 평범한 귀갓길과는 거리가 먼 모험이 기다립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마녀 키르케,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을 만나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와도 맞서야 합니다. 동료를 잃고
수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으면서도 그의 목적지는 한결같이 고향 이타카입니다.
놀런은 이 오래된 신화를 오늘날의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듯한 영화로 옮겼습니다. 실제 바다와 배 위에서 촬영하며 관객을 오디세우스의 여정 한가운데로 데려가는 데 공을 들였는데요. 그리스와 아이슬란드,
모로코,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 세계 곳곳을 무대로 신화 속 장대한 여정을 현실의 풍경 위에 펼쳐 냈습니다. 맷 데이먼을 비롯해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젠데이아, 샬리즈 세런 등 화려한 배우진도
2800년 된 신화에 새로운 얼굴을 더했습니다.
<오디세이>의 흥행에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보느냐’도 한몫했습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 놀런은 오히려 대형 스크린을 위한 영화를 택했습니다.
영화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데다 카메라 소음으로 대화 장면을 촬영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카메라를 방음 케이싱
안에 넣고, 배우들이 거울을 활용해 서로의 시선을 맞추는 방식까지 동원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하나씩 해결하며 장편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9월 5일 기준 국내 IMAX 관객은 170만 4,000여 명을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이던 <아바타: 물의 길>의 92만 9,000여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새로 썼습니다. 거대한 바다와 신화
속 존재들,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압도적인 화면과 사운드로 마주하는 재미는 <오디세이>를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지요.
2800년 된 신화는 그렇게 최첨단 영화 기술을 만나 거대한 스크린 위의 스펙터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거대한 스크린과 화려한 캐스팅이 <오디세이>를 새롭게 보여 줬다면, 2800년 된 이야기를 이어 온 힘은 그 안에 담긴 보편적인 감정에 있습니다. <오디세이아>의 중심에는 시대가 달라져도
쉽게 변하지 않는 마음,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마주하는 괴물과 유혹, 신들의 시험은 그 자체로 장대한 모험입니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 가장 간절히 원한 것도 새로운 정복이나 영광이 아니라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이타카로의 귀환이었지요.
고대 그리스어에는 이를 가리키는 ‘노스토스(nostos)’라는 말이 있습니다. 긴 여행이나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을 뜻하는데요. <오디세이아>는 수많은 괴물과 신이 등장하는 영웅의
모험담인 동시에, 한 사람이 오랜 방랑 끝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2800년 전의 오디세우스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 먼 곳으로 떠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돌아갈 곳을 품고 살아가는 것. 시대와 삶의 모습은
달라져도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쉽게 낡지 않습니다.
<오디세이아>는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번역되고 각색되며 시대를 달리해 독자와 관객을 만나 왔습니다. 서사시에서 문학으로, 연극과 미술을 거쳐 영화까지.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되어 왔지요.
시대를 거듭해도 <오디세이아>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과 예측할 수 없는 시련, 유혹 앞에서의 선택에는 지금의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신과 괴물이 등장하는 고대의 영웅담이 오랫동안 새로운 독자와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고전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오디세이아>는 그 시대의 언어와 매체, 감각을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 왔는데요. 2026년 크리스토퍼 놀런의 <오디세이>도 그
긴 변주의 한 장면입니다.
2800년을 이어 온 서사시는 IMAX라는 영화 기술을 만나 거대한 스크린 위에 펼쳐졌고, 국내 천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수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오늘의 관객에게 감동을 전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다시 <오디세이아>를 만나는 이유입니다.
장편영화 최초의 전편 IMAX 필름 촬영부터 대규모 로케이션과 세트, 의상까지. 2800년 된 신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오디세이>의 제작 현장을 숫자로 살펴봅니다.
<오디세이>는 장편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촬영에 사용한 필름만 210만 피트, 약 640km에 달합니다. IMAX 카메라는 한 번 필름을 장전하면 약 2분 30초~3분밖에 연속 촬영할 수 없어 수시로 필름을 교체하며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그리스·이탈리아·모로코·아이슬란드·스코틀랜드·미국 등 6개국에서 약 6개월에 걸쳐 촬영했습니다. 실제 바다와 배, 자연 풍경을 화면에 담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볐고, 당초 100일로 예정했던 촬영은 91일 만에 마쳤습니다.
영화를 위해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은 5,300벌에 달합니다. 의상 디자이너 엘렌 미로즈닉을 중심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장인 175명과 전 세계 500명 이상의 제작진이 참여해 오디세우스가 누비는 방대한 신화의 세계를 의상으로 완성했습니다.
트로이 공성전 장면에는 2,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습니다. 불타는 도시로 병사들이 몰려드는 대규모 장면을 실제 인원으로 채우며 트로이 전쟁의 규모감을 화면에 담았습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95피트 규모의 동굴이 활용됐습니다. 거대한 공간 속에 오디세우스 일행을 배치해 인간과 괴물의 압도적인 크기 차이를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editor. 이미란(프리랜서 기자)
photo. 영화 <오디세이> 공식 스틸컷
※ 본 콘텐츠는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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