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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야기 상속·증여

다시 꾸린 가족,
내 재산은
누구에게 남겨야 할까?

2026.08.31

재혼했습니다. 지금의 배우자와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먼저 죽으면, 제 재산은 결국 누구에게 남게 되는 건가요?” 손님에게는 전혼에서 낳은 자녀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배우자와도 함께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친자녀는 전 배우자와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가족관계는 달라졌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내 재산이 내 친자녀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재혼하면 내 자녀의 상속권은 사라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민법상 자녀는 부모의 직계비속으로서 상속인이 됩니다. 부모가 재혼했다고 해서 전혼에서 태어난 친자녀의 상속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법률상 배우자는 자녀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하지만 재혼가정의 상속은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씨에게 전혼 자녀가 한 명 있고, 재혼한 배우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씨가 사망하면 A씨의 배우자와 친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배우자가 이후 사망한다면 그 배우자의 상속관계에 따라 다시 상속됩니다. A씨의 친자녀가 재혼 배우자의 친자녀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재혼 배우자의 상속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혼 자녀와 재혼 배우자 사이에 친자관계가 없다면 서로의 상속인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재혼 가정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내가 먼저 떠난 뒤, 내가 만든 재산이 결국 내 아이에게 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그려진 퍼즐 조각 사이의 손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자칫 배우자와 자녀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 설계는 누군가를 덜 사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살아 있을 때 가족을 위해 했던 역할을 내가 없는 이후에도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가깝습니다. 재혼한 배우자의 노후 생활도 중요하고, 전혼 자녀의 미래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우자에게는 안정적인 주거와 생활비가 필요할 수 있고, 자녀에게는 교육비와 성장 이후의 자립자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누구에게 얼마를 준다”는 상속을 넘어, 배우자는 어떻게 보호하고 친 자녀에게는 어떻게 재산을 남길 것인지 두 가지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의 위험

특히 재혼가정에서는 사후의 상황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살아 있을 때에는 가족 간의 관계가 원만하더라도, 내가 사라진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상속된 재산은 배우자의 재산이 되고, 이후의 상속은 또 다른 상속관계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혼가정의 상속에서는 단순히 ‘내가 죽으면 누가 상속인이 되는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내가 죽은 다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이른바 ‘2차 상속’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재혼가정의 상속, 신탁으로 미리 설계하다
펜으로 적으면서 대화나누는 듯한 두 사람과 탁자위의 판사봉, 저울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신탁을 활용한 상속설계입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사후에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귀속시킬지에 대한 의사를 미리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고려하면서도 특정 재산이나 일정한 재산을 친자녀에게 승계하도록 계획하는 방식입니다. 자녀가 아직 어린 경우라면 단순히 한 번에 재산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 맞춰 교육비나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일정한 시점에 재산을 승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속이 시작된 뒤 가족이 알아서 정리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을 때 나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족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것. 그래서 재혼 이후의 자산관리는 결혼 당시의 행복만큼이나, 그 이후의 삶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 김우빈 과장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편집. 정윤영 연구위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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