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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노후 인터뷰

세월을 경영하는 법
이순국 박사

2026.03.19

30대 그룹을 일구었던 경영자가 협심증으로 쓰러진 것은 예순여덟의 일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순국 박사는 쓰러진 자리에서 오히려 다시 일어섰습니다. 불규칙했던 삶의 후유증을 직시하며 운동생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체육학 박사와 의학 박사를 거쳐 올해 8월에는 심리학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흔의 나이에 헬스장 문을 처음 두드렸던 그는 지금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등의 저서를 펴내고 전국을 누비며 건강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업 실패, 협심증, 일흔의 시작.’ 일반적으로 마침표가 찍힐 법한 자리에서 이순국 박사는 오히려 쉼표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고, 운동화 끈을 묶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는 이유는 특별한 조건이나 환경 때문이 아닙니다. 어디서든,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몸으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경영하는 삶은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Q. 독자분들께 먼저 자신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순국 박사 사진

A. 저는 1960년 대학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육군 회계장교로 복무했고, 전역 후에는 회계사로 일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온양팔프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회사가 30대 그룹에 속하는 신호그룹으로 성장했지만, IMF 외환위기를 피하지 못했고 2006년 그룹이 해체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 이후 다시 학업을 시작해 체육학 박사와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올해 8월에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입니다. 학업을 통해 체득한 이론을 바탕으로 꾸준히 운동하면서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몸짱 할아버지의 청춘 운동법> <다시, 시작하는 인생수업> 등을 저술했습니다. 현재는 강연과 TV 출연, 기고 활동을 통해 건강 전도사로서 삶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Q. 68세에 협심증을 겪은 후 운동을 시작하셨다고요. 그 시기가 인생에 어떤 변화를 주었습니까?

A. 사업을 정리한 뒤 한동안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동안의 불규칙한 생활의 후유증으로 변이형 협심증이 발병해 졸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병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더 나아가 그 메커니즘을 알고 싶어 운동생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협심증은 오히려 제게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 준 계기였습니다.

Q. 운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이순국 박사 사진

A. 한마디로 말하면 삶의 자신감을 되찾은 것입니다. 균형 잡힌 근육질 몸매를 갖추며 청년의 자세를 되찾았고, 심리적인 자존감도 회복되었습니다. 하루 2~3시간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그리고 식단 관리를 병행하면서 노년에 흔히 나타나는 대사증후군도 사라졌습니다. 그 덕분에 다시 학업을 이어 가는 데 필요한 기억력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몸이 바뀌자 마음이 바뀌었고, 마음이 바뀌자 삶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Q. 체계적인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여러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동기부여 비결이 있다면요.

A. 처음에는 체육관에서 막연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운동생리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이어 박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운동이 각종 질병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예방의학을 공부해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러던 중 모든 질병의 원인이 심리 상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심리학으로도 공부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 덕분에 동기생들보다 성적이 더 좋을 때도 많았습니다. 두뇌를 꾸준히 사용하다 보니 치매 위험도 줄어들었고, 노년의 공부가 건강 비결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Q.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 루틴과 철학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인간의 몸은 성인이 된 이후 대략 100~120세까지 자연스러운 생리적 노화 과정을 겪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그 과정을 스스로 앞당기고 있습니다. 과식과 편식으로 인한 비만, 신체 활동 부족, 불규칙한 수면, 과음과 흡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하나씩 바로잡아야 비로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적당하고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관리, 그리고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가짐. 이 세 가지가 저의 일상 철학입니다.

Q. 인생 후반전에서 실천하시는 ‘주체적 삶’이란 무엇인가요?
이순국 박사 사진

A. 은퇴 후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명함에 적힌 직함으로 살아왔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 계급장을 떼어 낸 진짜 나의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선택이 때로는 환경이나 타인의 기대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시간이 됩니다. 거창한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일상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주체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A. 현재는 심리학 졸업 논문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8월에 졸업한 이후에는 내년 봄부터 종교철학 분야 공부를 이어 갈 계획입니다. 그 뒤에는 지금까지 공부한 운동생리학, 심리학,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건강센터를 운영하며 시니어들의 건강한 삶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Q.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이순국 박사 사진

A.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고, 주체적인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이 없으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도 약해집니다. 둘째, 신체적으로 독립해야 합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주체적인 삶이 가능합니다. 셋째, 삶의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데 목표가 없다면 오히려 하루하루 나태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세월에 떠밀려 살 것인가, 아니면 세월을 경영할 것인가, 그 선택이 노년의 삶을 결정합니다.

editor. 정애영(프리랜서 기자)

photo. 홍하얀(프리랜서 촬영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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