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넘어,
끝까지 달리는 삶
김경수 님
2026.02.13
20년 가까이 전 세계 사막과 오지를 달리며 극한의 한계를 넘나들어 온 김경수 님은 공무원·마라토너·교수·작가라는 여러 직함 이전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온 사람입니다. 사막과 정글, 고원과 빙설 위에서 그는 기록과 완주 자체보다 자신이 어떤 태도로 삶을 건너고 있는지를 확인해 왔습니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이 그의 삶을 관통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수많은 레이스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기록은 어느새 그의 또 다른 삶의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막에서 체득한 원칙은 일상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자기 일에는 더욱 치열해졌고, 편법을 경계했으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를 놓지 않았습니다. 퇴직 이후 강의와 집필, 유튜브와 러닝으로 확장된 그의 행보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습니다. 김경수 님이 말하는 인생 후반기의 도전은 더 멀리 가기 위한 질주라기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속도로 끝까지 걸어가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A. 20년 가까이 전 세계 20여 개 사막과 오지를 달리며 극한의 한계를 넘나들었습니다.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글도 써 왔고요. 퇴직 후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칼럼니스트, 강사, 트레일 러너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런 타이틀은 삶의 단면일 뿐입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렇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A. 2003년 4월, 사하라 사막에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입니다. 평범한 공무원에서 ‘직장인 모험가’로 변신하는 블랙홀을 통과한 느낌이었죠. 15kg이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5박 6일간 243km를 달렸습니다. 그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이후 공직에도 더 열정과 진심을 쏟게 됐습니다. ‘자기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밖으로만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결과적으로 그 일관된 태도가 공무원 최고 영예인 청백봉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A. 지난 2002년 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어느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TV 화면 속에서 묵직한 배낭을 멘 사람들이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헉, 저건 뭐지?’ 그 장면은 섬광처럼 뇌리에 박혔고,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말 그대로 사막에 ‘꽂혀’ 버린 거죠. 그리고 1년여의 준비 끝에 2003년 4월,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A. 2011년 5월, 호주 엘리스스프링스에서 울루루까지 이어진 530km 레이스입니다. 전 세계 최강자 24명이 모여 자신의 식량과 장비를 짊어지고 8박 10일을 달렸습니다. 레이스가 거듭될수록 주로를 이탈하거나, 배낭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식량을 버리는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결국 완주자는 14명뿐이었죠. 저 역시 달리기 위해 먹고, 살아남기 위해 달렸습니다. 지름길이 보이고 포기의 유혹이 올라왔지만, 끝내 주로를 따라 결승선에 섰습니다. 그때 마음에 새긴 다짐이 있습니다. ‘정도의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A. 대자연 속에서의 레이스는 일상에서 겪을 삶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절대 고독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과정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물론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는 욕구와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도 큰 동력이었습니다. 그것이 20년 넘게 도전을 이어 오게 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A. 부탄 파로 계곡에서는 훈련 부족으로 다리에 쥐가 올라 가슴까지 번지는 고통을 겪었고, 인도 뮤나 정글에서는 툭툭이를 타라는 유혹도 받았습니다. 이집트 사하라에서는 졸음에 취해 벼랑으로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죠. 극한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경험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실패와 위기의 기억까지도 이후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때 다각적 시각과 판단력으로 작동합니다. 2020년, 정년을 5년 남기고 명예퇴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모든 것이 무너진 듯했죠.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사막과 오지에서 쌓은 경험치 덕분이었습니다.
A. 공직에서의 일은 상명하달 구조에 익숙합니다. 반면 퇴직 후의 일은 선택과 책임이 모두 개인에게 돌아옵니다.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죠. 강의든 콘텐츠든 직함이 아니라 내용과 태도로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 정직해야 하고,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A. 글쓰기는 내면을 밖으로 꺼내는 도구입니다. 길을 걷다 떠오른 생각은 그 자리에서 적어야 합니다. 지나가면 사라지거든요. 글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쓰입니다. 그래서 재미·정보·감동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기록→정리→분류→재구성의 과정을 반복하며 8권의 단행본을 냈고, 지금도 매달 2~3편의 칼럼을 씁니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지위와 경험이 미래까지 보장해 줄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 학창 시절에 쌓은 빛바랜 성취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과 지속적인 학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느낍니다. 남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역량, 즉 ‘필살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며 속도와 성과를 내려놓고, 강의와 기록을 통해 사회에 유익을 남기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삶, 기성세대로서 선한 영향을 전하는 삶에서 일의 가치와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A.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50~60대는 반환점을 지난 구간입니다. 체력도 멘탈도 예전 같지 않기에 완주 전략을 새로 짜야 합니다. 목돈, 일자리, 함께할 사람, 그리고 체력. 이 네 가지는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준비 없는 퇴직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20대에 취업을 위해 쏟았던 노력의 5분의 1만이라도 퇴직 후 인생 2막을 위해 투자해 보십시오. 단, 운동은 매일 하시고요. 그러면 퇴직의 강은 생각보다 잔잔하게 여러분을 맞이할 겁니다.
editor. 정애영(프리랜서 기자)
photo. 홍하얀(프리랜서 촬영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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