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마지막 유산
2025.12.24
2025년 우리 시대 위대한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렌 버핏이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부터 가치 투자 철학, 성공적 경영 승계에 이르기까지 그를 설명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그러나 부의 사회적 환원을
실천해 왔다는 점이 어떤 경영자보다 그를 훨씬 빛나게 해줍니다. 오늘은 버핏의 주주총회 발언, 주주 서한 등을 통해 그의 인생과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담배 꽁초 투자에서 가치 투자로
¹ 워런 버핏 , 리처드 코너스(이건 번역), “워린 버핏 바이블 완결판”, 에프앤미디어, 2025
우리가 알고 있는 워렌 버핏(이하 ‘버핏’)은 장기 투자자입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장기 투자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버핏은 2014년 발표된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버크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리하며 오랜 파트너인 찰리 멍거(이하 ‘멍거’)의 도움으로 본인의 투자 방식이 전환된 것을 설명합니다.
그는 1950년대 그저 그런 기업을 헐값에 사며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소위 ‘담배 꽁초 투자(Cigar Butt Investing)’)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버크셔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해당 효과는
반감되었습니다. 특히 헐값에 산 한계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 Ⓒ 나노 바나나 작성 이미지
버핏은 당시 멍거가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를 자신에게 조언했고, 자신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지금의 버크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 본인의 투자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한계를 인식하며 가치 투자로 전환했던 것이 지금의 버크셔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알파벳을 포트폴리오에 편입
² 미국의 대규모 투자자(헤지펀드, 보험사, 증권사, 운용자산이 1억 달러 이상 투자자 등)가 매 분기 SEC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보유자산 보고서
버핏의 가치 투자 철학은 최근에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AI 생태계의 한 축인 알파벳³을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편입한 것이지요. 버크셔가 지속적으로 애플 주식을 매도하고 막대한 현금 보유를 하기 시작한 점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는데요. 버핏의 은퇴 후 새로운 경영진의 투자를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 숨고르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버핏의 시대는 종료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³ 알파벳은 구글의 지주회사로, 검색∙유튜브∙AI 등 핵심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테크기업. 알파벳 Class A(GOOGL)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장주식
그러나 버핏이 버크셔의 최고 경영진으로서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보고서인 2025년 3/4분기 13F 공시는 버핏의 가치 투자가 현재 진행 중임을 증명합니다. 버크셔는 2025년 3/4분기에 알파벳 A주 1,785만주, 약 43억 달러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는데,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1.6%, 시가 기준 10대 보유 종목에 해당합니다.
2025년 알파벳 주가 추이 Ⓒ Yahoo Finance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글(현재 알파벳의 자회사)을 투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버핏은 후회를 표하고 멍거는 기술주 분야에서 저지른 최악의 실수라까지 평가했는데, AI 생태계가 화두가 된 2025년 3/4분기에 이를 실행한 것이지요. 이후 구글은 나노 바나나, 제미나이 3.0 등을 출시하며 타사 대비 압도적인 AI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버핏의 가치 투자가 지금에도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차등 의결권 활용
2025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버크셔의 차기 CEO로 그레그 에이블(이하 ‘에이블’)을 지명하며 버크셔의 경영 승계를 발표했습니다. 마지막 주주 서한에서도 에이블을 뛰어난 경영자, 지칠 줄 모르는 일꾼, 정직하게 소통하는 사람으로 칭찬하며, 손해보험 사업의 성장 잠재력과 위험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버핏은 버크셔 주식 기부를 통한 의결권 희석으로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음에도 주주들에게 버크셔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가능할 것임을 안내했습니다.
[버크셔 A주와 B주의 권리 차이]
| 구분 | 클래스 A주 (BRK.A) | 클래스 B주 (BRK.B) | 비고 |
|---|---|---|---|
| 의결권 (Voting Rights) | 1주당 1표 | 1주당 1/10,000표 | A주의 의결권이 압도적 |
| 경제적 가치 (Equity) | 1주 가치 | 1/1,500주 가치 | 주가 및 배당 권리 비율 |
| 전환 옵션 | B주로 전환 가능 | A주로 전환 불가 | 비가역적(One-way) |
*버크셔 클래스 A주, B주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
이러한 경영 승계가 가능한 비밀은 버핏이 보유한 버크셔 A주의 차등 의결권에 숨겨져 있습니다. 버핏은 본인이 보유한 A주 상당량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보유하고, 주식 기부 과정에 있어서는 B주로의 전환을 통한 지배력 희석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A주(1주)를 그대로 기부할 때보다, B주(1,500주)로 전환하여 기부해 해당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의결권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⁴
⁴ 버크셔 A주(1주)와 B주(1,500주)의 경제적 가치는 거의 동일하지만, 의결권은 A주(1주) 대비 B주(1,500/10,000주)가 많이 부족합니다.
버핏이 우리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산은 무엇일까요? 2025년 마지막 주주서한의 보도자료에서 당부한 “누군가를 돕는다면 당신은 세상을 돕는 것입니다”⁵가 아닐까 합니다. 버핏은 2024년 주주총회에서 세 자녀가 관리하는
재단에 본인이 보유한 버크셔 주식의 대부분을 기부할 것임을 밝혔고, 최근에는 해당 재단에 생전 기부 속도를 보다 높일 것으로 언급했습니다. 또한 버크셔의 경영진이 가문을 세우거나 과시형 부자가 되려 하지 않고,
미국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CEO로서 끝까지 버크셔의 기업문화를 보존하고 사회적 환원을 실천하려는 것이지요.
위대한 기업으로 버크셔를 만든 거인 버핏. 진정한 어른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서 유쾌한 농담과 진정성을 가진 또 다른 어른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⁵ 버크셔 해서웨이 보도자료(이건 번역), [버핏의 마지막 주주 서한 전문] ”청소부도 회장과 똑같은 인간입니다”, 버핏클럽웹진 https://www.buffettclub.co.kr/article-20251114/
글. 김상진 연구위원
하나금융연구소 리테일지원팀
편집. 조고은 수석연구원, 정윤영 연구위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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