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라서 더 좋은
일기장과 가계부의 귀환
2025.12.18
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한 해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편리한 도구들이 일상을 채우고 있어도, 손으로 남기는 아날로그 ‘감성’은 쉽게 대체되지 않지요. 그래서 요즘 다시 일기장과 가계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시 주목받는 일기장
최근 온라인 서점에서는 일기장과 가계부 카테고리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해 준비로, 누군가는 흩어진 일상을 다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기록 도구를 살펴봅니다. 중장년층의 관심도
이어지며 손글씨 기록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요. 디지털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마음을 붙잡아주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일기장은 형식이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 길게 글을 쓰지 않아도 되고, 오늘 한 줄만 남겨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질문에 답하거나 감정만 표시하는 방식도 널리 쓰이면서 꾸준히 이어가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다시 살아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바람도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부모 세대가 사진과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장면이 소개되면서 관심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대신 스티커나 사진 한 장으로 하루의 감정과 순간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중장년층에게도 자연스럽게 매력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일기장도 그 쓰임에 따라 더 섬세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기록 도구들이 등장하며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하루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Q&A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365개의 질문이 담겨 있어 짧은 문장만으로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방식.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꾸준히 이어가기 좋은 일기장입니다.
같은 날짜의 기록을 해마다 이어서 적는 방식의 다이어리. 한 페이지 안에 다섯 해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시간의 변화 속에서 달라진 마음과 생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함께 남기는 다이어리. 짧은 문장과 간단한 스케치를 동시에 적어 하루의 감정이나 기억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일상을 담아내는 가계부
바쁘게 일상을 지내다 보면 어디에서 어떻게 돈이 흘러 나갔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가계부를 꺼내 들지요. 여러 앱이 대신 계산해 주지만, 그럼에도 ‘수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직접
적어 내려가다 보면 숫자 사이로 반복되는 습관이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이건 조금 줄여볼까’, ‘여기는 괜찮았네’ 같은 균형감도 생겨납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가계부는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꼼꼼히 채우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가볍게 적으며 시작하는 사람이 늘었고, 그 흐름 속에서 이색적인 가계부들도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식비 지출만 따로 모아 기록하는 식비 관리형 가계부는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한 달 식비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생활 패턴을 조정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지출 없는 날에 스티커를 붙이며 기록을 이어가는 가계부는 절약을 놀이처럼 만들어줍니다. 하루를 무지출로 보냈다는 표시 하나가 기록의 동기가 되고, 작은 성취감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요즘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 달 소비를 한 페이지에 담는 캘린더형 가계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달력처럼 정리된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면 소비가 몰리는 시점과 한 달의 생활 리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정리된 기록은 혼자만의 노트에 머무르지 않고, 재테크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진으로 공유되며 서로를 독려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계부는 이제 단순한 ‘금전출납부’가 아니라, 생활을
점검하고 다음을 계획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손글씨 기록이 남기는 여운
손글씨로 남긴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흐려지지 않습니다. 하루의 감정을 적어둔 일기장도, 지출을 정리한 가계부도 결국 나를 살피는 과정이지요. 짧은 문장을 쓰는 동안 마음이 한 번 가라앉고, 손을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생각도 차분하게 정리됩니다. 숫자를 적다 보면 한 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이 지출이 꼭 필요했는지, 생활 패턴이 달라졌는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문가들은 손글씨가 디지털 기록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를 ‘생각의 속도와 손의 움직임이 함께 맞춰지는 경험’에서 찾습니다.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종이 위에 남긴 흔적에서 균형을 찾고, 일상을 떠받치는 작은 위로를 경험하게 되지요.
연말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기록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특별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한 줄에 담아보는 오늘의 감정, 지출 기록만으로도 삶이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합니다. 올겨울, 일기장과 가계부로
나만의 ‘기록’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ditor. 이미란(프리랜서 기자)
photo. 게티이미지뱅크, 인디고(자문자답 질문일기 365), 리훈(5년 다이어리), 대시앤노트(디뮤어-어른을 위한 그림일기장), 솜씨컴퍼니(한눈에 가계부)
※ 본 콘텐츠는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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