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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노후 인터뷰

이상범 감독,
여자농구로 인생 2막 시작

2025.11.21

남자 농구의 ‘전략가’로 불렸던 이상범 감독이 새로운 무대에 섰습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지휘봉을 잡으며 그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고 말했는데요. 인생 2막의 출발점에서, 그는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농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상범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한국 남자프로농구(KBL)에서 감독으로 활약하며 리빌딩과 전술 운용 능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최하위 팀을 정상권으로 끌어올리며 지도력과 추진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원주 DB프로미를 이끌며 정규리그 1위를 두 차례 차지했습니다. 한때 일본에서 유소년과 대학 선수들을 지도하며 농구 철학을 새롭게 다듬은 그는, 2025년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남자팀만 25년을 하다 처음으로 여자팀을 맡는다”는 그는, 다시 배움의 자세로 코트에 섰습니다. 그에게 이번 부임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인생 2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감독 부임을 ‘인생의 새로운 장’으로 정의한다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나 느끼는 감정은 무엇입니까?
이상범 감독 사진

A. 솔직히 두려움이 컸습니다. 남자 농구판에만 있다가 전혀 다른 환경으로 왔으니까요. 작년 오프시즌, 김도완 전 감독의 부탁으로 하나은행 훈련을 몇 번 봐준 게 전부였습니다. 여자농구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죠. 지금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늘 따라다닙니다. 그래도 동시에 기대도 있습니다. 두려움과 설렘이 반반인 상태로, 하루하루 배우며 적응하고 있습니다.

Q. 선수 시절, 남자팀 감독 시절, 그리고 여자팀 리더로서 변화까지 각 단계에서 가장 뜻깊은 전환점은 무엇이었습니까?

A. 서른 살에 선수 생활을 마치고 회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갔던 게 첫 전환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농구는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새롭게 배웠죠. 이후 KGC인삼공사에서 젊은 나이에 감독을 맡아 2년간 바닥을 겪고, 3년 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 시절 욕도 많이 먹고 고생도 했지만, 그 과정이 제 지도자로서의 밑거름이 됐어요. 또 일본에서 3년간 다양한 수준의 선수들을 가르치며 ‘농구 밖의 세상’을 경험한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그때부터 사람과 관계, 시스템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Q.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상범 감독 사진

A.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여자팀은 해본 적이 없다. 내 영역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측의 진심 어린 제안이 여러 차례 이어졌고, ‘이 열정을 믿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마침 건강 문제로 일본행이 무산되고, 청라에 있던 제 사무실이 팀 근처였던 것도 인연처럼 느껴졌어요. 스스로 여자농구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WKBL 베테랑 지도자를 꼭 모셔야겠다고 판단했고, 정선민 수석 코치에게 함께하자고 부탁했습니다. 그가 함께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래, 해볼 만한 도전이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Q. ‘리빌딩’이라는 메시지에 담긴 감독님의 변화 의지는 무엇인가요?

A. 리빌딩은 단순히 젊은 선수만 키우는 게 아닙니다. 결국 성적이 따라야 해요. 팬들 앞에서 ‘잘 싸웠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젊은 선수들이 고생하더라도 단단히 만들어야 하고, 올해부터 성적을 내야 합니다. 올해만 잘 넘기면 하나은행은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

Q. 감독님만의 리더십으로 바꾸고 싶은 조직 분위기나 운영 철학이 있다면요?

A. 불필요한 걸 덜어내는 겁니다. 선수들이 너무 많은 걸 배우려다 본래의 강점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마이너스 농구’를 강조합니다. 덧붙이는 게 아니라 빼는 거죠. 복잡한 전술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농구, 뛰는 농구를 하고 싶습니다.

Q. 리빌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A. 신구 조화보다 중요한 건 ‘기본기 회복’이에요. 젊은 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자신감이거든요. 기존의 불필요한 습관을 버리고 자기 농구를 찾게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Q.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단기적으로는 플레이오프 진출, 장기적으로는 우승입니다. 그게 명확한 목표입니다. 리빌딩도 결국 우승을 위한 과정이니까요.

Q. ‘인생의 2막’으로서 이번 도전이 가진 의미는 무엇입니까?

A. 늦은 나이에 하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결국 또 다른 배움의 과정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여자 농구를 하면서 저 자신도 불필요한 걸 걷어내고 있습니다. 팀이든 인생이든, 더 단순하고 본질적인 걸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Q. 팀과 팬들에게 올 시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상범 감독 사진

A. 팬들에게 “행복한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싶어요. 프로라면 결국 성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프로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선수들도 자기 이름을 등에 달고 뛰는 만큼,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팀 마크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Q. 감독님이 생각하는 하나은행 농구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A. ‘하나(One)’죠. 결국 팀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유니폼 앞에 붙은 팀 마크가 ‘하나’인 만큼, 모두가 그 하나를 위해 뛰어야 합니다. 그게 제가 말하는 ‘원팀’의 가치이자, 제 인생 2막의 키워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진심으로 팀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이 팀이 다시 웃는 날, 팬들과 함께 웃고 싶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신다면 반드시 그 마음에 보답하겠습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대한민국 여자 프로농구(WKBL) 소속 구단으로, 2012년에 창단되었습니다. 현재는 하나금융그룹 산하의 프로스포츠팀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부천을 연고지로 두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Together We Rise’라는 슬로건 아래, 젊고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매 시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꾸준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농구 저변 확대와 지역 사회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주요 선수진은 실력과 잠재력을 겸비한 신예들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매 경기 팬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은 팬들과 함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하나은행 여자농구단 SNS : www.instagram.com/hanabasket_official

editor. 정애영(프리랜서 기자)

photo. 홍하얀(프리랜서 촬영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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