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후 자금을 보유한 5060세대를 대상으로 코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떠난 빈자리를 노리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사기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 사기는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방식인데요, 수익을 조작하는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인하는 신종 투자 사기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코인 투자와 결합된 로맨스 스캠의 실제 사례와, 내 돈을 지키는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60세 김두리 씨는 일찍이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두 자녀를 키웠는데요. 이제 자녀들도 독립했으며, 김두리 씨 본인도 정년퇴직하면서 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책을 읽거나 산책하며 여유를 즐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터놓고 지낼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이에 동호회 등도 나가봤지만 내향적인 성격 탓에 어울리기 쉽진 않았죠. 그러던 중 하루는 유튜브를 시청하다 “함께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보세요!”라는 채팅 앱 광고를 접하게 되었고, 호기심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김두리 씨는 채팅 앱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 A 씨와 연결되었는데요. 그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배우자와 사별했으며, 홀로 자녀를 키웠다는 점에서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마치 십년지기 친구와 같은 편안함을 느꼈죠. 매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갔고,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김두리 씨는 A 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은퇴 후 자녀와 함께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여, 직접 얼굴을 볼 수 없었죠. 대신, “연말에 한국에 들어가면 꼭 보자”라는 약속을 반복했고, 김두리 씨는 만남을 기약하며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가 노후 대비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김두리 씨는 퇴직금으로 생활하고는 있지만,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 대한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때 A 씨는 자신이 최근 가상자산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며,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잘 들어보지 못한 가상자산 투자를 듣자, 김두리 씨는 경계심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A 씨가 실제 계좌 화면과 수익 인증 이미지까지 보여주니 경계심이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결국 김두리 씨는 B 거래소에 가입했죠.

김두리 씨는 거래소 가입, 입금, 매매 방법 등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A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처음 소액을 투자했는데, 놀랍게도 A 씨의 말처럼 수익이 났습니다. 심지어 매매로 얻은 수익금을 자기 계좌로 출금할 수 있었죠. 이후 김두리 씨는 투자 규모를 점차 키워 나갔습니다. 퇴직금뿐만 아니라 자녀들 앞으로 마련해 두었던 비상금까지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A 씨는 “앞으로 더 수익이 높아질 거예요”, “이제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라는 말을 반복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뉴스에서 ‘로맨스 스캠 피해 주의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사연이 김두리 씨 자신과 너무 닮아 있었죠.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던 김두리 씨는 바로 B 거래소 앱을 접속해 출금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출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중에는 앱 자체도 먹통이 되었습니다. 좀 전까지도 연락이 되었던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죠. 그제서야 자신이 정교한 투자 사기에 당했음을 깨달았습니다.

SNS, 채팅 앱, 데이팅 앱 등을 통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관계 형성을 위해 누구나 친밀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친밀도를 쌓은 뒤 금전적인 얘기를 꺼낸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투자 제안을 권유한다면 주변 지인에게 상황을 알리고 제대로 된 투자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지인을 통해 접근한 사례도 늘고 있어 이러한 투자 제안을 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할 때마다 수익만 났다거나, 대형 거래소와 전혀 다른 차트를 보여준다면 조작된 거래소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상 투자라면 손익이 함께 발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확실하다’, ‘안전하다’ 라는 말로 현혹할 때마다 한 번 더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안전한 투자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에 정식 신고된 거래소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로맨스 스캠은 정서적 유대감과 외로움을 노린 심리형 범죄입니다. 누구나 사례로 접할 때는 자신이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피해자의 심리적인 부분을 교묘히 노려 공략합니다. 이에 당하고 나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죠.

소중한 노후 자금을 지키려면, 낯선 관계에서 비롯된 투자 제안은 반드시 경계하고, 늘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례가 피해를 막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