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인 줄 알았다가…
여성 건강 위협하는
자궁암의 진실
2025.09.25
“초기에만 발견되면 괜찮다”, “젊은 사람은 잘 안 걸린다”. 혹시 자궁암에 대해 여전히 오래된 정보에 기대고 있지는 않나요? 자궁암은 단순히 ‘덜 무서운 암’이 아닙니다. 여성의 생식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현실적인 예방 전략입니다.
자궁암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 중 하나로, 자궁이라는 장기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의미합니다. 자궁암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자궁의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서
발생하는 자궁내막암, 그리고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입니다. 이 외에도 자궁의 근육이나 결합조직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자궁육종도 존재하지만, 전체 자궁암 중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폐경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궁암의 발생 원인은 그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특히 HPV 16형과 18형이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생활을 일찍
시작하거나, 성 파트너가 많은
경우, 면역력이 약한 경우 등은 감염 위험을 높이며, 흡연 또한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반면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의 과다 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만,
당뇨병,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폐경 후 호르몬 치료 중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복용하는 경우 등이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자궁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상 신호들이 있다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폐경 후 질 출혈, 생리 이상(양의 증가, 기간 연장),
성관계 후 출혈, 골반
통증, 배뇨 또는 배변 시 불편함 등은 자궁암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른 진료와 검사가 필요합니다.
진단은 비교적 정밀한 과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자궁경부세포검사(Pap smear)와 HPV DNA 검사가 대표적인 선별검사로, 증상이 없을 때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조기
발견이 가능합니다.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조직검사와 콜포스코피(확대경 검사) 등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자궁내막암은 질식 초음파, 자궁내막 생체검사, 필요시 자궁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되며, 병기 확인을 위해
CT나 MRI, PET-CT 같은
영상학적 검사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자궁암의 치료는 암의 종류와 병기,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자궁을 포함한 난소와 난관의 제거 수술로 치료가 시작되며, 병기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의 경우, 가임력 보존을 위해 호르몬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은 병기가 낮을 경우 수술로 완치할 수 있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표준 치료입니다. 최근에는
면역치료제나 표적치료제도 일부 진행성 자궁암 환자에게 사용되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예후는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자궁내막암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특성이 있어, 조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자궁내막암은 과거 중년층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던
암이었지만, 최근 들어 젊은 여성 환자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만성적인 무배란 상태, 다낭성난소증후군, 과체중 또는 비만, 당뇨병 등과 같은 요인이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높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자궁내막암에는 자궁경부암처럼 체계적인 조기검진 수단이 없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어려워 폐경 이후 출혈,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이 생겼을 때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경부암의 통계상 5년 생존율은 약 80% 수준입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희망적인 수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진행성 암으로 발견됐을 경우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궁암은 ‘치료 후 일상
회복’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궁 절제, 항암 치료, 조기 폐경, 난임, 호르몬 치료 등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질’ 문제가 남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궁암은 ‘검진으로 예방 가능한 암’으로 분류되며,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만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오해 1. “HPV는 성병이라 부끄러워요.”
✔ 진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 중 약 80%가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대부분 자연 소멸하지만, 고위험형이 남아 있으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HPV 감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예방접종과 정기 검진이 중요합니다.
✘ 오해 2. “HPV 백신을 맞으면 자궁암에 안 걸려요.”
✔ 진실: HPV 백신은 고위험형 HPV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모든 HPV
유형이나 자궁내막암, 자궁육종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백신을 맞아도 정기적인 검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 오해 3. “자궁을 적출하면 자궁암 걱정 없죠?”
✔ 진실: 자궁 전체를 제거한 경우 자궁암 위험은 없지만, 자궁경부를 일부 남긴
경우에는 여전히 자궁경부암 발생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난소, 질 등에서도 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여성 건강 관리가
중요합니다.
✘ 오해 4. “자궁경부암 검진은 아무 때나 받아도 되나요?”
✔ 진실: 검진은 생리 시작일로부터 10~20일 사이가 가장 적합합니다. 생리 중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검사 48시간 전에는 성관계, 탐폰, 질 세척, 약물 사용 등을 피해야 합니다. 단, 출혈이나 분비물 등의
증상이 있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검사받아야 합니다.
✘ 오해 5. “검진은 나이 들고 나서 시작하면 되죠.”
✔ 진실: 자궁경부암 검진은 성생활 시작 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자궁내막암은
40대 이후부터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력, 건강 상태에 따라 검진 시기를 조정해야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궁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거나, 증상이 있어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궁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이며, 그만큼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정기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궁암은 결코 ‘만만한 암’이 아닙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암임에도 생존율이 제자리걸음이고, 자궁내막암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로 인해 조기 폐경, 생식기능 상실, 삶의 질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가 동반됩니다. 올바른 정보, 정기적인 검진,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만이 자궁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제, 자궁암을 ‘가벼운 질병’이 아닌 지켜야 할 건강의 경계선으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자궁경부암은 HPV 백신 접종과 정기검진으로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HPV 9가 백신은 대부분의 고위험 유형을 예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제공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접종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궁내막암은 폐경기 여성에게 흔하며,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병용 호르몬 치료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생리 외에 예기치 않은 질 출혈, 특히 폐경 이후의 출혈이나 성관계 후 출혈, 생리 기간 외 출혈, 출혈 양상 변화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많은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리가 이상한가 보다”, “피곤해서 그런가?”, “나이 들어서 주기가 불규칙한 거겠지”라며 출혈 변화를 무시하거나 참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출혈은 자궁내막암 또는 자궁경부암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암 발병 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폐경 후 출혈입니다. 이미 생리가 끝난 상태에서 다시 출혈이 생겼다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궁경부암 역시 많은 경우 성관계 후 출혈이나 갈색 분비물, 불규칙한 출혈 등을 경험하고도 부끄러움이나 무관심으로 병원을 찾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가족 중 자궁암이나 유사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에게도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철저한 건강관리가 필요합니다. 먼저 자궁내막암은 전체 여성 암 가운데서도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암입니다. 특히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 유전성 비폴립성 대장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린치 증후군은 주로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을 가족 내에서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유전 질환으로,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 증후군이 있는 여성의 경우, 일반 여성보다 자궁내막암 발생 확률이 최대 40~60%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 자매, 고모, 이모 등 직계 혹은 근친 여성 중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다면, 반드시 이와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글. 이진오 가정의학과 전문의
세란병원
참고채널. 아주대병원 TV
참고도서. <자궁 리셋> <자궁암 100문 100답>
editor. 정애영(프리랜서 기자)
photo. 게티이미지뱅크
※ 본 콘텐츠는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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