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빅쇼트>,
드라마 <달까지 가자> 속
경제 이야기
2025.09.0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투자 성공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빅쇼트>가 있습니다. 한편, 이더리움 투자로 젊은이들의 ‘이(번)생(은)망(했어)’을 극복하는 방영 예정 드라마 <달까지 가자>도 있습니다. 두 작품 다 주인공들의 성공 투자를 다루지만 막상 현실은 다릅니다. 지금부터 <빅쇼트>와 <달까지 가자> 주인공들의 성공 투자와 이면의 현실, 그리고 교훈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월스트리트를 비웃은 아웃사이더들
<빅쇼트>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젠가(나무블록게임)에 비유해 설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을 사기 위해 모기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고, 이자율이 높은 상품이었는데요.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습니다.

영화 <빅쇼트> 스틸 컷 Ⓒ파라마운트 픽처스
그러나 모기지대출을 근거로 한 부채담보부증권*의 위험성은 컸습니다. 마치 젠가의 나무블록(서브프라임모기지)이 하나씩 빠지면 모든 나무블록(부채담보부증권)이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이자나 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부동산 시장 전체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부채담보부증권: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이나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
월스트리트의 아웃사이더로 평범한 의사였던 마이클 버리, 도이체방크의 자레드 베넷, 헤지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기 전, 부채담보부증권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부채담보부증권을 빌려서 팔고, 가격이 떨어지면 더 싸게 사서 돌려주는 공매도 전략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들의 예상대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곧 터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그들은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마이클 버리가 설립한 헤지펀드인 사이언 캐피탈의 투자자들은 7억 달러의 수익을 실현했고, 마이클 버리도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빅쇼트>를 통해 큰 수익을 거뒀던 주인공들은 성공투자를 이어가고 있을까요? 마이클 버리의 사례를 보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서학개미의 폭발적인 미국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현재 마이클 버리가 운영 중인 펀드인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는 2023년에 S&P500과 나스닥100 지수의 풋옵션*을 각각 8.7억달러, 7.4억 달러를 매수했고, 최근에는 엔비디아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하였습니다. 풋옵션을 매수했다는 것은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는 의미죠. 하지만 주가는 계속 전고점을 갱신하면서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의 투자 손실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풋옵션: 장래의 특정 시점 또는 그 이전에 특정 대상물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로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매수하는 파생상품
<빅쇼트>는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보여주는데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상한 훌륭한 투자자인 마이클 버리 본인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 <빅쇼트> 스틸 컷 Ⓒ파라마운트 픽처스
드라마로 방영 예정인 <달까지 가자>는 장류진의 동명 소설 『달까지 가자』(창비, 2021년)가 원작입니다. 이 소설은 월급만으로 살기 어려운 평범한 주인공들이 주변의 가상자산 투자 대박 소식을 듣고 코인 시장에
뛰어든 모습을 그립니다.
마론제과라는 가상의 중견기업 내 세 명의 직장인 동기들은 ‘나만 돈을 못 벌까 봐’ 두려운 마음(FOMO, Fear of Missing Out)에 이더리움 투자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밤새도록 호가창(실시간
매수∙매도 화면)을 보며 초조해하고, 일을 하면서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 디저트를 사먹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설 『달까지 가자』는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이어진 ‘코인 광풍’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시기는 가상자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급락하는 ‘떡상’과 ‘떡락’이 반복되던 때였습니다.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시장을 흔들기도 했는데, 특히 중국 정부의 규제 소식은 대박을 꿈꾸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소설 『달까지 가자』Ⓒ창비
지금의 이더리움 투자는 어떨까요? 올해 초까지 이더리움은 투자자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상반기 가상자산의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 시세는 연일 전고점을 갱신한 반면 이더리움 가격은 2021년의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한
지지부진한 상태였죠. 기관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을 매집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스테이블코인 확산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지원하는 이더리움 외 다른 가상자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더리움 투자는 본질적으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의 구조입니다. 현금 배당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있으며 대주주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주식과는 달리, 이더리움은
배당 등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대량 보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공시 등을 통해 개요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투자자가 이해하기엔 여전히 ‘달’나라의 먼 이야기입니다.

이더리움 가격추이 ⒸUpbit
서울 강남 아파트와 미국주식에 국한되었던 뜨거운 투자심리가 올해 국내주식, 비상장주식, 목표 전환형 펀드,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에 다양한 투자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SNS로 매일매일의 시황이 확인됩니다. 친구, 친지들과의 즐거운 점심에는 투자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 텔레그램 리딩방에 초대되어 있는 경우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넘치는 투자 정보와 공부에도 개인이 일확천금을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을 넘어 현명한 투자자로 남고 싶은 우리에게 맹목적 확신에 근거한 투기는 불안정한 노후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투자
정보를 접하면서 ‘두려운 마음(FOMO, Fear of Missing Out)’에 빠지지 않고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며 분산 투자를 실행해 나가는 것, 그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마음
일 것입니다.
글. 김상진 연구위원
하나금융연구소 리테일지원팀
편집. 조고은 수석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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