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없이 찾아와
중년의 일상을 괴롭히는
'돌발성 난청'
2025.08.26
예고 없이 찾아오는 한쪽 귀의 청력 상실. ‘돌발성 난청’은 단순한 청력 저하가 아닌, 중년 이후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급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그리고 예방 수칙까지. 귀 건강이 곧 삶의 질이라는 사실, 지금부터 알아보세요.

나이가 들며 머리카락이 희어지거나 주름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청력 저하’ 역시 대표적인 노화 증상 중 하나입니다. 대화 도중 상대의 말을 자주 되묻거나, TV 볼륨을 예전보다 크게 틀어야 들리는 경우가 있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돌발성 난청(Sudden Sensorineural Hearing Loss, SSNHL)’은 말 그대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청력 손실로, 일반적으로 3일 이내에 연속된 3개 이상의 주파수에서 30dB 이상 청력이 감소할 때 진단됩니다. 대부분 한쪽 귀에서 나타나며, 환자들은 “귀가 막힌 것 같다”, “소리가 멀게 울린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때때로 이명(귀울림)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하며, 이런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귀가 막힘이 아니라 즉시 치료가 필요한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돌발성 난청은 전체 인구 10만 명당 5~20명 정도의 비율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지만, 중년 이후에는 발병률이 뚜렷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생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내이)은 극도로 민감한 미세 혈관들로 구성되어 있어 혈류의 흐름에 크게 의존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죽상경화(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면, 갑작스럽게 청각 세포에 산소와 영양이 전달되지 않아 청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돌발성 난청 위험은 일반인보다 2~3배까지 증가합니다.
감기나 독감 등 상기도 바이러스 감염 이후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헤르페스,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가 청각 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손상을 주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중년 이후에는 자가면역 반응도 증가합니다. 면역체계가 자신의 내이 조직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청력이 손실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반대쪽 귀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위험합니다.
항생제, 이뇨제, 항암제 등 일부 이독성 약물은 귀에 독성을 주어 난청을 유발할 수 있으며, 머리 외상이나 미세혈관 장애, 종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약 85~90%가 특발성(명확한 원인 불명)으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예방과 조기 대처가 더욱 중요합니다.
난청은 단순히 청각기관의 문제를 넘어 일상생활의 만족도와 사회적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난청이 진행되면 사람들과의 대화를 꺼리게 되고, 외로움과 우울감에 빠질 위험도 커집니다. 특히 중년기에는 회의, 커뮤니케이션 등 사회적 역할이 많다는 점에서 난청이 업무·사회생활 전반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청력은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 도구인 ‘소통’을 책임지는 감각입니다. 돌발성 난청이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일상 대화가 어려워지고, 상대방과의 감정적 거리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은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에, 난청으로 인해 점차 소극적으로 바뀌고 고립될 위험이 있습니다. WHO에서도 난청을 사회적 고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청력 상실은 심리적 위축과 함께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돌발성 난청 환자들은 동년배 일반인보다 우울증을 2배, 불안을 1.6배 더 많이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중년기는 인생의 이정표를 돌아보며 자기 정체성을 점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청각 상실은 정서적 타격이 훨씬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중년 이후 난청은 치매 위험을 2~3배 높인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 뇌의 청각 피질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뇌 전체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돌발성 난청은 단기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인지 건강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난청이 생기면 일상 속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피로감 증가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됩니다. 또한, 치료에 따른 약제비, 정기 진료, 보청기 및 재활 비용 등이 추가되어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난청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는 방법이 있을까요?

☑ 귀에 이명이 들린다
☑ 남성 목소리가 여성보다 잘 들린다
☑ ‘츠·크’ 같은 고음을 잘 듣지 못한다
☑ 특정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 다른 사람 말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 상대방이 명확히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 이비인후과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은 발생 후 7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회복률이 가장 높습니다. 1주 이내 치료 시 약 50%에서 청력 회복이 가능하지만, 2주 이상 지나면 회복 가능성이 30% 이하로 급감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났다면,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습관, 중년에도 끊기 힘들지만 볼륨은 60dB 이하, 시간은 60분 이내로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내가 부르는 목소리가 잘 안 들리면 볼륨이 높은 것”이라 조언합니다.
장시간 이어폰/헤드폰 사용 후에는 귀를 10분간 휴식시키세요. 실제로 1시간마다 5~10분 귀 휴식이 청력 보호에 도움됩니다.
귀지는 자연스러운 보호막입니다. 면봉 사용은 외이도염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귀가 가렵더라도 직접 후비지 말고 전문가 진료를 추천합니다.
매년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 조기 진단에 필수입니다. 40세 이후에는 안과 검사처럼 청력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으세요.
영화관, 실내 콘서트처럼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귀마개 사용이 도움이 됩니다. 평소 도시 소음에도 실리콘 귀마개는 효과적입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내이로 가는 미세혈관을 막아 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기, 독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돌발성 난청 또는 귀 신경 손상의 주범이 될 수 있으니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외출 후 손 씻기, 휴식, 독감·대상포진 등의 예방접종을 권장합니다.
특정 항생제(겐타마이신), 이뇨제, 항암제, 고용량 아스피린 등 일부 약물은 청력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새로운 약 복용 시 이비인후과 또는 주치의와 청력 관련 부작용을 의논하세요. 어떤 약물이든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면 6~12개월마다 청력 검사를 권장합니다.
충분한 물(하루 1.5~2L) 마시기는 내이 혈관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귀 건강 보호에 도움을 줍니다. 단, 커피나 알코올은 과음을 주의하세요. 혈관 수축 및 탈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도움글. 김규상
서울의료원 예방의학/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참고도서. <이명난청 완치설명서>, <이명과 난청 리셋법>, <소음성 난청>
참고자료. <윤상욱-돌발성 난청의 최신 이해와 치료>, <대한의사협회지, 2022>
editor. 정애영
photo.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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